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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ROIKA

이상아

수년 동안 책받침 스타로 살았지만 사진 촬영은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순간, 전성기 때 그 모습이 묻어났다.

On May 24, 2017

 

 

블랙 재킷 블락스페이스.

 

오랜만의 촬영이죠? 이렇게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시크한 표정을 짓는 게 어색해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 더 긴장했네요.

1980년대 우리나라를 주름잡은 트로이카 중 한 명이에요. 원조 살인 미소의 주인공이기도 하고요. 거의 모든 광고에 출연했던 것 같아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광고 속 제 미소가 팬들을 심쿵하게 했대요.(웃음) 요즘엔 그런 해맑은 미소가 안 나와요. 이혼 세 번, 그리고 몇 번 논란을 겪고 나니까 표정에서 삶이 느껴진다더라고요. 웃어도 슬퍼 보인다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엔 잘 안 웃게 되네요.

전성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뭔가요? 아무것도 모를 때였죠. 어쩌다 보니 데뷔했는데 연기자를 할까 말까 고민할 시간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어요.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엄마랑 매일 싸웠어요.

어마어마한 인기를 체감했군요. 지금 생각하면 되게 건방졌어요. 그땐 제가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웃음) 사실 연예인이면 누구나 다 그 정도 인기는 누리는 거라고 생각했죠, 인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던 거에요. 여배우로 살면서 ‘정상’을 찍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요. 다만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연기 생활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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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요? 지금 생각하면 되게 건방졌네요. 제가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애정을 갖고 즐기면서 연기했을 텐데, 아쉬워요.”

 


 

 

 

화이트 슈트, 블랙 레이스 브래지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근 딸 서진 양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했죠? 서진이와 <붕어빵>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출연했다면 지금은 방송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엄마가 욕먹을 거야’ ‘이렇게 하면 엄마가 힘들어질 거야’ 하는 생각으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서진 양의 꿈이 배우라고 들었어요. 최근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어요. 딸의 의견을 존중하고, 딸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켜보는 편인데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에는 심하게 반대했어요. 저는 정상에도 올라가보고, 반대로 바닥으로 떨어져도 봤잖아요. 여배우의 민낯, 그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딸이 그걸 이겨낼 수 있을까 싶었죠. 어차피 상처 받을 거라면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받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 “배우만은 안 된다”고 해왔어요. 그런 제가 무서워서 딸이 그동안 자기 꿈이 배우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결정하는데, 그제야 예고에 가고 싶다고 털어놓더라고요.

배우의 2세가 배우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색안경도 있죠. 맞아요. ‘부모의 후광’이라는 색안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저는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거예요. 잘못된 길인지 아닌지 판단해주는 길라잡이 역할만 할 뿐 모든 걸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딸을 이끌어줄 능력도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죠. 직접 경험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배우 이상아는 어떤 엄마인가요? 서툴지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요. 아무리 바빠도 아침밥은 꼭 챙겨주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도 쉽게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이기도 하고요.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하나요?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도 하나의 작품 속 캐릭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제 안의 또 다른 인물이랄까요? 신기하기도하고, 낯설기도 해요. 제가 세 번 이혼하면서 딸도 상처를 많이 받았나 봐요. 서로 상처가 되기도 하고, 또 힘이 되기도 하는 존재죠. 딸아이가 중학교를 대안학교로 갔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의 가정환경에 대해 들었나 봐요. 자기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은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수치심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엔 같은 여자로서 엄마를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딸이 어떤 여자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나요? 언젠가 한번은 “두고 봐,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제발 그래다오’라고 생각했죠. 제가 살아온 인생을 딸이 답습하는 건 싫어요. 스스로를 지키면서 착하고 속 깊은 여성으로 성장하길 바라요.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추하게 늙고 싶지 않아요. 남은 인생은 밝고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식상할 정도로 일을 많이 하는 것도 목표예요. 요즘 들어 일하는 행복을 알게 됐거든요.

welcome TROIKA 시리즈

- welcome TROIKA 원미경편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민기원
헤어
데이빗(H. DAVID)
메이크업
정서윤, 재경(제이윤뷰티)
스타일리스트
이효선(나피스타일)
2017년 05월호
2017년 05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민기원
헤어
데이빗(H. DAVID)
메이크업
정서윤, 재경(제이윤뷰티)
스타일리스트
이효선(나피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