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는 영국으로, 또 열 살에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의사가 되려 했으나 진로를 바꿔 요리사가 됐다(그는 의대를 자퇴했다). 칼을 드는 건 똑같으니까. 서울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은 전혀 없다. 영국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미국에서 청·장년기를 보냈으니 나는 거의 미국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인생 도시? 서울만큼이나 사랑하는 곳, 바로 뉴욕이다. 나의 첫 번째 레스토랑 ‘단지’가 문을 연 곳이자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뉴욕 타임스>에도 소개됐으니 영광의 도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이곳에서 들리는 도마질 소리는 나를 흥분시킨다.
뉴욕은 나의 첫 번째 레스토랑 ‘단지’가 문을 연 곳이자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이다.
이곳에서 들리는 도마질 소리는 여전히 나를 흥분시킨다.
사실 뉴욕은 생각보다 좁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민족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이 생긴다. 때론 아무런 관련 없는 수천 명의 사람이 동시에 거리를 걸어 다니는 걸 떠올리면 신기하기도 하다. 다행인 건 뉴욕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그 차이점을 수용하도록 배워왔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이 한 지역에서 평화롭게 산다.
센트럴 파크의 출퇴근 시간은 나를 설레게 한다. 뉴욕 한복판에 있는 아름다운 공원 센트럴 파크를 지나쳐가는 직장인들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브루클린의 저녁은 더 아름답다.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저녁을 즐길 수 있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잭슨 하이츠에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인을 비롯해 인도인, 파키스탄인, 티베트인 등 소수민족을 위한 레스토랑도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애정하는 음식은 할랄 음식이다. 양고기에 화이트소스, 핫소스를 버무려 먹는 음식인데 브루클린 거리에 있다. 직업이 요리사인지라 이런 음식들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뉴욕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에서만 경험한 감정, 거기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거리와 음식,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워낙 많아 셀렙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먹고살기에, 그리고 그 안에서 낭만을 찾기에도’ 충분한 도시다. 박물관, 오페라, 레스토랑, 쇼핑 등 거의 모든 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곳이 나는 참 좋다. 뉴욕은 내게 설렘의 도시이자 영광스러운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