가족의 역사가 깃든 집
이제는 20대가 된 두 딸이 초등학교 때부터 살았으니 꽤 오랜 시간이다. 그간 인테리어를 조금씩 바꾸며 살아왔는데, 지겹다기보다는 이 집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일도 더 잘됐기 때문에 애정이 깃든 곳이다. 화이트 컬러 베이스의 집은 거실 양옆으로 크게 난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더욱 화사해 보인다. 가족의 공용 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널찍하게 오픈 스타일로 배치했다. 부부 침실과 욕실이 한편에 있고 복도를 따라 두 딸의 방이 나란히 있다.
집 안 곳곳에는 김우리·이혜란 부부의 취향과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가구와 소품이 놓여 있다. 입주 때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3년 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공사했을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 구성과 수납이었다. 주방을 넓게 만들어 큼직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놓았는데, 크기와 높이 모두 키가 큰 부부에게 맞췄다. 이후 살면서 필요한 가구들을 바꾸고, 이혜란 씨가 직접 그린 그림을 놓으면서 지금의 집 모습을 갖췄다.
그럼에도 어쩐 일인지 두 딸의 방은 학생 때 사용하던 가구가 놓여 있다. “이제 성인이 됐으니 얼른 독립해야죠. 쟤들은 언제 나가려나 몰라.(웃음)” 아빠 김우리의 대답. 이제 막 20대 초반에 들어선 자녀들이 아직은 아이 같지만 부부는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다. 아내 이혜란 씨는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기까지는 남편과 단둘이 여행도 가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 옆에 있어주는 게 저의 목표였어요. 저는 그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이제는 너희들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요.”
아직 40대인 부부와 장성한 두 딸. SNS에서는 이 가족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난다. 20년 넘게 산 부부가 여전히 알콩달콩한 비결, 육아 선배로서 이혜란 씨에게 듣고 싶은 조언, 멋진 노후를 준비하는 법 등 사람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부부는 김우리 대표의 인스타그램 계정(@kwrhome)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들은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녀의 방송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전업주부로서 아이 둘을 키워내면서 바쁜 남편에 대한 내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녀는 단연코 집안 서열 1위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말투지만 속부터 단단한 모습이 느껴지는 이혜란 씨. 딸들에게는 늘 옆에 있어주는 좋은 엄마이자 둘도 없는 친구다. 발레를 전공하고 새로운 진로를 선택한 첫째 딸과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모델의 꿈을 키우는 둘째 딸. “어린 나이에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아이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것뿐이었어요. 아이들이 언젠가는 그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매일의 꾸준한 작은 습관이 모이면 큰 목표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말해주고 싶어요. 말뿐이 아니라 몸소 보여주기 위해 매일 아침 30분씩 벽에 기대 서서 명상을 해요. 명상을 하면서 제 몸이 좋아지는 것도 느껴 최근 시작한 일 중에 가장 뿌듯해요.”
아내의 확고한 가정교육 덕분에 자칭 ‘꼰대’ 아빠였던 김우리 대표도 점점 바뀌어갔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사회가 정한 선을 따라 커줬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면 전화로 닦달하고 그랬어요. 사실 저도 경제 활동을 책임지는 아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면서요. 아내의 훈육을 보며 ‘아, 아이를 위하는 진짜 마음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면서 배웠어요. 고리타분한 아빠의 모습을 지우려고,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죠. 지금 사람들이 보는 우리 가족만의 끈끈함, 즐거움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지금의 꽃길에 꽃이 깔리기 전까지, 수많은 가시밭길을 걸어온 이들 부부의 모습이 크고 단단해 보인다.
둘이라서 행복이 두 배
결혼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김우리·이혜란 부부는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우리 대표이지만, 시간이 날 때면 늘 우선순위는 아내다. “이제껏 아이와 함께 집에 남겨져 있던 아내에게 지금이라도 보답해야죠. 그래야 저도 노년이 행복하겠죠?(웃음) 그동안 저는 사회에서, 아내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살았어요. 결혼, 육아, 뭐든 일찍 시작한 우리 부부는 누구 하나 알려주는 이 없는 답을 찾아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래서 서로의 소중함을 잘 알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하면서 성격도, 삶도 본드로 붙인 듯이 살아왔어요.”
그럼 싸우는 일은 없겠다고 물었다. “싸워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저는 싸울 수 있으면 싸우라고 해요. 자주 싸우니까 그것도 기술이 생기더라고요. 매일 같은 방법으로 싸웠으면 아마 진작 무슨 일이 났을 거예요. 매번 다르게 변화를 주면서 싸우다 보니 그것도 재밌더라고요. 아이들 훈육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똑같은 잔소리를 하면 절대 안 들었을 거예요.”
이제 둘만의 시간이 많아진 부부는 그 시간을 여행으로 채우려 한다. 단둘이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지만, 방콕을 시작으로 시드니, 뉴욕 등 국내외 다양한 곳을 다니며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혜란 씨는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직접 그림을 그려 남기기도 한다. 좀 더 나중에는 외국에서 1년이나 2년 살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남편, 끝까지 남편을 믿고 따라준 아내. 이들 부부는 마음부터 단단한 뿌리 깊은 나무처럼 느껴졌다. 이제껏 바쁘게 살아온 만큼, 그 시간만큼 이제 아내와 가족에게 쓰고 싶다는 김우리 대표는 진짜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고 비워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 가족, 정말 열정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