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 당국, 한국 기업 광고판 기습 철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대기업 관계자들과 중국 교포 등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광고판이 즐비한 창안제는 텐안먼(天安門)으로 통하는 중심 대로인 데다 SK빌딩과 LG빌딩이 자리하고 있고, 삼성과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광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교민들과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장소다.
이 광고판을 관리하는 한국 업체 IMS는 오는 2025년까지 해당 광고판을 운용할 수 있도록 베이징 시 산하 공기업과 계약을 맺은 상태였지만, 시 당국은 지난해 돌연 환경 정비를 이유로 철거 명령을 내렸다.
수백억 피해… 中 “억울하면 소송하라”
IMS는 이에 앞서 계약 만료(2017년 말)를 2년 정도 남긴 2015년 ‘항일 전승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맞춰 경관을 정비해달라’는 베이징 시의 요구에 따라 광고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데 수십억원을 들여 계약 기간을 오는 2025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계약 주체인 공기업은 지난해 갑자기 또 다시 경관 정비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IMS 측과 베이징 시 당국은 이 문제를 두고 보상 대책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베이징 시 당국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보상 대책 등에 대해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없었다”면서 “양측이 합의를 달성하지 못하자 공기업 측은 사법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만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IMS 측의 피해는 시설 투자와 남은 계약 기간 운영할 수 있는 광고, 광고주 배상을 합하면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시 당국의 이 같은 무법적 행태는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7월에도 발생했다. 지난번에는 300여 개에 달하던 버스 정류장 광고판 중 60여 개가 기습 철거됐었다. 다만, 이번 철거에 실제 광고주인 삼성과 현대·기아차는 당초 우려와 달리 큰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고 업체인 IMS와 계약이 종료된 상태였고, 광고물만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어서 실질적인 피해는 없는데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광고대행사와 수개월 전 계약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공평·법률 토대’ 외치면서 사드 보복 계속
중국 당국의 철거 행위는 표면적으로는 ‘경관 개선’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보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2017년 10월 한중 사드 합의 후 한국에 대한 보복을 풀겠다고 했지만,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적으로 정상화하지 않았고 한류 스타의 중국 방송 출연과 한국 드라마 등의 중국 내 방영도 여전히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 정세 및 무역 문제에 대한 연설에서 “해외 기업에 대해 공평하게 대우하겠다”면서 ‘평등하고 상호존중에 기초한 무역 협상’을 미국을 향해 요구했다.
또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6월 20일 19개 글로벌 기업 CEO들을 만나 “우리는 오래 지속해온 개혁개방 의지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에 점점 더 많은 해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환영하며, 시장 친화적이고 법률을 토대로 한 글로벌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분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중국 실세들이 공평과 적법 절차를 공언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여전히 사드 보복 행태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