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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혜에 대하여

그녀는 맑고, 선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On December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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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슬립 톱 문초이, 옐로 실크 팬츠 레너드, 네이비 슈즈 포멜 카멜레.

아이보리 슬립 톱 문초이, 옐로 실크 팬츠 레너드, 네이비 슈즈 포멜 카멜레.



단발머리가 잘 어울려요.

단순한 이유로 잘랐어요. 사람들이 자르라고 해서.(웃음) 나이 들면 긴 머리가 안 어울리잖아요.


어느덧 40대가 됐네요.
요즘 들어 진즉 '관리'를 할 걸 하는 후회가 들어요. 다이어트도 어릴 때 했어야 했는데, 40대의 다이어트는 체력전이네요. 최근엔 립스틱과 볼터치 제품을 하나 구매했어요. 생기용 아이템이죠. 맨얼굴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오랜만에 하는 화보 촬영은 어땠나요?
첫 컷을 보고 마음에 들면 화보 촬영 내내 마음이 편해요. 아니면 찍는 내내 불안하죠. 오늘은 편했어요. 평상시 못 입는 의상도 입어보고, 포즈도 시크하게 취해보고요. 예전엔 제 이미지와 다른 콘셉트의 화보나 역할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재미있어요.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다고 생각해요?
안 튀는, 고요한….


평소 옷에 관심이 많나요?
계절이 바뀔 때 옷을 사는 정도예요. 오늘처럼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하다가 예쁜 의상이 있으면 사기도 하고요. 요즘은 슈트에 빠졌어요. 어렸을 때는 슈트가 어색하고, 더구나 팬츠 슈트는 키 큰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손이 가더라고요. 흰 원피스를 입어도 더 이상 청순하지 않다는 걸 알아서겠죠.(웃음)


여배우니까, 나이에 대한 강박도 있겠죠?
작품 속 역할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삶은 더 편해졌어요.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많은 것에 집착하며 살았더라고요. 올해 쌍둥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1학기 내내 전쟁 치르듯 학교에 보냈어요. 숫자며 한글이며 선행학습을 안 시켰는데, 학교에서 덧셈, 뺄셈 진도를 일주일 만에 나가는 거예요. 애들도 힘들고, 저도 힘들었는데, 1학기가 지난 다음에 내려놨어요. 글씨 예쁘게 안 쓰면 어때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한글 깨치고, 뺄셈하면 어때요? 선생님한테 스티커 못 받으면, 숙제 한 번 안 해 가면 어떻고요? 결국 아이를 위한 집착이 아니고 나에 대한 집착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똑똑한 엄마이고 싶었나 봐요.


선행학습을 안 시킨 건, 교육적인 소신이었겠죠?
아이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창의력이에요. 그래서 선행학습을 안 시켰어요. 학교 교육은 획일화돼 있잖아요.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휘둘렸고, 조급증이 생겨 아이들을 힘들게 했어요. 아이들 입장에선 그동안 칭찬받고 살았는데, 학교에서는 뒤처지는 학생이 되니까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았죠. 1년이 지난 지금 와서 돌아보면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간에 흔들려 선행학습을 시키면 그동안 열려 있던 창의력이 무너지더라고요.


초보 학부모의 치열함이 전해지네요.
그래서 책을 쓰고 싶어요. 초등학교 입학에 관한 책이오. 거의 없더라고요. 유치원 다닐 때는 보육, 학교에 입학하면 교육이잖아요. 세상에 발가벗겨 보내는 기분이에요.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르쳐서 보내야 하는데,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엄마도 아이와 같이 1학년인 거죠.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이 있나요.
음, 교육이에요.(웃음) 어느 동네에서 살아야 할지, 그리고 집의 형태까지 고민이에요.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도 살아봤는데, 저랑은 맞지 않더라고요. 또 아파트에 살면 귀가 얇아져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게 되고…. 아이들 교육 문제는 늘 어려워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어요.
5년 됐어요. 프로그램도 좋지만 사람들이 참 좋아요. 사적으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북한 미녀'들도 있지요. 개중에는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제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 그녀들의 진실된 눈빛이 저는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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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벨벳 백리스 톱 자라, 데님 팬츠 브렌다브렌든, 블랙 스웨이드 부츠 모노톡시.


워킹맘으로 사는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힘들죠, 혼자 해야 하니까. 다행히 저는 제가 일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감사한 직업을 가졌어요. 물론 육아를 혼자 하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불안한 건 있어요.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수입이 없어지면 어쩌지? 혹자는 저를 안쓰럽게 보기도 하지만, 저는 담백하게 생각했어요. 예전에 쓰던 것보다 아껴 쓰고, 아이들에게도 절약하는 법을 생활 속에서 가르쳐주자, 하고요. 그동안 좋은 조건의 사람과 결혼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지냈던 것도 맞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간 지금도 나쁘지 않아요. 더 열심히 살면 되잖아요.


싱글 라이프는 어떤가요?
편해요. 신경 쓸 일이 많이 줄었죠. 이혼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됐어요. 숨기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그 사이 스트레스를 조금 받았어요. 한편으로는 기자님들이 알아도 안 쓸 것 같다는 믿음도 있었어요. 어렸을 때 인터뷰하면 기자분들과 서로의 연애사부터 시작해 서너 시간 얘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행여 내 약점을 안다 해도 수첩을 덮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느낀 게 많았어요. 진심은 통하는구나, 하는. 그래서 전 인터뷰할 때 내 마음을 숨기지 않아요. 그래서 저와 한 번쯤 인터뷰한 기자님들은 행여 이혼 사실을 알아도 기사화하지 않을 걸 알았고, 기사로 쓴다 해도 팩트만 간략하게 쓸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유치원 엄마들에게 슬쩍슬쩍 이혼 얘기를 비치긴 했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나요?
하나하나 챙겨 보는 스타일이에요. 뭐랄까, 대중이 제게 배신감을 느낄 줄 알았어요. 그리고 악플이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 고맙고 삶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경험이 됐어요. 저는 일을 어렸을 때부터 했어요. 그래서 대중에 대한 믿음이나 감사함이 덜했어요. 내가 안 되면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그게 겁나서 무조건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죠. 이번에 기사와 댓글을 보면서 내 편이 돼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대중을 오해했다는 죄책감도 들었고요. 그동안 기사 한 줄에 마음 아파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냈는데 그렇게 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오해였답니다.(웃음)
한편으론 더 착하게,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의 눈치 보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살았고, 또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내가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조용히 살았던 게 득이 되는 날도 있구나, 내가 살아온 것에 억울해하지 말고 감사하게 여기자, 싶었어요.


박은혜 씨에 대해 연예 관계자들 대부분이 "착하다"라고 말해요.(웃음)
저는 언쟁이 싫어요. 안 좋은 일에 휘말리는 것도 싫고, 조용히 소박하게 안 튀게 살고 싶어요. 물론 화도 내요. 우리 매니저는 알 텐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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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터틀넥 감각 캐시미어, 네이비 와이드 팬츠 손정완.

네이비 터틀넥 감각 캐시미어, 네이비 와이드 팬츠 손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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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셔츠 코스, 아이보리 팬츠 르917.

아이보리 셔츠 코스, 아이보리 팬츠 르917.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중·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밥 먹고 수다 떨면서 풀어요. 어릴 때 친구들이 가장 편해요.


전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고 들었어요.
문자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래요. 주변에서 그런 절 보고 "미드를 많이 보더니 마인드도 미국 사람"이라고 농담을 던지지만, 잘 지내면 좋잖아요. 억하심정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저야 늘 아이들이 걱정이죠. "엄마, 우린 왜 아빠와 같이 안 살아?" 하면 "아빠가 바빠서 그래"라고 말을 하지만 마음은 아프죠. "우리 세 식구, 똘똘 뭉쳐서 살아야 돼"라고 하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우린 네 식구야!" 그래요. 아이들도 서서히 눈치를 채겠죠. 마음 아프지만 스스로 인정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제가 절대 하지 않는 건 아빠를 나쁘게 말하지 않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늘 "우리 가족은 서로를 모두 사랑하지만 함께 살지 않는 것일 뿐이야"라고 해요. 저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 아빠가 잘되길 바라고, 지금처럼 멋진 아빠이길 바라요.


헤어진 후에도 온 가족이 만나 식사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죠.
이혼 후 처음 다 같이 밥을 먹는 자리였는데,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거예요. "집에 언제 가요?" "엄마랑 같이 가요?" 자길 두고 갈까 봐 불안했나 봐요. 그렇게 몇 번 같이 밥을 먹은 뒤엔 그 자리를 너무 행복해하는 거예요. 드라마를 보면 이혼 후 20년이 지난 뒤에 아이들 앞에 불쑥 나타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제가 전남편을 불편해하면 아이들도 눈치를 봐요.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요. 이 삶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구나,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어느 부부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결혼 생활은 만만치 않죠?
헤어질 게 아닌데 싸우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화해하기까지 노력과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큰 소리를 내본 적도 없어요. 문제가 생기면 "미안해"라고 말했어요. 그게 화근이었죠. 이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격 차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성격 차이예요. 결국 한 사람은 참고 살게 되잖아요. 스스로 참고 산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결혼 생활은 힘들어져요. 싸우더라도 감정을 풀면서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직업이 연예인이니까 이혼 자체가 무서웠어요. 식구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무섭고, 사람들의 시선도 무서웠고요.


행복이란 뭘까요?
아무 일 없는 것.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어느새 연말이네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고, 얻은 것도 많은 한 해였고, 그래서 잊지 못할 한 해였어요. 가정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학부모가 된 해이기도 하잖아요. 그 과정 속에서 성숙해졌고, 간절함도 생겼어요. 더 열심히 살 거고, 더 행복해질 거예요.


걷기 좋은 가을날이었다. 하늘은 청명했고, 적당히 찬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이 아름다운 가을을 그녀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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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슬립 톱 문초이, 아이보리 코트·코듀로이 팬츠 모두 레바캉스, 이어링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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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체크 재킷·팬츠 모두 클루드클레어,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희준
스타일링
김기동
헤어
수희(에이바이봄)
메이크업
조혜영(에이바이봄)
2018년 12월호
2018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김희준
스타일링
김기동
헤어
수희(에이바이봄)
메이크업
조혜영(에이바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