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할 수 있다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는 방범용 CCTV, 차량용 블랙박스 등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로 몰래 촬영된 영상을 말한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엔 몰래 촬영한 연인과의 사생활 영상을 빌미로 협박하는 일명 ‘리벤지 포르노’가 이슈가 되면서 몰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몰카의 생산, 판매, 유통은 불법은 아니다.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전자파 허용 기준은 833mG인데, 몰카의 전자파는 기껏해야 2mG이다. 전자파 수치만 통과하면 유통 시장에서 몰카는 단순 가전제품으로 통한다는 말이다. 덕분에 몰카는 더 작아지고, 더 선명해지고, 더 교묘해지고 있다.
몰카가 가장 많이 설치된 장소는 단연 모텔이다. TV 전원 버튼, 액자, 리모컨, 거울, 화재감시기 등에서 몰카가 발견되곤 한다. 충격적인 건 모텔에 구비된 스프레이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다음이 공중화장실이다. 화장실 문이나 휴지걸이 등에 쓸데없이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은 의심해볼 만하다. 최근에는 화장실 휴지통 위 쓰레기를 위장한 컵이나 물티슈 케이스 등에서도 몰카가 발견되곤 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몰카의 성지로 꼽힌다. 휴게소 한편에 걸린 액자에서 몰카가 발견되기도 했다.
몰카 도청 탐지의 달인 손해영 서연시큐리티 대표가 의뢰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가장 황당한 발견 장소는 샤워기 헤드다. 아내의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해 남편이 설치한 건데 물을 틀어도 녹화되는 방수 몰카는 처음이었던 것. 최근에는 물병이나 콜라병 등에 넣은 채로도 촬영이 가능한 방수 몰카가 유행하고 있다. 손 대표는 ‘모나리자’의 눈동자에 심어진 몰카를 발견한 적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촬영된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 저장돼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거래된다. 실제로 지난 7월 계획적으로 몰카를 설치하고 다량의 몰카 영상을 보유한 남성 B씨가 경찰에 검거된 사례도 있다. 그는 2014년부터 서초구 인근 모텔 3곳에 CCTV 총 17대를 설치했다. 주로 TV 하단부, 스피커 등에 초소형 몰카를 숨겼다. 그렇게 설치된 영상은 와이파이를 통해 B씨의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됐다. 경찰은 B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2만여 개의 영상을 저장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건 B씨가 사이트를 통해 영상을 판매, 유통한 증거를 찾지 못해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졌다는 것. 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찍힌 모습이 온라인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처분은 생각보다 가볍다.
셀프 몰카 확인법
▲ 휴대폰 카메라에 빨간색 셀로판지를 붙이고 동영상 촬영을 했을때 ‘반짝’하는 빛이 포착된다면 ‘몰카’일 가능성이 높다. ▲‘거울 몰카’에 손가락을 대보면 반사된 손가락과 내 손가락 사이에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거울은 2mm 정도의 공간이 생긴다.
셀로판지
적외선 탐지기와 같은 원리다. 빨간색 셀로판지를 손톱 크기로 자른 뒤 휴대폰 뒷면의 카메라와 플래시 부분을 덮는다. 그다음 몰카 설치가 의심되는 곳을 향해 휴대폰 카메라와 플래시를 켠다. 만약 몰카가 설치돼 있으면 휴대폰 액정 화면에 ‘반짝’ 하는 빛이 포착될 것이다. 카메라는 빨간색에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몰카 탐지판’이 특허 출원 중이다. 화질을 높이기 위해 적외선 필터를 씌운 아이폰 카메라에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거울
최근 유행하고 있는 거울 형태의 카메라를 가려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검지손가락이나 새끼손가락을 거울에 갖다 대면 되는데, 90도 각도로 갖다 댔을 때 거울과 손톱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보인다면 진짜 거울, 틈 없이 달라붙어 보인다면 몰카일 가능성이 높다.
▲ 최근엔 장난감, 액자, 콜라병, 주사위 같은 제품에도 ‘몰카’가 설치된다. 이렇듯 ‘몰카’는 점점 더 작아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몰카 탐지기
인터넷을 통해 5만~6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적외선 탐지기부터 30만~40만원대의 영상 수신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회로 탐지기가 있다. 몰카에서 나오는 주파수, 즉 전자파를 잡아내는 원리로 만들었는데, 전원을 켜고 몰카 근처에 가면 “삐~” 하는 소리가 난다. 회로 탐지기는 모든 몰카를 잡아낼 수 있는 반면, 영상 수신기는 고주파의 무선 카메라만 추적할 수 있다.
머리핀
머리핀과 같은 뾰족하고 단단한 막대기면 충분하다. 의심스러운 구멍을 찔러보면 되는데, 찔렀을 때 “퍽” 하고 깨지는 소리가 난다거나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면 몰카가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와이파이
휴대폰 와이파이를 켠다. 신호가 강한 와이파이 중 특수문자가 포함된 특이한 이름의 와이파이는 의심해봐야 한다. 일명 ‘IP카메라’라는 몰카인데, 와이파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이 전송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호다. 신호가 강하게 잡힌다면 나와 가까운 곳에서 몰카가 촬영 중이라는 말이다.
리모컨
모텔에서 주로 발견되는 리모컨 몰카를 찾아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휴대폰을 동영상 모드로 한 후 리모컨을 촬영해보면 되는데, 리모컨을 눌렀을 때 깜빡거리면 정상, 깜빡거리지 않으면 몰카다. 같은 원리로 TV 전원 버튼을 가장한 몰카도 찾아낼 수 있다.
화장품 파우더
TV, 스탠드 조명 등 모든 불을 끄고 여성 화장품인 파우더를 뿌려보면 된다.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적외선 몰카의 경우 파우더를 뿌렸을 때 빨간 실선이 드러난다. 스프레이도 가능하다. 주로 TV 전원 버튼이나 액자 속에 숨겨져 있다.
적발 시 처벌 수위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 또는 카메라와 비슷한 기능이 있는 기계 장치 등을 이용해 상대방의 의사에 상관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촬영해 상대방이 이에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화장실 몰카는 일반 사건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 두 가지 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인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의 화장실, 헬스장, 샤워실 등에 몰래 침입한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죄’까지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피해를 본 사람이 없어도 들어간 행위 자체만으로 죄가 성립해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아니한 사람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된다. 따라서 화장실 몰카 촬영을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하나의 범죄가 성립된다.
Yse or NO
Q 몰카는 100%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아니다.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기존 촬영 방식인 유선 카메라와 메모리 방식 카메라는 카메라를 수거해 가야만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무선 카메라와 IP카메라는 실시간 영상 전송이 가능하다.
Q 몰카는 중국산이 많다?
맞다. 국내 유통되는 몰카 중 90%는 중국산이다. 와이파이 카메라의 IP 주소가 특이한 것도 중국산이 많기 때문이다. 거울 카메라 역시 대부분 중국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몰카를 생산하지 않는다.
Q 몰카는 24시간 촬영된다?
아니다. 차량용 블랙박스와 같은 원리로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촬영된다. 평균 10시간 정도 촬영할 수 있는데, 어떻게 개조하느냐에 따라 3~4일 동안도 촬영이 가능하다. 메모리 카메라의 경우 최소 3~4일에 한 번씩 메모리 칩을 교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