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7일 마크롱이 39세의 나이로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감사 연설을 하기 위해 등장한 브리지트(64세)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24세 연상이라는 나이 차를 잊게 할 정도로 부부는 실제로 잘 어울렸다. 대선 캠페인 내내 은근히 받아왔던 나이 차에 대한 놀림과 수군거림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브리지트는,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빛난 여성이었다.
그녀는 프랑스 북부에서 5대째 내려오는 초콜릿 명가, ‘트로뉴’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프랑스 부르주아 가정의 엄격한 전통 중심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커가면서 68혁명과 자유를 배웠다. 21세의 젊은 나이로 사회적으로 비슷한 계층의 남자와 결혼했다. 남편은 은행가가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3명의 자녀가 태어났다. 결혼 이후 그녀는 문학과 라틴어 교사로 일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그녀를 열정적인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39세가 되었을 때 그녀는 학교에서 운영하던 연극 활동에서 15세였던 지금의 남편 에마뉘엘을 알게 됐다. 에마뉘엘은 브리지트의 딸과 같은 반인 어린 학생이었지만 그의 남다른 총명함과 문학적 소질에 브리지트는 감탄했고 둘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에마뉘엘의 가족은 이 사실을 알고 그를 파리의 명문 고등학교로 보냈다. 여기까지는 흔한, 신문 사회면의 가십거리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후에 브리지트는 사랑을 선택하기로 하고 파리로 직장을 옮겨 에마뉘엘을 다시 만났고, 남편과는 이혼했다. 1년 후인 2007년에 에마뉘엘과 브리지트는 프랑스 북부 도시 투케의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33년 전에 브리지트가 전남편과 결혼식을 올린 곳도 투케의 시청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브리지트는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이, 20년에 가까운 에마뉘엘과의 깊은 사랑이 프랑스 사람들에게 예쁘고 용기 있게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프랑스식 엘레강스와 시크함을 겸비했다. 부르주아 가문에서 자라면서 몸에 밴 패션 감각을 영부인으로서 훌륭하게 발휘하고 있다. 마크롱의 대통령 취임식 날 입은 루이비통의 하늘색 투피스는 빌려 입은 것이지만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스타일은 패션 전문지의 관심의 대상이며 샤넬의 칼 라거펠트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각선미를 겸비한 여성”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녀를 잘 아는 프랑스 명사들은 모두 그녀가 지적이고 매우 긍정적이며 교양 있다고 칭찬한다. 정치적으로 마크롱과 대치하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브리지트 마크롱에 대해서는 “대단한(super) 여자”라고 말했다. 브리지트는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소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 브랜드가 선보인 ‘브리지트 티셔츠’는 출시일에 파리 매장에 사람들이 줄을 섰고 불티나게 팔렸다.
프랑스인에게 가족은 매우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이혼도 잦다. 그렇다고 이혼이 무조건 한 가정의 파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혼한 부부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같이 결정하며 결별 후에도 아이들이 최대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브리지트는 전남편과의 사이에 자녀 셋을 두었고 이제는 7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이기도 하다. 에마뉘엘 마크롱은 브리지트와 자녀를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브리지트 자식들의 훌륭한 ‘새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아빠가 자녀들과 동갑이거나 더 어리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이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형태는 아주 다양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떤 경우든 사랑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또 가족을 위한 프로젝트도 있어야 하죠. 가장 끔찍한 경우는 가족이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선 캠페인 중에 초등학교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남긴 이 말이 브리지트와 마크롱의 사랑 이야기를 알고 나면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글쓴이 송민주
현재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전공 중이다.
<Portraits de Se′oul>의 저자이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서로 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