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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웃긴 놈 의리 있는 놈

지상렬을 조만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분위기 좋은 포장마차에서 뜨거운 소주와 함께.

On May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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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핑크 슈트 코스, 프린팅 셔츠·선글라스 모두 자라.

다크 핑크 슈트 코스, 프린팅 셔츠·선글라스 모두 자라.


오랫동안 지켜봐온 그는 참 변함없는 사람이다. 여전히 안경을 들춰 글을 읽고, 아직도 술과 낚시를 즐긴다. “요즘 누가 폴더폰을 쓰냐”는 핀잔을 들어도 폴더폰을 고집하고, 수첩을 들고 다니며 습관적으로 메모를 하는 아날로그적 라이프도 여전하다.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메이크업 스태프도 똑같다. “야잇!” 하는 특유의 친근한 목소리까지…. 아무튼 한결같다.

“오늘 화보 콘셉트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내 나이 오십에 이렇게 젊은 감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이럴 땐 연예인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잖아요.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삶 말예요. 제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어디 가서 ‘상렬 씨 팬이에요’라는 말을 듣겠어요. 물론 직업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좋을 때가 더 많아요.”

근황부터 이야기하자면 최근에 이태곤, 정두홍, 김진우, 윤보미와 낚시 여행을 다녀왔다. SBS <전설의 빅피쉬>라는 프로그램인데 태국 바다 한가운데서 펼치는 리얼 낚시 예능이다. 지상렬은 연예계 숨은 낚시왕이다. 본인 말로는 바다(인천) 태생이라 그렇단다. 섬사람이 물질을 하고, 산사람이 산삼을 캐는 것처럼 바닷사람은 낚시를 잘할 수밖에 없는 DNA를 타고났다나.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어요.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에 가서 물고기 잡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죠. 다섯 살 때였나? 커다란 잉어가 제 손목 줄에 매달린 떡밥을 물고 끌고 가는 바람에 물속에 빠졌는데, 아버지가 건져서 겨우 살았어요. 그때의 어린 소년이 50살이 되어 운명처럼 ‘빅피쉬’를 만난다는 게 설렘 그 자체죠. 이번엔 잡는 기쁨보다 방생하는 기쁨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뭐든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한 거잖아요.”

이번에 지상렬의 낚시 메이트는 이태곤이다. 연예계 대표 강태공이자 지상렬의 솔메이트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었는데 ‘쿵’ 하면 ‘짝’ 하는 찰떡 호흡이 왠지 심상치 않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죽이 잘 맞는 덕에 두 사람은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촬영을 마쳤다.

“저는 묵직한 스타일의 사람이 좋은데 태곤이가 딱 그래요. 털털하고 활달하면서 한편으론 묵직한 힘이 있는 사람이죠. 일할 땐 요령 피우지 않는 모습이 좋고,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요? 여보, 당신, 마누라 같은 사이예요. 최근에 광고를 찍었는데 사진 작가님께서도 ‘보통 친하지 않으면 이 정도의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이쯤에서 지상렬에게 낚시의 매력이 뭔지 물었다.

“낚시요? 낚시는 인생이랑 똑같아요.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낚시도 입질이 왔을 때 딱 낚아채지 않으면 물고기가 미끼를 물고 달아나요. 우리 삶도 그렇잖아요. 어물쩡거리다가 눈앞에서 기회를 놓쳐버리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죠. 그러다가 아주 귀한 황금 같은 기회를 만나면 그 사람은 승승장구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낚시를 하고 있으면 인생을 생각하게 되죠. 겸허해진다고 할까요. 좋아하는 술도 단번에 끊을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있는 게 낚시예요. 도박꾼, 마약 중독자들이 그 유혹을 이기기 위해 낚시를 한다고 해요. 낚시만큼 중독적인 게 없어요.”
 

그가 사는 이야기

1996년에 데뷔한 지상렬은 올해로 데뷔 24년 차 개그맨이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표작과 유행어가 그의 활발한 활동을 방증한다.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안습(안구에 습기 찬다는 뜻의 은어)’, ‘고막 깡패’와 같은 표현을 처음 만든 주인공이 지상렬이다. 그렇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온 지난 24년. 지상렬의 요즘은 그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스케줄이 빼곡하다.

“주위에서 물어요.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요.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네요. 인터뷰도 많고, 광고도 찍고…. 행복해요. 나이 오십에 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일을 많이 하고 안 하고, 돈을 많이 벌고 안 벌고를 떠나서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일이죠. 특히 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에겐 더더욱 그렇고요.”

지상렬은 올해에만 벌써 4개의 프로그램 촬영을 마쳤다. 올 초 정글에 다녀온 이후 태국으로 건너가 <전설의 빅피쉬> 녹화를 마쳤고, 유튜버 감스트와 함께 <님은 부재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밑바닥에서부터 갈고닦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미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저 나름대로 괜찮게 살았구나’ 싶어요. 수·우·미·양·가로 따지면 미 정도는 되는 것 같달까요. 중학생 때 월미도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그때 삿갓 쓴 할아버지에게 사주를 봤는데 그 할아버지 말씀이 ‘50살 넘어서 잘된다’는 거예요. 절망했죠. 앞으로 37년을 더 살아야 잘된다는 거잖아요.(웃음) 근데 그 말씀이 딱 맞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일이 잘 풀린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지상렬이 열심히 사는 이유는 하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은 아주 소소한 마음, 그게 바로 지상렬을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주 작은 바람이지만 어쩌면 큰 소망일 수도 있어요.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안주에 소주 한잔 사줄 수 있는 여유. 돈이 없어 못 사는 게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 못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금전적인 걸 떠나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고 싶다는 거예요.”

지상렬은 이어서 그가 원하는 삶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응당 변하는 게 사람이죠. 하지만 저는 최대한 변하지 말자는 주의예요.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사람이 되자, 될 수 있으면 본연의 스타일을 바꾸지 말자고 생각하죠. 다시 말해 사람은 결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 흉내 내다가 양손을 다 못 쓰게 되는 것처럼 내가 그렇지 않은 걸 억지로 포장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거든요. 전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분수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몇 해째 폴더폰을 고집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폴더폰이 편하고 저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생각과 철학이 함께 나이 들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지상렬은 모든 순간 노력한다.

“‘내가 벌써 50살이라고?’ 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시간이 이렇게 빨라요. 전 ‘편안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환영받는 사람요. 그러려면 꼰대스럽지 않게 잘 늙어야겠죠.”

삶의 철학, 인생의 계획은 이렇게나 확고한데 정작 방송인으로서의 계획은 없다. 흐르는 대로, 순리에 맡기는 게 지상렬만의 방송 철학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요. 방송이라는 게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의지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안 순간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어요. 다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방송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것도 제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요.(웃음) 그만큼 작은 일에도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겠죠.”

개그맨으로서 욕심을 부려보자면 ‘지상렬 쇼’다. 그동안 숱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왔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

“‘이름을 내걸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특히 어머니, 아버지들이 좋아해주시는데 그분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꼭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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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릴랙스 팬츠 코스, 플립플랍 샌들 어그.

오늘도 달리는 지상렬

지상렬 하면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소주 한 짝을 옆에 두고 숫자를 세어가며 술을 마셨다는 일화가 연예계에 전설처럼 내려온다. ‘술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게 지상렬의 지론이다.

“솔직히 그래요.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유쾌하고, 솔직하고, 위트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술을 못 마시는 것과는 또 달라요. 술 못 마시는 사람 중에도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또 딱 제 스타일이에요. 술의 매력요? 그 사람의 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것 같아요.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잘 마시는 게 아니라, 취했을 때 진짜 성격이 나오는 거거든요. 저는 소주를 함께 마셔보고 ‘아 이 사람은 평생 갈 수 있겠다’ 혹은 ‘이 사람은 아니다’를 판단해요.”

왜 하필 소주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심히 ‘지상렬스럽다’.

“어릴 땐 치기 어린 마음에 양주도 마셔보고, 위스키나 와인도 마셔봤죠. 아…. 술값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술값을 감당할 재량이 없어 소주로 갈아탄 것뿐이에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하고. 이만한 벗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술을 사랑하고, 술자리를 애정하고, 술자리에서 오가는 ‘삶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는 잦은 술자리에도 건강을 지키는 노하우로 ‘생각’을 꼽았다. 생각이 몸을 이길 수 있다는 일종의 자기 암시가 자신의 숙취 해소법이라고.

“아직까진 정정합니다.(웃음) 다만 나이 들면서 변한 게 있다면 촬영 전날엔 조심한다는 거예요. 예전엔 전날 잔뜩 마시고 다음 날 촬영해도 거뜬했는데 이젠 안 되겠더라고요. 그런 저를 위태롭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요.(웃음)”

지상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어머니다. 그는 늦둥이인 데다 어려서부터 워낙 끼가 많았던 터라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어머니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치셨고, 늘 베풀라고 하시죠. 어머니는 지금도 제 인생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세요.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여자를 아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마인드를 심어주신 분이에요.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늘 차고 다녀요. 시계를 볼 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초심을 다잡죠.”

지상렬은 물건 하나를 택배 보낼 때도 직접 우체국에 가서 전표를 작성해 택배를 보낸다. 카카오톡 메시지보다 문자 메시지를, 문자 메시지보다 종이에 적은 손글씨 메시지를 선호한다. 스마트폰이면 터치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은행 업무도 굳이 근처 은행을 찾아가 처리한다. 편안한 게 싫어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인생 철학이 담긴 작은 실천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조아라
헤어&메이크업
송아름
제품협찬
키스마이하우스
2019년 05월호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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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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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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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