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숄더 디자인의 블랙 레더 하프 코트 10만4천원 스타일난다, 화이트 셔츠 48만8천원 질샌더, 레터링 장식의 웨이스트 밴드가 돋보이는 하이 웨이스트 와이드 팬츠 64만8천원 카이머, 화려한 주얼 장식의 시스루 삭스 실버 부츠 50만원대 왓아이원트, 블랙 브라 톱·펄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혜정의 사전에는 '대충'이라는 단어가 없다. 농구 선수였던 시절에는 최고만 모였다는 프로 무대에서 활약했고, 2005년 모델로 데뷔해 각종 화보 촬영을 하고, 파리와 뉴욕 등 유명 해외 컬렉션에서 '크리스찬 디올' '루이 비통', '피에르 가르뎅' 등의 러브콜을 받으며 글로벌 톱 모델로 인정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KBS <가족의 품격-풀하우스>, SBS <런닝맨>, KBS <우리동네 예체능>, tvN <택시> 등을 통해 시크하면서도 털털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며 잘나가는 '모델테이너'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6년 4월, 배우 이희준과 결혼한 이후에는 남편에게 건강한 '집밥'을 챙겨주고 싶은 일념으로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매일 아침을 손수 챙기며 웬만한 요리는 뚝딱 만들어내는 프로 주부가 됐다. 건강을 지키고 몸매를 가꾸려고 시작한 필라테스는 최근 지도자 자격증을 손에 넣었으며, 한 주 뒤로 예정된 보디 관련 촬영을 위해 벌써 며칠을 매끼 채소와 닭 가슴살만 먹는 식단을 철저히 실천 중이다.
10년 넘게 활동하는 베테랑 모델임에도 한결같이 다른 스태프들보다 촬영장에 먼저 도착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카메라 앞에서는 언제나 한 컷 한 컷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 힘을 싣는다. 열심과 열정이라는 습관 위에, 흘러가는 대로 인생의 키를 놓아둘 여유를 얹은 모델 이혜정의 진짜 '해피 뉴 이어'가 시작됐다.
좌_한쪽은 화이트 셔츠와 블랙 재킷, 한쪽은 그레이 헤링본 코트를 입은 듯한 언밸런스 디자인으로 위트를 더한 코트 가격미정 쿠만 유혜진, 블루 메탈릭 볼캡 가격미정 로켓런치, 주얼 펜던트 언밸런스 드롭 이어링 가격미정 디블루메, 블루 컬러 사이하이 부츠 44만8천원 슈콤마보니. 우_베이지 벨벳 퀼팅 벨티드 코트 1백10만원·과감한 커팅으로 독특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브라운 체크 스커트 가격미정 모두 프로젝트 앤, 스킨 톤의 시스루 셔츠 가격미정 딘트, 베이지 스트라이프 니삭스 4만3천원 토스티, 체크 프린트, 오간자 리본과 가는 체인이 매치된 드롭 이어링 오즈앤엔즈, 벨벳 스트랩 샌들 30만원대 왓아이원트.
농구 선수 출신 모델로 잘 알려져 있어요. 어떻게 모델이 됐나요?
여자라면 누구나 예뻐지고 싶은 로망이 있잖아요. 농구를 하면서도 늘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꾸미고 싶다는 욕망이 잠재돼 있었던 것 같아요. 키가 컸고, 운동을 그만두니 먹는 양이 줄어 살도 빠져서인지 길거리 캐스팅 제안을 몇 번 받았어요. 그때는 '뭐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내가 무슨 모델?'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우연한 기회에 등록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모델 아카데미에 지원했어요. 보통 4개월의 연수 과정을 거쳐 모델로 데뷔하거나 소속사와 계약을 하는데 저는 2개월 만에 서울 컬렉션이라는 쇼에 서게 되며 모델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모델로 데뷔한 이후 줄곧 각종 화보 촬영을 비롯해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어요. 천부적인 재능 덕분이겠죠?
타고난 것 같진 않아요. 어릴 때는 카메라만 보면 울음을 터뜨렸대요.(웃음) 모델로 데뷔하기 전까지 20년 넘게 한 번도 하이힐, 아니 낮은 굽의 구두조차 신어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탄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서 한참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는 모델 아카데미에 4개월간 꼬박 평생 처음 으로 9cm 하이힐을 신고 다니며 적응하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키가 너무 커서 힐끗거리는 것도 예뻐서 쳐다보는 걸로 착각할 만큼 자신감이 생겼어요.(웃음) 그동안 운동하면서 꾹꾹 눌러왔던 여성스러움과 내재된 끼가 모델 활동을 하며 분출되는 느낌이에요.
국내에서 톱 모델로 활동하다 해외 컬렉션을 경험해보니 어땠나요?
처음 외국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소속사의 반대가 심했어요.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하고 돌아오면 나이도 많고, 쌓아놓은 커리어도 없으니 모델 인생은 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어찌 됐건 딱 3년만 해보고 돌아오겠다 말하고 뉴욕행 비행기를 탔어요. 뉴욕에서 에이전시를 잘못 만나 3개월 만에 비행기 티켓, 방값으로 가진 돈을 다 날렸고, 캐스팅은커녕 1년 반 동안 저를 놓아주지 않아 허송세월만 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파리로 찾아가 디올, 루이 비통 등 굵직한 컬렉션에 서게 돼 전화위복으로 삼았죠. 그야말로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맛본 것 같아요.(웃음) 뉴욕 생활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떻게 버텼을까 할 정도로 온갖 고생을 했지만,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말이 정말 많은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었어요.
좌_세련된 컬러가 돋보이는 더블 버튼 테일러드 코트 가격미정 쿠만 유혜진, 어깨에 컷아웃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헤링본 코트 가격미정 딘트. 우_입체적인 개더 슬리브 디자인의 화이트 라운드 넥 톱·화이트 하이웨이스트 와이드 팬츠 모두 가격미정 코스, 팝아트 감성의 컬러풀한 프린트가 감각적인 스카프 가격미정 꼼 데 가르송, 레드 주얼 장식의 골드 트위스트 이어링 8만2천원 핫듀.
방송 활동까지 영역을 넓히던 중 배우 이희준과 결혼을 결심했어요. 남편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요?
친한 디자이너의 생일 파티에서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오빠를 처음 만났어요. 하얀 얼굴에 추위로 볼이 빨개진 채 10년 전 샀다는 셔츠에 조끼를 입고, 백팩을 메고 웃으며 들어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촌스럽고 순수한 모습에 반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솔직히 남자 연예인에 대해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아무 노력 없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나 연예인이야', 이게 아니라 너무 귀여운 모습인 거예요.(웃음) 만나면서 보니 책벌레에 시나리오를 받으면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챙기며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돼 그 사람의 인생으로 살 정도로 99.9% '노력형'이어서 존경스러운 마음도 생겼어요.
결혼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남편의 외조가 한몫하는 것 같은데요?
모델도 그렇지만 방송 활동도 쉽지만은 않은데 힘들 때마다 오빠가 힘이 돼줘요. "혜정아,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해" "네가 행복하다면 오빠가 언제나 응원해줄게" "이거 힘들어? 그럼 하지 마. 오빠가 돈 벌어다 줄게" 이렇게 얘기해주면 저는 금세 "오빠, 열심히 하고 올게. 내가 이 일 꼭 따낼 거야" 이렇게 되더라고요.(웃음) 바로 옆에 있는 내 사람의 힘을 주는 한마디가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든든한 외조인 것 같아요.
최근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에서 고양이 럭키, 남편과 함께 달콤한 신혼을 보내는 모습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어요. 평소에는 어때요?
처음 모니터링할 때는 '너무 꾸밈없이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창피할 정도였어요. 짜인 각본도 없이 저희의 실제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솔직한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알콩달콩 지내고 있어요. 제가 토라지거나 화가 나 있어도 배우인 오빠가 다양한 목소리의 캐릭터로 변신해 애교를 부리며 웃음을 주니 금세 풀리곤 해요.
좌_플레피 룩을 연출하는 네이비 깅엄 체크 재킷, 깅엄 체크 랩스커트 모두 20만원대 제이빈야드, 한쪽 어깨에 둘러 연출한 라이트 블루 데님 재킷 13만8천원 지플리시. 우_매니시한 무드를 연출하는 파워 숄더 디자인의 그레이 재킷 가격미정 스타일난다, 다크 그린 컬러의 플리츠 셔츠 원피스 43만8천원 프로젝트 앤, 블랙 볼캡 3만2천원 지플리시, 따뜻하고 포근한 카키 퍼 토트백 8만9천원 앙크 1.5, 그레이 스트라이프 니삭스 가격미정 톰브라운, 골드 스트랩 샌들 30만원대 왓아이원트.
늘 긴장하고 관리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특별한 관리법이 있나요?
30대가 되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관리가 절실해 운동을 시작했어요. 결혼 후에는 남편과 같이 PT와 필라테스를 하고, 등산도 즐기고 있고요. 평소에는 먹고 싶은 것을 먹지만 건강하게 먹으려 노력하고, 촬영을 앞두고는 식단 관리도 병행해요.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요리에도 조예가 깊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서 몸에 좋은 한약과 보약 등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웬만해서는 감기에도 안 걸릴 정도예요.(웃음) 그렇다 보니 오빠가 연약해 보이는 거예요. 잘 먹이고 싶은 마음에 자꾸 요리를 하게 되고 오빠가 맛있다고 칭찬해주니 '어, 나 좀 소질 있는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기회에 한식 요리사 자격증을 따보자 해서 도전했죠. 한식 베이스의 요리는 다 잘한다고 칭찬 받고 있는 정도예요.(웃음)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도 이수했어요.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요?
요즘에는 평생 가져본 적 없는 '식스팩 만들기'에 도전 중이에요. 악바리처럼 도전해서 '꼭 성공해야 해!'가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하는 자체가 삶의 활력소이자 힐링 포인트예요. '못 먹어도 고, 안 돼도 고!' 이런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웃음)
꿈꾸는 가정은 어떤 모습인가요?
등산을 하다 보면 노부부가 배낭 메고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돼요. 그 모습을 보면서 늘 '우리 부부도 저렇게 늙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해요. 부부가 함께 취미 활동을 즐기며 친구처럼 재미있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새해 소망이 있다면요?
제가 아는 모든 사람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좋은 것을 경험하면 널리 알리고 싶잖아요. 운동을 꾸준히 하며 건강해지는 것을 몸소 느끼다 보니 많은 사람이 함께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