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이오?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딱 하나만 꼽을 수 없거든요. 일을 할 때, 가족이랑 함께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순간마다 소소하게 행복해요.”
1997년 미스코리아 진 당선을 시작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김지연은 2003년 배우 이세창과 결혼해 10년 만인 2013년 이혼한 후 싱글 라이프를 살고 있다. 그녀는 “엄마만 괜찮으면 다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속이 깊은 딸 가윤 양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 쇼호스트, 그리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세창 씨가 결혼다고 알려져 갑자기 제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사실 되게 조심스러워요. 새 출발을 앞둔 사람이 저랑 연관될 필요가 없잖아요. 제가 ‘보란 듯이 잘 살겠다’라고 이야기했다던데, 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아주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대화 끝에 서로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일이잖아요.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현재에 집중해야죠. 결혼한다는 문자메시지가 왔길래 축하한다고, 잘 살라고 했어요.”
너무나도 쿨한 반응에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자 김지연은 되레 왜 불가능하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말 모든 감정을 정리하면 가능해요. 사랑했던 것과 미운 것, 고마웠던 것과 증오했던 것까지 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 뒤에 결정을 내린 거잖아요. 만약 어떤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건 홧김에 이혼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 행복과 가윤이의 행복, 세창 씨의 행복을 고려했을때 헤어지는 게 모두가 행복하다는 판단이 들어 그랬던 거예요. 다만 가윤이가 아직 어려 걱정됐지만 언제나 ‘우리만 좋으면 괜찮다’고 말해줘요. 그럼 가윤이도 ‘엄마만 괜찮으면 괜찮아’라고 해요. 우리끼린 너무 좋고 평화로워요.”
각자 행복한 길을 택한 상황인데 계속해서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서로 연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 가윤 양까지 있으니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윤이도 아빠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가윤이가 어리니까 걱정돼요. 인터넷 댓글을 보며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빨리 시간이 지나 조용해지길 바랄 뿐이죠.”
김지연은 딸 가윤 양이 좋아하는 인형 뽑기와 게임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중심이 가윤 양은 아니다. 어른으로서,부모로서 자식을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선까지만 부모 노릇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배에서 나온 딸이지만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해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할 수 있게 자유를 준다고.
“가윤이에게 ‘너는 너고 엄마는 엄마야’라고 이야기해요. 엄마가 널 책임지는 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라고 이야기하면서 강하게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공부하라는 이야기도 안 해요. 공부를 못하면 기술이나 재능이 있으면 되고, 그건 가윤이의 ‘운’이니까요. 제가 가르칠 건 인성뿐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바른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거든요. 하지만 가윤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컨트롤하진 않아요. 가이드라인만 줄 뿐이죠.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알아들어요.”
엄마와 대화가 통하는 사춘기 소녀 가윤 양의 예쁜 외모는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됐고, 가윤 양 스스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엄마 김지연은 가윤 양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길 바랄까?
“가윤이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똑 부러져요. 지는 걸 싫어하지만 아직까진 또래보다 착한 것 같아요. 만드는 것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예요. 손으로 하는 일에 흥미가 있더라고요. 연기를 하겠다고 하는데 20살 넘어 하라고 했어요. 지금은 제가 바쁘다 보니 가윤이를 돌볼 수 없거든요. 또 가윤이한테도 냉정하게 이야기했어요. 너보다 예쁘고 끼가 넘치는 아역 배우가 너무 많은데, 네가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물었죠. 순간순간 나오는 귀여움도 좋지만 배우는 귀여움을 표현해보라는 디렉션이 있을 때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걸 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죠. 사실 제 성격은 연예인이 맞지 않아요. 저는 ‘척’을 못 하거든요. 예쁜 척하는 게 지금도 너무 오글거려요. 웃는 것도 어렵고요. 진심으로 좋고 기뻐야지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와요. 제가 ‘척’을 잘했으면 미스코리아에 당선됐을 때 CF를 많이 찍었을 거예요.”
김지연의 말처럼 그녀는 마음에서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으니 조금이라도 자신을 꾸밀법한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성격과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맞아떨어져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방송을 앞둔 상품을 직접 사용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공감을 샀던 것.
“우연히 쇼호스트로 활동하게 됐어요.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면서 어느덧 10년이 넘었네요. 홈쇼핑 방송을 하다 보니까 제가 경험으로 느끼지 않은 건 이야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제의가 들어오는 상품은 직접 사용해보기 시작했어요. 방송을 계속하려고 특별히 애쓰지도 않았는데 저의 이런 면을 좋게 봐주신 분이 많은지 계속 방송을 하게 됐죠.”
마치 운 때문에 쇼호스트를 하게 된 것처럼 덤덤하게 이야기했지만 김지연은 20살 이후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다. 조언해줄 사람이 없어 스스로 선택해야 했고, 잘못된 선택을 했어도 주저앉을 시간이 없었다.
“20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서울예전을 다니는 중이었는데 학교를 다닐까, 연예계로 들어갈까 고민됐죠. 학교에서 장학금을 준다고 했는데도 포기하고 방송국을 갔어요. 당시는 학교보다 우리 가족의 생계가 더 중요했거든요. 지금 와서는 ‘학교를 다닐걸’이라는 마음도 들지만 그때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죠.그때부터였을까요? 제가 선택이 되게 빨라요. 주저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거든요. 만약 잘못 선택했어도 뭐 어때요? 좋은 쪽으로 빨리 개선시키면 되죠. 저는 제 선택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어떤 순간이 닥쳐도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어떤 일이 생겨도 금세 회복할 수 있다는 그녀는 자신에게 솔직했고 당당했다. “나이 마흔 살에 너무 숨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호탕함을 지닌 그녀. 언뜻 보면 대장부 스타일이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여전히 소녀 감성을 지닌 천생 여자임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사랑하는 중입니다
김지연은 늘 사랑이 하고 싶다. 모든 희로애락을 선사해 인생을 활기차게 만들기에 연애, 사랑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기자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언제나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어요. 너무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제게 세상의 중심은 가족이에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제가 태어났고, 부모님이 행복할 때 저 역시 행복했어요. 한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돈, 명예, 뭐가 있든 공허할 것 같아요. 결국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게 중요해요. 그게 아니라면 혼자 살아야죠. 좋은 아내와 좋은 부모, 좋은 자식이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에요.”
늘 사랑하고 싶다는 김지연이 남녀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주변에서 “철 좀 들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돈이나 명예보다 마음이 우선이고 기본이다.
“주변에서 소개팅을 주선한다고 해도 거절해요. 그런 만남이부자연스럽고 어색하거든요. 그래서인지 항상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 중에서 인연이 생겼어요. 처음부터 이성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지내다 보면 ‘이런 면이 참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레 남자로 느껴지는 순간이 와요. 그럼 연애를 하는 거죠. 저는 연애하기 전에 딱 하나만 느꼈으면 좋겠어요. 무뚝뚝하거나 나랑 시간을 보내지 않거나 친구를 좋아하는 건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받아들이기 힘들죠. “나 너 사랑해”라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말로 자주 표현해도 사탕발림처럼 들릴 때가 있고, 말하지 않아도 행동에서 나를 사랑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거면 돼요. 주변에서 철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어요, 제 성향인걸.”
10대 소녀처럼 오로지 ‘사랑’이라는 조건만 생각하는 김지연은 현재 연애 중이다. 조심스럽게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음을 밝힌 그녀는 전남편인 이세창과 딸 가윤이, 현재 만나는 연인이 상처를 입을까 봐 우려했다. 그렇다고 숨길 필요도 없기에 솔직하게 밝힌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분이 있어요. 몇 년을 만났는데 아직도 서로 알아가는 중이에요. 더 긴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이 맞으면 가족이 될 수도 있겠죠.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결혼하기 전에 ‘저 결혼해요’라고 먼저 알릴 생각은 없어요. 가윤이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저보다 더 조심하는 눈치예요. 저도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죠. 발표가 된다면 아마 결혼해서 잘 살 때일 거예요. ‘결혼합니다’가 아닌 ‘결혼했어요’라고 발표해야죠.”
김지연이 마음을 나누는 상대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가 인터뷰하는 동안 여러 차례 말한 ‘가족 간의 소통’을 할 수 있는 가정적인 남자인지 궁금했다. 그런 부분을 채워주느냐는 물음에 김지연은 화통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서 제가 철이 없다고 하나 봐요. 또 그런 분은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 비슷해요. 대부분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무뚝뚝하고 술과 친구를 좋아하고, 자기 일에 자신감이 강한 사람들이오. 아, 우유부단하거나 너무 착하기만 한 사람은 별로예요. 제가 세니까 저를 적당히 눌러주고 휘어잡는 분한테 끌려요.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뒤집어보면 그런 사람이 가정적일 수가 없어요. 활동적이고, 바쁘고, 일이 위주니까 집에 신경을 덜 쓰게 되죠.”
김지연은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남자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무엇보다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가윤이와의 관계다.가윤이에게 두 번째 아빠를 만들어줬는데 아이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가윤이에게서 아빠둘을 뺏을 수 없어요. 지금은 그분과 가윤이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때예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가윤이가 사랑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요.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가윤이와 그분이 진짜 가족처럼 편해 보이는 때가 오면 무언가 이벤트가 생기겠죠? 진실성 있는 관계가 되면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의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서는데 그녀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더 좋은 일, 더 행복한 일이 있으면 또 웃으며 만나요.” 빠른 시일 안에 그녀에게서 ‘좋은 일’을 전하는 연락이 오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