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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이민을 생각한다

그동안은 빈익빈 부익부, 낮은 행복 지수가 이민의 이유로 꼽혀왔다. 그런데 최근 이민의 이유가 새롭게 등장했으니, 바로 미세먼지다. 나쁜 공기를 피해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환경 난민, ‘에어노마드족(Air+Nomad族)’이 늘고 있다.

On May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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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257명이 한국을 떠났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이주자가 2017년 대비 5,000명 가까이 늘었다. 2017년 1,443명이던 해외 이주자는 지난해 총 6,257명으로 집계됐다. 무려 330%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11년부터 줄곧 감소하던 해외 이주자가 7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새 거주지로 가장 많이 선택한 나라는 미국(50.8%)이다. 이어서 캐나다(17.4%), 호주(8.7%), 뉴질랜드(4.1%) 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이 최근 서점에는 이민과 관련된 서적도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떠났다> <이민을 꿈꾸는 너에게> <한국이 싫어서> 등 이민을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것을 체크하는 서적부터 이민 후의 삶을 다루는 서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많은 사람이 이민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되는 미세먼지를 피해 "이민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몇 년 사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매일 아침 집 밖으로 나서기 전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게 당연한 일과가 됐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착용하면 눈길을 끌던 마스크를 누구나 착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신조어도 생겼다. 3일간 추우면 4일간 따뜻하다는 뜻의 '삼한사온' 대신 3일간 추우면 4일간 미세먼지가 찾아온다는 뜻으로 '삼한사미'가 사용되고 있으며, 비교적 공기 질이 좋아 환기하기 좋은 날을 '환타(환기+타임을 줄인 말)'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국민이 '에어포칼립스(Air(공기)+Apocalypse(대재앙),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이란 뜻)'에 처한 것이다. 결국 미세먼지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로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에어드레서로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며 사는 대신 이민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그 형태가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이민과는 약간 다르다. 완전한 이민보다는 단기적으로라도 일단 떠나자고 생각해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장기 거주는 어렵지만 한두 달 동안 다른 나라에 체류할 수 있는 여유는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이주를 택하는 것이다. 2010년대 초 '제주 이민'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붐이 일었던 '제주 한 달 살기'가 외국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른바 '에어노마드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유목민처럼 거주지를 옮기며 공기의 질이 좋은 곳을 찾는 것이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은 영어권 국가인 뉴질랜드, 하와이, 호주 등으로 떠난다. 최근 '해외 영어 캠프 한 달 살기' 붐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해외 '한 달 살기' 열풍

그뿐만 아니라 물가가 저렴한 말레이시아·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도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곳은 말레이시아다. 낮은 물가와 안전한 치안, 높은 교육 수준과 낮은 이민 조건으로 은퇴를 앞둔 50~60대와 어린 자녀를 둔 30대가 떠나기에 제격인 곳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비자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비자는 'MM2H(Malaysia My Second Home)'이다. 이 비자를 받으면 10년간 체류할 수 있으며, 특별한 조건 없이 10년 단위로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영주권이나 마찬가지인 셈. 반대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만 21세 이하의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동반할 수 있다는 것. 함께 온 자녀는 국제학교에 입학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또 말레이시아 내에서는 상속·증여세가 면세되며 국외 소득도 면세가 된다.

MM2H 비자는 50세를 기준으로 조건이 나뉜다. 50세 미만은 현금 자산으로 50만 링깃(약 1억 3,900만원) 이상, 월소득 1만 링깃(약 270만원)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50세 이상의 경우 현금 자산 35만 링깃(약 9,700만원) 이상, 월소득 1만 링깃(약 270만원) 이상으로 조건이 완화된다. 비자 승인을 받으면 말레이시아 현지 계좌에 일정 금액을 예치해야 하고, 신체검사와 보험 가입을 해야 한다. 예치금은 만 50세 미만은 30만 링깃(약 8,300만원), 만 50세 이상은 15만 링깃(약 4,100만원)이다. 이때 예치한 금액은 1년 동안 인출할 수 없고, 1년 뒤부터 주택 매입이나 차량 구입, 자녀 교육비를 명목으로 부분 인출할 수 있다. 이 비자의 경우 투자나 사업 행위는 가능하지만 말레이시아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민을 고민하십니까?

나날이 심해지는 미세먼지의 공격에도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먼센스> 독자들은 이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4월 4일부터 12일까지 165명의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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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05월호
2019년 05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