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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S STORY

단정한 듯 거침없이, 스테판 디에즈

스테판 디에즈의 가구들은 겉모습만 봐서는 간결한 라인이 전부인 것 같지만 그 속은 매우 체계적이고 인체 공학적이다.

On August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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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독일 디자인 신을 이끄는 젊은 디자이너 스테판 디에즈(Stefan Diez). 그는 1971년 뮌헨의 근교 도시 프라이징(Freising)에서 태어나 목수로 일하던 부모님의 작업실에서 자연스럽게 수공예 목공 작업 과정을 익히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 후 우르술라 마이에르(Ursula Maier)의 스튜디오에서 건축과 목공예를 배우고 1996년에 슈투트가르트 예술 아카데미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독일 출신 디자인의 거장인 리하르트 자퍼(Richard Sapper)에게 공업 디자인을 배운 뒤 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1999년 뮌헨으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의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2002년에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그 후 헤이(Hay), 모로소(Moroso), 어센틱(Authentics), 로젠탈(Rosenthal), e15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함께 가구를 비롯한 인테리어 아이템, 패션 소품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자유롭게 휘어지는 롱 포 헤이의 ‘로프 트릭’ 스탠드.

자유롭게 휘어지는 롱 포 헤이의 ‘로프 트릭’ 스탠드.

자유롭게 휘어지는 롱 포 헤이의 ‘로프 트릭’ 스탠드.

 2017년 쾰른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뉴 오더’ 시스템을 9m 높이로 쌓아 올려 눈길을 끌었다.

2017년 쾰른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뉴 오더’ 시스템을 9m 높이로 쌓아 올려 눈길을 끌었다.

2017년 쾰른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뉴 오더’ 시스템을 9m 높이로 쌓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마술처럼 놀라운 제품

스테판 디에즈가 디자인계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06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모로소의 ‘벤트(Bent)’ 시리즈였다. 색색의 얇은 알루미늄 판을 다양한 용도에 따라 레이저로 커팅하고 프레스로 접은 뒤 마지막에는 종이를 접는 것처럼 손으로 직접 구부려 마무리한, 한마디로 매우 독특한 형태의 가구를 선보인 것이다. 가구로 만들어지기 전의 재료만 보면 도저히 이 판이 의자나 소파, 테이블이 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완성된 가구들은 금속 재질이라 매우 튼튼하고, 마치 금속공예 작품처럼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실험적인 과정이 돋보이는 그의 가구들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2009년에 선보인 e15의 ‘후디니(Houdini)’ 의자는 유명 마술사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에서 이름을 착안했는데, 나사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등받이와 시트를 모두 수작업으로 휘어 프레임에 접착하는 등 말 그대로 마술 같은 작업 과정을 통해 생산한 제품이다. 이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장(Jean), 유진(Eugene), 레오(Leo) 등의 이름(후디니의 아이들의 이름이라고 한다)을 붙인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의 의자 전문 브랜드 빌칸(Wilkhahn’s)에서 2011년 선보인 뒤 베스트셀러가 된 ‘새시(Chassis)’ 체어 역시 자동차 생산 기술과 공정을 의자에 도입해 단단하면서도 편안한 라인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또한 스테판 디에즈는 주얼리 디자이너인 부인 사스키아 디에즈(Saskia Diez)와 함께 가방을 메인으로 한 ‘파피에(Papier)’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친환경 특수 제작 종이의 일종인 타이벡으로 제작됐는데, 종이처럼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최대 20kg까지 견디는 내구성과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생기는 구김이 멋스러운 이 제품은 2010년 독일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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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스틸 보디와 일체형 좌판이 결합된 빌칸의 ‘새시’ 체어.

단단한 스틸 보디와 일체형 좌판이 결합된 빌칸의 ‘새시’ 체어.

헤이를 대표하는 이름

그의 이름이 우리나라에 점차 알려지게 된 것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가구 브랜드 헤이(Hay)의 공이 컸다. 2012년에 선보인 알루미늄 선반과 가구 시스템 ‘뉴 오더(New Order)’가 대표 아이템인데, 깔끔한 소재와 컬러로 헤이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리 길이를 조정하고 상판을 달면 책상이, MDF 나무판자를 더하면 문이 달린 작은 수납장이 된다. 2017년 쾰른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인 <풀 하우스: 디자인 by 스테판 디에즈>에서는 뉴 오더의 선반을 9m 가까이 쌓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7년에는 조립식 의자인 ‘키트(Kitt)’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영국 브랜드, 이스태블리시드 & 선즈(Established & Sons)의 디자인 디렉터인 세바스티안 롱(Sebastian Wrong)이 만드는 또 다른 브랜드, 롱 포 헤이(Wrong for HAY)는 이름 그대로 헤이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가치 있는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롱 포 헤이와 스테판 디에즈가 2015년에 협업한 조명, ‘로프 트릭(Rope Trick)’ 스탠드는 알루미늄 전등갓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관절 조명이다. 대부분의 관절 조명의 보디가 차가운 스틸이나 플라스틱 소재인데 이 제품은 보디를 패브릭으로 감싸 공간에 더욱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간단하게 조립해 사용하는 헤이의 ‘키트’ 체어.

간단하게 조립해 사용하는 헤이의 ‘키트’ 체어.

간단하게 조립해 사용하는 헤이의 ‘키트’ 체어.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조합해 만드는 시스템인 헤이의 ‘뉴 오더’.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조합해 만드는 시스템인 헤이의 ‘뉴 오더’.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조합해 만드는 시스템인 헤이의 ‘뉴 오더’.

일본 아리타 도자기 장인과 협업한 테이블웨어 ‘SD’ 컬렉션.

일본 아리타 도자기 장인과 협업한 테이블웨어 ‘SD’ 컬렉션.

일본 아리타 도자기 장인과 협업한 테이블웨어 ‘SD’ 컬렉션.

일본 고치현에서 생산되는 대나무로 만든 ‘소바’ 컬렉션.

일본 고치현에서 생산되는 대나무로 만든 ‘소바’ 컬렉션.

일본 고치현에서 생산되는 대나무로 만든 ‘소바’ 컬렉션.

동양의 미를 사랑한 디자이너

일본에는 각 지역의 제조업 장인과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매칭해주는 단체인 ‘재팬 크리에이티브(Japan Creative)’가 있다. 이 단체를 통해 재스퍼 모리슨, 다니엘 리바켄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공개하곤 하는데, 2015년의 디자이너는 스테판 디에즈였다. 그는 대나무 장인과 함께 일본 고치현에서 생산되는 대나무로 가구를 만들었는데,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대나무를 자르고, 끼워 맞추고, 끈으로 묶는 등의 작업만으로 벤치와 테이블을 완성했다. 스테판 디에즈는 또한 2016년에 일본 아리타 도자기 40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일본 도자기 장인과 협업해 ‘SD’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동양적인 미를 자랑하는 단아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25개로 구성된 테이블웨어는 모두 기존 도자기 밑에 달린 받침이나 그릇 테두리를 과감히 없애 도자기 자체의 심플함만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의 가장 최근작 역시 일본과 관련돼 있다. 가볍고 습도에 강하며 쉽게 부서지지 않는 오동나무를 소재로 만든 우드 캐비닛 ‘키리(Kiri)’는 그가 2016년,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발견한 전통 기모노 캐비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스테판 디에즈는 아직 40대의 젊은 디자이너다. 곧 그가 만든 사무용 가구가 전 세계 공유 오피스 시스템인 ‘위워크(wework)’에 놓일 예정이고, 이케아(Ikea)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앞두고 있는 그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명민한 디자이너임이 틀림없다.

CREDIT INFO
정윤주
사진제공
로즈마리누스(051-989-7650), 몰(02-543-0164), 이노메싸(02-3463-7752), 헤이(02-515-2214), 디에즈 오피스(www.diezoffice.com)
2018년 08월호
2018년 08월호
정윤주
사진제공
로즈마리누스(051-989-7650), 몰(02-543-0164), 이노메싸(02-3463-7752), 헤이(02-515-2214), 디에즈 오피스(www.diezoffi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