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쉼표
“머무는 공간이 곧 삶이다”라는 말처럼 아파트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신우종·고은영 부부를 만났다. 성북동 골목 끝, 생애 첫 주택살이를 시작한 부부의 얼굴은 참 밝았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찾기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인사부터 건네는 부부의 인상이 너무 맑아 전문직군에 종사하는 서울 토박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대학생 같은 풋풋함을 지닌 부부는 이 집이 자신들의 첫 주택살이라 했다.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다 층간 소음을 견딜 수 없어 주택살이를 선택했어요. 바로 시작하기는 어려워 성북동 근처 빌라에 머물며 예행연습을 한 뒤 지금의 집을 구매했죠.”
둘러본 여러 집보다 깨끗해 지금의 집을 선택했지만 스타일링이 필요한 것 같아 옐로플라스틱을 찾았다. 나무와 돌, 자연의 물성이 잘 드러나고 탁 틘 개방감이 있는 서울 속 전원주택을 꿈꾸는 부부를 위해 옐로플라스틱 황상아 디자이너는 어두운 바닥재와 천장 일부를 철거하고 공간의 밑그림부터 다시 그렸다. “일반 주택에 비해 층고가 낮아 골조 노출이 불가피했지만 원목 바닥재와 잘 어우러져 내추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이닝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세로로 긴 집 구조의 특성을 살려 볕 드는 거실에 다이닝 테이블을 놓고 소파 역시 TV가 아닌 정원을 마주 보는 방향으로 배치해 부부가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했다. 음악을 끄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환경 덕분에 까치의 지저귐도,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다 듣게 됐다는 부부. 정원에 직접 심은 꽃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돌아서면 생기는 잡초 때문에 집안일은 배로 늘었지만 그만큼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나날이 더해져 집이 머무는 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됐다.
이 부부가 사는 집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부부 각자에게 독립된 공간이 필요해요.” 황상아 디자이너는 개인별 맞춤 휴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층과 공간에 맞춰 컬러와 자재를 따로 배치했다. 클래식하고 내추럴한 무드를 선호하는 남편과 비비드한 컬러와 디테일이 가미된 프렌치 무드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반영해 공용 공간인 1층은 화이트 컬러와 우드로, 프라이빗한 2층은 프렌치 무드가 가미된 컬러로 연출했다. 공부가 일상인 부부에게 각자 취향에 맞는 개인 서재도 제안했다. 정원을 좋아하는 아내에게는 볕이 잘 드는 1층 공간을, 별 보기를 즐기는 남편에게는 2층 테라스 옆방을 서재로 선물한 것. 덕분에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돌아와 부부는 각자의 공간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 뒤 거실에 나와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고, 건강한 식재료로 식사를 준비하며 정담을 나누게 됐다.
요즘처럼 볕이 좋은 계절에는 정원과 테라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부부. 멋진 정원수가 심어진 마당에 나가 잡초를 뽑고, 까치가 흐트러트린 이끼 정원을 다듬으며, 꽃이 피고 새와 고양이가 찾아와 뛰노는 모습을 함께 보며 매일 웃고 놀라는 탓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석양이 져 밤이 되면 까만 밤하늘과 별을 보며 열심히 보낸 오늘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부부. 집을 옮긴 후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추억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부부의 일상이 좀 더 특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