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선택한 작품을 더 즐기고, 몰입하다 보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로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교감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이 말해주듯,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속 변 씨 패밀리의 매력에 푹 빠져 저녁 약속 대신 본방 사수를 공표한 사람이 주변에 넘쳐날 정도. 그중에서도 둘째 딸 ‘변혜영’을 연기하는 이유리의 존재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세상의 욕은 다 들어봤을 법한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보는 사람까지 속이 시원해지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이다 대사를 쏟아내는 걸 크러시 변호사 ‘변혜영’만 아른거리니까. 카리스마와 귀여움이 제대로 버무려진,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이유리가 또 다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밤샘 드라마 촬영에 인후염까지 겹친 힘겨운 상황도 아랑곳 하지 않고, 셔터 소리와 함께 조용하고 침착하게 여유 있고 유연한 눈빛과 포즈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드라마가 끝나면 무얼 하고 싶은지 묻자 휴식이나 여행이란 예견된 대답 대신 아직 못 해본 역할이 너무 많다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천생 배우 이유리의 화려한 봄날은 이제 시작이다.
오랜만의 화보 촬영인 것 같아요. 오늘 촬영 어땠나요?
새로웠어요. 오랜만이어서인지 촬영장 분위기도, 아방가르드한 룩도 모두 처음인 듯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아버지가 이상해>가 주말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요.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때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대본부터가 워낙 재미있어서 찍을 때도 웃음을 참지 못해 NG가 많이 날 정도예요. 동료 연기자들끼리 다들 너무 친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데다 낯간지러운 ‘자뻑’ 대사가 많아 대본만 읽어도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와 신나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국민 악녀 이미지가 기억도 안 날 만큼 걸 크러시 변호사 ‘변혜영’ 역할이 너무 잘 어울려요. 실제 유리 씨 모습과 비슷한가요? 맡은 역할에 따라 성격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변혜영’을 연기하고 있는 지금은 드라마 초반부터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변혜영’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요즘 제 모습이나 성격이 ‘변혜영’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외모만 보고 여성스러운 성격일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정반대예요. 남자처럼 털털하고 쾌활한 편이거든요.(웃음) 웃기고 재미있는 것, 귀여운 것도 너무 좋아하고요.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어요. 원래 연기자가 꿈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연기자를 꿈꾼 건 아니었어요. 우연히 오디션에 참가할 기회가 생겨 연기 준비를 하다 보니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까지도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감독님들이 ‘왜 이제야 이런 역할을 만났을까’ 하시며 칭찬도 해주시고,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것도 설레고 신나요. 처음엔 어떤 역할이든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익숙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가니 재미있고 매력적인 일이죠.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여러 작품이 떠오르는데, 다리를 저는 연기를 해야 했던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박선희’가 제일 먼저 생각나고, 아무래도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도 잊을 수 없죠.(웃음) 또, 지금 하고 있는 <아버지가 이상해>의 밝고 쾌활한 ‘변혜영’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드라마를 고를 때 인기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작품이 저 혼자의 힘만으로 잘되고 못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 같은 건 크게 없어요. 감독님, 작가 선생님, 연기자들을 비롯해 스태프 하나하나까지 모든 상황이 잘 맞아야 시청률도 잘 나오거든요. 제가 선택한 작품을 더 즐기고, 몰입하다 보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촬영이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요? 요즘은 운동을 많이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지금은 틈틈이 복싱과 필라테스를 함께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식이 요법만으로는 몸매 유지가 어렵더라고요.(웃음)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며 운동과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뷰티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보니 집에 있는 날에는 자연스레 잡지를 많이 보게 돼요.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요? 보이시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사극이나 시대극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를 많이 못 해봤는데,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얼마 전 <오! 캐롤>이라는 뮤지컬을 했는데, 이번 드라마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어느 한 장르나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두루두루 경험하며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고 싶어요. 물론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이제야 연기의 재미를 알 것 같다고 해야 하나요? 그냥 다 하고 싶어요. 뭐든지.(웃음)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변신을 잘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어느 한 이미지에 갇혀 있기보다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로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교감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