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큰아들 남 모 씨(26세)가 9월 17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청 부근 노상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16일 오후 집에서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한 혐의다.
경찰이 남 씨의 소변을 간이 검사한 결과 필로폰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경찰은 남 씨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은 남 씨의 집에서 필로폰 2g을 발견해 압수했다. 남 씨는 지난 13일 중국에서 필로폰 4g을 구매했고, 1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할 때 속옷 안에 숨겨 밀반입했다고 진술했다. 필로폰은 약 0.03g씩 투약하므로, 4g은 1백3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남 씨는 입국 당일 즉석 만남 채팅 앱으로 여성에게 필로폰 투약을 권유하다 덜미가 잡혔는데, 해당 여성은 여성으로 위장한 수사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밀반입된 필로폰 4g 중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약 2g을 남 씨가 혼자 투약했는지, 그가 이전에도 마약에 손댄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체포하고 보니 남 지사의 아들이었다. 마약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재 남 씨는 유치장에 있으며,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독일 출장 중이던 남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남 지사는 지난 14일부터 투자 유치와 연정 경험 공유를 위해 핀란드와 독일을 방문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한국 시각으로 오늘(18일) 새벽 둘째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베를린 출장 중인 저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귀국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입국 당일인 지난 19일 오전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한번, 오후에는 경기도청에서 한 번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경필 지사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도지사로서 경기도민들과 국민들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또 일어난 것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한편으론 아버지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아버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함과 동시에 도지사로서의 역할도 흔들림 없이 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들을 면회하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헤쳐 나가고, 이겨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남 지사의 큰아들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4월에도 강원도 철원군 중부 전선의 모 부대에서 맡은 일과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후임병 A일병의 턱과 배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전투화를 신은 상태로 찬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또 생활관 침상에서 또 다른 후임병인 B일병에게 자신의 성기를 꺼내 보이며 성적인 발언을 하거나 뒤에서 껴안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범죄에 대해 고개를 조아렸다. 당시 대권 도전의 의지를 보이던 남 지사에게는 타격이었다. 지난 4월, 대선을 앞두고 본지와 만난 남 지사는 큰아들 논란에 대해 “잘못을 했지만, 그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는 아들을 용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큰아들은 제대한 뒤 학교를 그만두고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배낭여행 겸 봉사 활동을 하러 갔었다. 지금은 한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아들이 잘못은 했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는 거다.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했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을 때까지 한 번도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일을 직접 당한 사람이 아닌, 이를 멀찌감치에서 지켜본 사람이 소원 수리를 한 거고 부대원들 대부분이 탄원서를 써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교육은 시키지 않았다는 남 지사. 그는 인터뷰 당시 자신의 교육 철학 덕분에 두 아들이 독립적으로 자랐다고 자신했다.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웠고, 덕분에 아이들은 굉장히 독립적으로 자랐다. 그 일이 있은 후에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서로 미안해하면서 서로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방금 전에도 아들과 아들 여자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왔다. 정치를 하면서 이룬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아내와 헤어지고 아들 녀석이 사고 친 것도 내가 정치를 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그런 것 같다.”
군 복무 시절 후임병 폭행 등의 혐의로 물의를 빚었던 큰아들이 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자 일각에서는 벌써 남 지사의 내년 도지사 재선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 지사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인 자녀 논란
1 장제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장용준 군은 올해 초 방송된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해 뛰어난 실력으로 화제가 됐으나 과거 성매매를 시도하고 음주·흡연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이 불거졌다. 장용준 군은 최근 <쇼미더머니6>에 출연했으나 방송 초반에 탈락했고, 지난 8월에는 노엘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2 나경원 지난해 3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이 2012학년도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신원을 밝히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나 의원은 “명백한 허위”라며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1심에서 해당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면접 당시 나 의원의 딸이 어머니의 신원을 밝히고, 면접 시간을 배려 받는 등 일부 특혜를 받은 정황이 확인된다고 판시했다. 나 의원은 항소 의지를 밝혔다.
3 정몽준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당시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미개하다”고 비판한 글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세월호 사건 직후 슬픔에 찬 국민 감정에 기름을 부어 큰 파장이 일었다. 정 후보는 자식의 언행에 대해 사과했지만 논란으로 타격을 입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4 고승덕 2014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선거 중일 때 딸 고희경 씨가 SNS를 통해 “우리 남매를 버리고 돌보지 않은 내 아버지 고승덕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고승덕은 기자회견을 열고 “못난 아버지를 둔 딸아, 정말 미안하다”라고 소리쳤지만 돌아선 표심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명 ‘샤우팅 사과’로 불린 고 전 의원의 당시 사진은 각종 패러디를 낳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