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는 '다이나믹 듀오'가 수장으로 있는 아메바컬쳐 소속 가수다. 그러나 몇 해 동안 크러쉬를 비롯해 프라이머리와 다이나믹 듀오만이 소속사를 대표하는 가수로 여겨졌을 뿐 행주가 속한 '리듬파워'의 존재는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행주는 <쇼미더머니6>를 통해 그간의 설움을 털어내고 실력을 과시, 본인은 물론이고 '리듬파워'에 대한 재평가까지 이뤄지게 만들었다. 행주는 흐릿한 한쪽 눈마저도 랩으로 멋있게 소화하며 제1의 전성기를 맞았다.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어요. <쇼미더머니6>에 심하게 몰입했지요. 힘이 많이 부쳤는지 프로그램이 끝나고 쉬었는데도 피로가 쉽게 안 풀리네요. 그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요.
요즘 일상은 어떤지요? 솔직히 바뀐 게 별로 없어요. 1등을 하고 나면 길거리에서 내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길거리에서 노래도 못 들어봤고요. 하하. 아직 실감을 못 하고 있어요. SNS상에서는 많이 느끼지만 실생활에서는 과하게 바뀐 느낌은 없어요. 다만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오죠. 아, 아직 상금도 안 들어와서 실감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상금이 1억원인데, 뭘 할 생각인가요? 일단 회사 사람들과 회식을 해야죠.(웃음) 삼겹살이 아닌 쇠고기로 회식을 할 생각입니다. '리듬파워'로서 무언가를 이룬 뒤 쏠 수 있어 정말 기뻐요. '리듬파워' 친구들 때문에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상금으로 멤버들과 여행도 떠나고 싶네요.
멤버들끼리 여행을 가려는 이유는요? '리듬파워'를 시작하고 나서 내내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잘 오지 않았거든요. 더 바빠지기 전에 멤버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요. 물론 상금으로 여행 경비도 쏠 거예요!
다이나믹 듀오가 소속사 수장이지만, 행주는 지코와 딘 팀이었어요. 미묘한 감정이 있었어요. 다이나믹 듀오 형들도 공과 사를 구분한다고 느꼈고요. 확실히 플레이어였어요. <쇼미더머니>는 본인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다 보니 팀원들을 최고로 만드는 것에 집중하게 돼요. 방송할 때는 저에게 칭찬을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었어요. 저도 몰입해서 형들의 팀원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정말 선의의 경쟁이었어요. 형들은 아마 넉살과 제가 최종 우승 후보가 됐을 때, 진심으로 넉살을 응원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 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다이나믹 듀오가 우승 후 해준 말이 있다면요? 인정해줬어요. 수고했다고. 개코 형은 종영 후 가진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래퍼로서 정말 멋지다!" 그 말의 의미가 컸어요. 사실 저희 회사는 멋있는 뮤지션이 많아요. 음악적으로 랩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극을 못 준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제 그들에게 자극을 준 것 같아 행복합니다. 물론 언젠가 해낼 거라는 자신은 있었어요. '리듬파워'로서 한 번은 보여줄 거다라는 마음이지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부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했고요.
지코와 딘은 어떤 존재인가요? 후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정말 '프로듀서'라는 느낌이 강했죠. '레드선'이라는 음악을 만들면서 저에게 모든 것을 포커싱해서 작업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전투적으로 변했어요.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하고 싶어요.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원래는 팀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다른 멤버인 보이비와 지구인은 계속해서 준비했고 저는 큰 혼란 속에서 결국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죠. <쇼미더머니>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내 음악을 하자'는 마음으로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어요. 그러다 지구인이 탈락하는 모습을 보고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현장 지원을 하게된 거예요.
응원차 갔던 것으로 아는데? 이 부분이 정말 놀라워요. 원래는 현장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인천에서 예선을 한다길래 마침 집 근처라 가본 거죠. 매니저가 "이제 곧 랩을 시작한다"고 알려주는데 심장이 갑자기 쿵쾅대고 긴장됐어요. 도착과 동시에 멤버들 예선이 시작됐지요. 멤버들이 긴장할까 봐 멀리서 지켜봤는데, 지구인이 탈락하는 것을 보니 2년 전 탈락한 제 모습이 오버랩됐어요. 많은 생각이 드는 와중에 매니저가 현장 지원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 아픈 눈은 생각지도 않고 지원했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눈이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던데…. 아픈 것으로 이슈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한데 막상 현장 지원을 할 때는 눈에 대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30분 정도 생각하다 차를 돌려 현장 지원을 했지요. 사실 많은 래퍼들이 1차 예선을 위해서도 준비를 많이 하는데,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예선을 치를 생각에 고민도 됐지만, 일단은 1차만 생각하기로 하고 현장에서 지원해 예선을 통과했지요.
기습 지원을 했기 때문에 각오나 목표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아프다는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작진한테도 인터뷰할 때 말했어요. 저는 랩만으로도 자신이 있으니 개인사를 공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경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고, '비밀은 없구나. 이게 <쇼미더머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그렇다면 쿨한 척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감성팔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거든요. 다행히도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쿨하게 받아들여서 고마웠어요.
초반에 지원했을 때의 목표나 예상 순위는 어땠나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어요.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갑자기 지원했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짧아 예측할 수가 없었거든요. 2차부터는 그 누구도 결과를 모르는 분위기지 않나요? 그런데도 갑자기 지원했기 때문에 오히려 '에라 모르겠다' 싶었어요. '나랑 붙어볼 사람!' 이런 태도가 된 거죠. 갑자기 지원한 거라 '누구랑 붙든지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어요. 적어도 어떤 래퍼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자신은 있었지만요.
'레드선'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까지 제가 낸 곡 중에서 최고예요. 솔직히 저의 '최애곡'은 '베스트 드라이버'였어요. 너무 힘들고 슬플 때 나를 내려놓고 솔직하게 쓴 곡이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잘 듣지 못하는 곡이기도 해요. 들으면 당시의 힘든 상황이 생각나거든요. 그런데 '레드선'은 같은 소재인데 자꾸 듣고 싶어요. 다른 느낌이에요.
방송 중 최면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몰입했어요. 숨기고 싶었던 부분을 최면을 통해 공개해 발가벗은 느낌이 들었지요. 함께했던 프로듀서 지코와 딘한테도 창피하더라고요. 저 자신도 보기 싫은 제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장면은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눈은 치료 중인가요? 좋아지고 있어요. 스트레스를 가능한 한 안 받는 게 좋은데, 이제 그 방법을 조금 알게 됐어요.
마지막 결승 무대에 대한 호불호가 있어요. 저 혼자 했으면 아마 '불호'가 더 많았을 거예요. 충실한 선택이었고 돌이켜 생각해봐도 만족스러운 무대였어요. 우리 세 명은 '답'이라고 해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후회가 없어요. 제가 만족하며 만들었는데 여론이 안 좋다고 후회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에요. 지금도 전 그때 했던 선택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함께 무대를 꾸민 DJ DOC와는 친분이 있었나요? 아니요.(웃음) 저한테는 아주 대선배죠. 주변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어요. 제가 속한 그룹 '리듬파워'가 포스트 DJ DOC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언젠가는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순간이 와서 행복했어요. 어마어마한 영광이죠. DJ DOC 형님들과 함께 무대를 하게 된 것은 지코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코에게 DJ DOC를 언급한 적이 없었음에도 지코가 먼저 알아봐줘서 신기했어요. 결승 무대에 대해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는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듬파워'가 응원하는 모습이 훈훈했어요.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요? 결승 무대에 옷을 맞춰 입고 왔는데, 솔직히 웃음이 나거나 눈물이 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나만의 무드가 깨지지 않게 해야 하고, 가사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되는데, 두 친구 쪽을 보면 울컥할 것만 같았어요. 다행히 두 친구도 제 무대에 몰입해줬고 잘 끝낼 수 있었어요.
지구인의 탈락으로 현장 지원하게 됐는데, 지구인은 뭐라고 하던가요? "고맙다!" 그리고 나중엔 "부럽다"라고 했어요.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부러웠다고 솔직하게 말하더라고요.(웃음) 최후의 1인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도 했어요. 물론 저조차도 그랬으니까요. 두 친구도 정말 자랑스러워했어요.
'리듬파워'는 매 시즌 활약했어요. 다 실력자들인 것 같아요. 그래야만 하죠. 왜냐하면 3인조 다 랩을 하는 그룹은 없으니까요. '에픽하이'도 한 명은 DJ잖아요. 우리는 셋 다 랩 잘하는 첫 번째 팀이고 싶었어요. 동시에 친구로 시작했기 때문에 자존심 싸움도 있지요.
'지금 외모가 리즈'라는 말도 많아요.(웃음) 회를 거듭할수록 점차 잘생겨지는 게 눈에 보였어요. 방송하는 동안 살이 빠졌어요. 애초에 일부러 다이어트를 했는데, 본선 때부터 급격히 살이 빠지더라고요. '레드선'을 할 때 6kg이 빠져 있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언제나 그랬듯이 제일 멋있는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리듬파워'로서도 새로운 노래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연을 잘하는 팀이 될 거예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래퍼들한테 인정받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