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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어요

주안이가 요즘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다. 책상에 앉아 작은 손을 꼬물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주안이를 보면 절로 행복해진다.

On October 31, 2017

 

종이접기로 ‘닭’을 만들고 자랑 중인 주안.

 

주안이를 키우면서 ‘앞으로 주안이가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까’라는 생각을 한다. 부족함 없이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다가 막상 주안이를 보면 ‘이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부모로서 어떻게 이끌어주면 이 아이가 행복해질까?’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그러다 보면 무엇보다 ‘주안이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안이는 왼손잡이다. 나 역시 주안이 나이 때는 왼손잡이였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오른손을 사용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켜 지금은 오른손을 쓴다. 나도 주안이가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오른손을 쓰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주안이는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고, 공을 던지고, 장난감 칼을 휘두를 때 왼손을 사용한다. 그런 주안이를 보면서 오른손을 쓰도록 너무 유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사용하면 편해지는 것들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손바닥에 글씨가 뭉개 질 수가 있어” “야구할 때 배트와 글러브를 같이 사용하기 어려워”라면서 오른손 사용이 주는 편리함을 이해시켰다. 그 결과 아들은 오른손과 왼손을 둘 다 쓰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오른손도 제법 잘 사용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림은 왼손으로 그린다.

 

 

1 차 안에서도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주안이. 2 왼손으로 숟가락질을 하던 시절.
3 주안이가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며 예쁜 그림을 그렸다. 4 주안이표 에코백. 

 

주안이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다. 아내와 나는 둘 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 우리 아들도 그림 그리기에 취미가 안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주안이는 어디를 가나 종이와 색연필을 들고 다니길 원했다. 시간이 지나며 그림 실력도 점차 늘고 있다. 그리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점점 더 자세하게 그린다.

주안이한테 그림 그리기는 감정을 다스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안 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짜증나거나 답답할 때도 그림을 그렸다. 그런 모습이 신기했다. 나도 어렸을 때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기분을 풀곤 했기 때문이다. 그림이 놀이이자 감정을 다스리는 수단인 주안이는 그림을 많이 그린다. 그림을 완성하면 꼭 들고 와서 자랑하고, 작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기뻐한다.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은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감정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삼는 주안이를 보면서 부모의 생각으로 아이의 가능성을 한정 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매 순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쉽지 않지만 부모 역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마트나 문구점에 가면 늘 스케치북과 새로 나온 색연필, 크레파스, 색종이를 사서 주안이에게 선물한다. 작은 손으로 선물을 들고 자기 방으로 뛰어가는 아들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 부모의 생각에 따라 행동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그것에 공감하는 것이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1년 뒤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6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객원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현 인스타그램
2017년 11월호
2017년 11월호
객원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