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면서 바빠졌어요. 벌써 일 년이나 했더라고요. 여행을 워낙 좋아하니까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덕분에 예전에 함께 활동했던 분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네요. 그 시절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좋아요.
40대 주부들에게 <불타는 청춘>의 인기가 높아요. 아마 1980년대 청춘 스타에 대한, 그 시절 추억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멋진 남자 출연자가 나오면 시청률이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40대 아저씨 팬을 책임지고 있습니다.(웃음) 촬영장에서도 나이 지긋한 스태프를 만나면 반가워요. “그땐 그랬지” 하면서 추억에 잠기곤 한다니까요. 각자 위치에서 최고인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이렇게 융합이 잘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이연수의 전성기는 어땠나요? 다섯 살 때 동네 패션쇼 무대에 올랐는데, 거기에서 발탁됐어요. 열 살에 MBC 어린이합창단에 들어갔고 그 후 <호랑이 선생님>에 캐스팅됐죠. 정신없는 10대를 보냈어요. 일을 정말 많이 했죠. 학교에서 가장 친한 사람이 수위 아저씨였어요. 매일 조퇴를 했으니까요.(웃음) 그때 제 꿈은 친구들과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는 거였죠.
그 시절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집으로 팬레터와 선물이 엄청 많이 왔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건, 당시 방문 판매하시는 아주머니의 물건을 훔쳐 저희 집에 놓고 간 팬이 있었어요. 저한테 선물을 주고는 싶은데 돈이 없으니 훔쳤던 거예요. 나중에 알고는 방문 판매 아주머니께 돌려드렸던 기억이 나요. 집 앞에서 며칠 동안 기다리는 소위 ‘사생팬’도 있었고, 대통령이 돼서 찾아오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종이학 선물은 어마어마하게 받았고요. 생각해보면 그땐 애정 표현도 참 아날로그적이었어요.
그때의 이연수와 지금의 수지 중 누가 더 화려할까요? 참 난감한 질문이네요.(웃음) 분명한 건 저와 함께 활동했던 하희라 씨, 이상아 씨, 이미연 씨 등을 합치면 지금의 수지 씨보다 화려할 거라는 거예요. 요즘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거든요. 물론 지금과 그때의 분위기가 다르니 체감하는 인기가 다르겠지만요.
주변의 시기나 질투도 많았을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선후배, 동기들한테 시샘을 많이 받았어요. 저 혼자 독식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작품 하나 하고 오면 눈총 받고, CF 하나 찍고 오면 시기를 받았죠. 선배들 기에 눌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예계에 일찍 지쳤을지도 몰라요. 나이도 어렸고, 소녀 감성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죠.
블랙 러플 팬츠 꼼빠니아, 도트 장식 화이트 블라우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자 화이트샌즈.
김혜수 씨, 이상아 씨와 함께 트로이카로 불렸죠.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았던 때였어요.
그래서 연예계에 일찍 지쳤을지도 몰라요.”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가 있어요. 전성기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나이 어린 친구들도 저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는 만족해요.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던 일들을 원 없이 했어요. 공부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녔죠. 엄마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직접 음료를 만들고 서빙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았죠. 간간이 광고 모델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연예계와는 거리를 두었어요. 종종 알아보신 분들이 “왜 활동을 안 하느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때마다 “저 이연수 아니에요~”라고 답하곤 했죠.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복귀하게 됐나요? 2002년, 우연한 기회에 중국 드라마 관계자를 알게 됐어요. 제가 어렸을 때 활동했던 걸 기억하시고는 드라마 출연 제의를 하셨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중국이라면 불편하지 않게 활동할 수 있겠다 싶어 출연하기로 했고 스타일리스트와 통역자, 그리고 저까지 셋이서 한 팀이 되어 중국에서 두 달 동안 활동했어요. 남장여자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보면 제가 중국 한류의 시초가 된 거죠. 생각해보면 중국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어요. 언어와 문화가 달라 힘든 점은 있었지만 즐거웠어요.
10년 넘게 활동을 쉬었어요. 다시 돌아오니까 기분이 어떻던가요? 제 안에 잠재돼 있던 열정이 솟구치더라고요. ‘이렇게 재미있는 걸 그동안 왜 안 했지?’ 싶었어요. 직접 프로필을 만들어 선배님들, 선생님들을 찾아다녔네요. ‘저 중국에서 이렇게 활동하고 돌아왔어요!’ 하고요. 그러던 중에 <불타는 청춘>에서 섭외 제안이 들어왔고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지금의 제 삶에 만족해요. 조급해하지 않고 한 단계씩 밟아가려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건 이제 급하지 않다는 거예요. 느긋해졌죠.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불타는 청춘> 식구들 중 돌싱도 있고 싱글도 있는데, 그들을 보면서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우리끼리 있으면 너무 재미있어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죠.
결혼 계획이 없는 건가요? 아뇨! 결혼하고 싶어요. 마지막 연애는 8년 전이에요. 그 후로 종종 소개팅 제의가 들어오는데 조심스러워서 막상 만나지는 못하더라고요.
<불타는 청춘>에서 짝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웃음) 멤버들끼리 “김국진-강수지를 잇는 제2의 커플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하곤 하죠. 좋은 작품에서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상형요? 딱히 그런 건 없어요. 막연하게 끌리는 사람이 좋죠. 각자 살아온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맞춰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사람이 좋다면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운명의 남자가 60대, 70대에 나타나도 좋아요. 그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하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