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유토피아
마천루가 길게 뻗어 있는 도심 중심가에 위치한 초고층 건물에 자리한 박지운·남지은 씨의 집은 부부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 세 식구가 살고 있는 공간이다. 일 년 전 부부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와 맞벌이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도심 중앙에 있는 주상복합형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했다. 통창 가득 쏟아지는 볕과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전망에 반해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부부는 그림처럼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 같은 집을 원했다.
가지고 있는 인더스트리얼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사용해 리모델링하고 싶었던 부부는 여러 업체를 수소문하다 동일한 구조의 집을 시공한 경험이 많은 플랜이공일의 김보정 실장을 만났다. 부부로부터 원하는 집의 이상적인 모습을 전해 들은 김보정 실장은 채광과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하기 위해 마감재와 내장재 철거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거실과 주방 사이를 가로막은 답답한 벽을 없애고 오크색으로 씌워진 창틀과 바닥재의 색을 각각 화이트와 그레이 컬러로 바꾸는 등 공간의 밑그림을 정돈했다. 벽이 있던 자리에는 아일랜드 식탁을 들여 주방에서 요리하면서 창밖 풍경을 보거나 거실의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식탁, 소파, 오디오, 침대 등 모든 집 안의 가구를 창가에 배치해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풍경을 언제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일까? 회사에서 돌아와 잠들기 바빴던 맞벌이 부부의 생활이 달라졌다. 바에서 즐기던 위스키를 사 와 부부가 함께 마시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주말이면 지인들을 불러 홈 파티를 하는 등 회사와 집만 오가던 부부의 단조롭던 일상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놀자
집에서 누리는 휴식이 중요한 키워드인 박지운·남지은 부부는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평소 음악 감상 좋아하고 싱글 몰트를 즐겨 마시는 박지운 씨는 작은 바 테이블과 음악 감상실을, 독서와 요리가 취미인 남지은 씨는 아일랜드 식탁과 책장이 있는 침대를 들였다. 종일 외부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인 탓에 보통은 밖에서 즐기는 취미 활동을 집에서 함께 하기로 한 것.
이사 오며 새로 장만한 가구는 플랜이공일의 김보정 실장과 함께 고민해 선택했다. 10년 가까이 사용한 기존 빈티지 가구와 부부의 취향을 살릴 수 있는 절충점을 찾다 보니 철재와 목재가 더해진 모던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가구를 추가로 구입하게 됐다. 부부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한 김보정 실장은 부부가 자신들의 공간을 재밌게 채워갈 수 있게 적절히 비우고, 덜어내는 일에 신중을 기했다. 이 집의 포인트 인테리어를 묻는 질문에 “믹스매치”라고 답한 그녀는 기본적인 가구와 소품을 사용해 부부의 취향이 공간에 잘 드러날 수 있는 스타일링에 집중했다. “집은 꾸민 이가 아닌 가족이 사는 공간이잖아요. 각 공간을 사용하는 이의 취향에 따라 고른 소품과 오브제로 꾸몄을 때 비로소 완전한 집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창가 옆, 침대 발치 등 자투리 공간이지만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운 순간, 일상이라는 추억이 쌓여 가족만의 완전한 집이 되죠.” 물론이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순간이라도 반짝이는 나만의 시간으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낯선 공간, 물리적인 공간이었던 집이 차츰 내 집, 우리 가족의 집이 된다. 중요한 건 집도 옷처럼 내게 꼭 맞을 때 만족감이 높고, 소소한 행복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박지운·남지은 부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