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어요"
웹디자이너에서 생활협동조합 정규직으로 취업
"2013년 10월에 행복중심생협에 입사했어요. 매장에서 판매 및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매장 활동가로 일했는데, 당시엔 오전, 혹은 오후에 하루 4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무였죠. 좋은 점은 4대 보험은 물론, 연차도 쓸 수 있는 정직원이라는 거였어요. 그러다가 2014년 3월부터 북가좌 매장 점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고경아(48세, 행복중심생협 북가좌 매장) 점장은 평소 자신의 관심 분야로 취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경우다. 생협은 '생활협동조합'의 준말로 공동의 경제적·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을 말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친환경 먹을거리와 친환경 생활용품을 이용할 수 있다. 고경아 점장은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이 있던 중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생협 매장이 생기자 무작정 연락을 했다.
"제가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당시에는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무모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도 일단 도전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결혼 전에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웹디자인 일을 했어요.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까지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3년 정도 경단녀로 지내다가 집에서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했다. 웹디자인 업무는 일의 특성상 정시 퇴근이 불가능해 취직하기가 힘들었다. 홈페이지 제작의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거나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업무의 연속성이나 안정성 면에서 불안했다. 게다가 집에서 혼자 일하니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고, 주로 밤에 작업하니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낮에 밀린 잠을 자는 일상이 반복됐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고, 굉장히 재미있었죠.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 밤에 잠도 잘 오고요.(웃음)"
물론 힘든 일도 많다. 생협 매장에서 조합원을 상대하는 일은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업무와는 조금 다르다. 조합원의 이름을 부르고, 조합원 아이들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자신을 단순히 매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조합원들도 있어 상처를 받은 적도 많다. 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또 협동조합이라고는 하지만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기업이나 마트와 달리 유통 마진이 낮기 때문에 똑같은 가격으로 판다고 해도 이윤은 같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상품을 효과적으로 매출과 연결 지을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 많다. 조합원이 늘수록 양질의 친환경 제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을 늘리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가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일자리를 찾는 경단녀들에게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알면 유리하다는 거예요. 저는 컴퓨터 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문서 작업을 한다거나 매장에서 필요한 POP를 출력해 사용하거나 직접 만드는 일, 포토샵을 사용하는 등의 일이 수월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사회운동을 하는 다른 협동조합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육아하며 생각하던 아이템으로 창업했어요"
10년 경력 단절 후 1인 출판사로 창업
"한글을 배우는 학습 도서는 많은데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 책이 없어요.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움직이면서 재미있고 쉽게 한글 창제 원리를 알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1인 출판사 '책짓는달팽이'의 김현신(42세) 대표. 그래픽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 일을 하다가 10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냈다. 그리고 다시 1인 출판사를 창업해 첫 도서로 <한글이 그크끄>를 출판했다. 그녀의 창업 아이템은 두 아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울 시기가 됐을 때 아이가 왜 한글을 배워야 하는지, 글자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 물었다. 책을 찾아보다가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실린 <훈민정음 해례본>을 알게 됐다.
"저는 원래 아이들에게 뭔가 억지로 가르치거나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바탕으로 한글을 설명해주려니 어렵더군요. 그림책과 아이가 직접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 워크북 형태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고 보니 우리 아이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이런 걸 찾는 부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출판사와 이야기하려니 수작업도 많고 제작 과정이 복잡해 차라리 내가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 얼떨결에 창업까지 하게 된 겁니다."
2017년 경기 여성창업플랫폼인 꿈마루를 알게 돼 그곳에서 창업디딤돌 교육(총 18시간)과 디자인씽킹 교육(총 20시간)을 수료했다. 두 교육을 통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까지의 실무적인 전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창업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매니저로부터 공모전에 응모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한글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한글 소재의 상품 개발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죠. 마침 책을 제품화하려면 비용도 필요하고, 이 아이템이 정말 괜찮은지도 확인해보고 싶어 응모했는데 콘텐츠 분야 우수상을 받았어요. 그동안 고생한 시간을 보상받은 것 같아 정말 기뻤죠."
창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인 두 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 집에서 작업도 하고, 경기도일자리재단 내에 있는 1인창조기업지원센터의 사무실에서도 일을 한다. 엄마가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아이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촬영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아이들이 직접 모델도 해주고, 택배 포장도 도와준다. 그래서 책이 한 권 팔릴 때마다 100원씩 모델료를 주기로 했더니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늘 확인을 한단다.
앞으로 한글 관련 책을 몇 권 더 시리즈로 낼 예정인데 미국에서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는 바람에 내년으로 생각하던 해외 진출 계획이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졌다.
"창업은 취업과는 달라요. 회사를 다니면 바로 월급이 나오니 아이들 양육이나 집안일에 좀 소홀해도 돈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죠. 그런데 창업은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창업했다고 해서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정말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아니면 정말 하고 싶었던 창업을 하는 게 중요해요. 보통 주부들은 저처럼 그런 아이템이 한두 개씩은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