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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쌩쌩 부는 부동산 시장

지난해 치솟던 부동산 시장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 규제가 이뤄지면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On March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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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좀 더 가격이 떨어지면 산다며 선뜻 거래하는 사람이 없어요. 원래 봄 이사철에는 꽤 거래가 있는데 요즘엔 뚝 끊겼어요. 부동산 중개업이 거래가 성사되어야 돈을 버는 직업인데 거래 성사가 안 되니까 돈을 못 벌고 있어요. 간혹 가격을 확 내린 물건 정도만 나가요.”

3월 6일 찾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적다”며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학군과 교통 요지로 꼽히는 곳인데도 부동산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손님이 없어 아침부터 TV 뉴스를 틀어놓은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대치동이 강남 8학군으로 유명하고 경기고, 휘문고 등이 대학 잘 보내기로 유명해 신학기가 되면 꽤 사람이 찾거든요. 근처에 학원도 쫙 늘어서 있으니 여기가 원래 인기 지역인데 손님이 없어 큰일이에요.”
 

시세 대비 가격 싼 급매만 거래 이뤄져

일주일이 지나서 찾아간, 학군 좋기로 유명한 강북 지역의 노원구 중계동의 B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계동 은행 사거리, 여기에 학원이 수백 개이고 불암고, 서라벌고, 영신여고 이런 데서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거든요. 그래서 학원 보낸다고 시간 되면 승합차 지나가고 막 그랬어요. 근데 요즘에는 애들이 줄어서 그런지 학원도 문 닫는 것 같고, 아파트도 안 나가는 거예요. 원래 중계동 여기 대단하거든요. 근데 안 팔려요. 워낙 정부에서 아파트값 잡는다 뭐한다 하니까 이제 좀 더 기다리면 더 가격이 빠지겠거니 하면서 기다리는 것 같아요. 거래가 되어야 하는데 하루 종일 앉아만 있다가 가는 거예요. 답답하죠.”

한산한 것은 비단 아파트 단지만이 아니었다. 오피스 빌딩으로 가득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C부동산 중개업소와 D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을 때도 손님은 한 명도 없는 상태였다. 역삼동의 C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제일 가격이 싸다고 볼 수 있는 25평 전세가 약 2억 5,000만원인데 작년 초만 해도 이 가격이면 그래도 저렴한 편이라면서 잘 나갔는데 안 나간 지 한참 됐어요. 그나마 오피스 임대는 계약이 띄엄띄엄 이루어지고 있어서 유지는 하고 있는데 예년에 비해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D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테헤란로 쪽 거리에는 주로 상업용 건물이 많고 입지나 상권이 좋다 보니 거래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직원을 2명을 데리고 있다가 1명으로 줄였어요. 아무래도 인건비가 부담돼서 직접 일을 더 많이 하고 조금 덜 버는 쪽으로 바꿨죠. 비싸진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팔 생각 없어, 오를 것이라 기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9·13대책이 발표 후 6개월을 넘어선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봄 이사철임에도 거래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9·13대책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매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매수 의향이 있는 수요자들은 급급매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그 가격엔 안 산다”며 돌아서고 있다.

3월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을 시작해 18주 연속 떨어졌다. 월간 통계로는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0.89% 떨어졌다. 강남구가 2.92%, 송파구가 2.07% 하락하는 등 강남 4구 아파트가 2.10% 내리며 약세를 주도했다.

없어서 못 판다고 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76㎡가 지난해 9월 최고 18억 5,000만원까지 팔렸으나 최근 3억〜4억원 이상 싸게 나온 급매물만 거래가 성사됐다. 은마아파트 1층은 최근 14억원에 거래됐고, 4층이 14억 8,000만원, 12층과 13층이 각각 15억원, 15억 4,5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은마아파트 인근의 E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구의 요지에 위치한 아파트라 이 정도 팔리는 것이지 다른 데는 더 힘들다고 들었어요. 집주인이 높은 가격을 받고 싶어 세게 부르면 그런 높은 가격은 아예 찾지를 않죠. 같은 아파트에 층이 좀 낮아도 저렴한 것을 선호해 그쪽으로 연결해달라고 하기 때문에 높게 부르면 거래가 쉽지 않을 거라고 집주인에게 미리 귀띔해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치 보기 장세가 계속되며 호가 하락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재건축과 달리 일반 아파트는 실수요도 많다 보니 급매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가격 낙폭도 크지 않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9·13대책 발표 이후 4개월간 0.89% 떨어졌다 해도 대책 발표 직전 4개월(2018년 5〜9월)간 3.25%, 직전 1년간 9.18%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하락폭이 미미한 상태다. 대기 중인 매수자들도 최근 집값 하락 소식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매가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40대 주부 김 모 씨는 “뉴스에서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 혹시나 해서 물어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내려가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작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을 대대적으로 개발한다고 했던 것도 있고 몇 년 더 기다리면 그래도 집값이 확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굳이 사는 데 불편하지 않으니 참고 몇 년 더 기다릴 생각이지 당분간 아파트를 팔 생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의 아파트 주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60대 은퇴자인 박 모 씨는 “은퇴하고 나서 이제 일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갖고 있는 거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예요. 아무리 텔레비전에서 집값 떨어진다고 떠들어도 팔 수는 없죠. 집 소유주이기 때문에 약간 손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제 와서 어디로 이사를 가기도 뭐하고 굳이 경기도나 인천 쪽으로 갈 생각은 없고, 또 사는 곳 주변이 익숙하지 이제 어디로 이사하기에는 좀 늦은 것 같아요.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그냥 이러니저러니 해도 갖고 있는 것이 나중에 유리하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임 모 씨는 “지금 당장은 이사할 생각은 없고 다만 가격이 좋고 좀 더 오르면 이사할 생각은 있죠. 아무래도 몇 억을 앉은자리에서 벌 수 있는 방법이 부동산밖에 없는데 돈 되고 기회 되면 갭 투자도 할 생각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대출도 막혀 있고 하니까 나중에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노려볼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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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당분간 부동산 하락 가능성 커”

하락세를 지속하던 전세 시장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반짝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최환석 팀장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을 지난해부터 유지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와 하반기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좀 더 내도록 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서 부동산 매수자 심리가 회복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현재까지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대책이 계속되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많이 하락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기조가 유지된다면 특별하게 호재나 개발 이슈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았을 때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서울 강남구의 경우에는 개포를 비롯해 입주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입주 물량이 끝나면 다시 보합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강동구는 내년까지도 입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전세가보다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유지되거나 적어도 부동산 가격이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CREDIT INFO
취재
양혜원 기자(여성경제신문)
사진
문인영 기자(여성경제신문)
기사제공
여성경제신문
2019년 04월호
2019년 04월호
취재
양혜원 기자(여성경제신문)
사진
문인영 기자(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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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