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육 봉사 동아리에서 시작한 사회적 기업 ‘공신’의 대표 강성태를 만났다. 수능 점수 상위 0.01%였던 그는 지금도 매년 수능을 보며 학생들의 형, 오빠로서 조언을 한다.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공신을 통해 공부한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총 49년이었다.
공부가 재미있나요?
그럴 리가요. 공부를 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열등감이었어요. 학교에서 괴롭힘을 많이 당했거든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갑자기 몸집이 커지는 아이들이 생기잖아요. 제가 작아서 만만해 보였는지 그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어요. 그런 괴롭힘이 중학교 때까지 이어졌는데 사춘기가 겹치면서 많이 힘들었죠. 당시 속으로 ‘저런 애들이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학교생활에서 갑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거예요. 학생은 물론 선생님도 전교 1등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찌질’했죠. 제가 여러 면에서 많이 느렸어요. 내성적이고 겁도 많았죠. 어릴 때는 말이 없어 동네에서는 점잖다고, 양반이라고 불렸는데 사실 그냥 말 배우는 게 느렸던 거죠.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가요?
무척 보수적인 분들이세요. 저와 제 동생이 모두 서울대에 입학해 많은 분들이 저희 부모님이 교수나 교사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저희 집은 사교육도 없었어요.
사교육을 한 번도 안 받았나요?
초등학교 때 서당을 다니긴 했어요. 거창한 서당이 아니라 동네 할아버지가 하던 작은 서당이었어요. 몇 년 동안 <사자소학> <천자문> <동몽선습> <계몽편> <소학>까지 공부했어요. 사실 초등학생이 뭘 알겠어요. 임금과 신하가 어쩌네, 부부가 유별하네, 이런 걸 하는데 이해가 안 됐죠. 한자는 잘 쓰게 됐지만요.
그럼 공부는 어떤 식으로 했던 건가요?
그때는 아는 게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 그냥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어요. 효율이란 게 없었죠. 하루 몇 시간 동안 공부할 수 있는지 궁금해 어느 날은 18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어보기로 했죠. 이게 방송에 소개돼 강성태가 하루 18시간씩 공부했었다고 잘못 알려졌어요. 사실 딱 하루였어요. 하루였지만 이걸 해내니 스스로를 이겨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죠.
학생마다 성격이나 성향이 다른데 몇 가지 공부법이 모든 학생에게 통하는 건지 궁금해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교육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과외 형식으로 문제풀이를 해줬는데 끝이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다 떠 먹여줘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공부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죠. 중학교 때는 무작정 오래 앉아 있으면 성적이 올라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이게 먹히지 않아요. 모의고사는 더욱더 그렇고요. 그래서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공부법을 알려주게 됐고, 동기 부여에 이어 최근에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까지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어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루에 영어 단어를 몇 개 외운다든가 하루에 지문 하나씩을 꼭 외우는 습관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예요. 하루하루 꾸준히 해야 비로소 습관이 되는 거죠. 그중 하나가 ‘66일 공부법’이에요. 사람이 66일 동안 어떤 일을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는 이론에서 출발한 공부법으로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만들었어요. 어떤 행위가 습관이 되면 굳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 무의식중에 하게 돼 의지가 필요 없거든요. 그렇게 되기까지 최소 66일이 필요해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과를 졸업했는데,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요?
사실 전혀 없었어요. 저는 학창 시절에 진로나 전공에 대해 상담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입학 원서도 수능이 끝나고 정신없이 놀다가 담임선생님이 “성태 너 이제는 정말 원서 내야 한다”고 하셔서 전교 1등인 친구가 기계항공공학과를 썼다기에 따라 썼던 거예요. 대학 1학년 동안 적응을 못 했어요. 저는 사실 대학만 가면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캠퍼스 생활이 펼쳐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공을 공부하려고 봤더니 물리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거예요. 배신감이 들었죠. 대학교 1학년 때는 내내 방황만 했어요.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어요. 교육 봉사 동아리였는데 그때 했던 일이 직업으로까지 이어진 거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했어요. 학생들은 드디어 강성태 선생님이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며 열광했죠.
그땐 정말 화가 많이 났거든요. 저는 교육 봉사를 시작하고 15년 동안 날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날은 도저히 공부하란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많은 한국 아이들이 많은 것을 포기해가면서 공부에 매달리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명문대의 학칙을 바꾸면서까지 쉽게 입학하죠.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를 최고로 잘했다는 사람들이 결국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현실을 보니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계속 “너희가 최선을 다하면 뭔가를 바꿀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어른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잖아요.
4월이에요. 수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4월은 긴장이 풀리는 시기예요. 3월엔 긴장 상태였다가 날씨도 따뜻해지고 모의고사도 끝나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죠. 지금 3월에 봤던 모의고사 시험지를 다시 펼치세요. 한 문제도 빼놓지 않고 틀린 문제를 꼭 보세요. 지금 안 보면 다음에도 반드시 틀려요. 그리고 맞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던 문제, 찍었는데 맞은 문제까지 다 긁어모아서 한 문제 한 문제 분석하세요. ‘이 조건을 보고 이 개념을 떠올려야 했는데 그걸 못 했었구나’ 하면서 문제 풀 당시를 떠올려야 해요. 단순히 오답만 확인해서는 안 돼요. 왜 이 문제를 틀릴 수밖에 없었는지, 시간 안배를 어떻게 잘못했는지 원인을 일일이 분석해야 돼요.
한 번의 모의고사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많은 문제를 풀 필요도 없어요. 단순히 오답 노트가 아닌 ‘오답 분석 노트’를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그럼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원인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원인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해요. 물론 신유형이 나오고 트렌드가 바뀌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바뀌지 않아요. 시간이 지난다고 근의 공식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중요한 부분은 정해져 있어요.
그리고 사회탐구 영역을 지금 시작하세요. 여름방학에 시작하는 학생이 많은데 그때 시작하면 너무 늦거든요. 사회탐구 한 과목만 보면 국·영·수보다 양이 훨씬 적을지 몰라도 ‘최저등급’을 맞출 때 생각보다 수월해요.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실 부모님들이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공부를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 앉혀놓고 억지로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잔소리만 안 해도 잘하시는 거예요. 제가 학부모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빈말이라도 “잘하고 있어”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라는 겁니다. 분명 짜증내는 아이들도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굉장히 약해져 불안감에 시달리는 시기에 이런 말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제가 멘토링하면서 느끼는 것도 공부법을 알려주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할 수 있어”라는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어요. 저는 과외 선생님이 아니에요. 멘토링하면서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끔 해줘요. 거의 세뇌시키는 수준으로요. 이 기사를 읽는데 옆에 아이가 앉아 있다면 당장 “넌 할 수 있어. 넌 소중해.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세요. 이런 말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변해요.
강성태가 알려주는 공부 팁 5
1 66일간 지속하면 습관이 된다
가장 적용하기 쉬우면서 효과적인 습관에 관한 연구는, 특정 행동을 평균 66일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66일 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하면 반드시 삶은 바뀐다.
2습관으로 습관을 만들어라
우리 삶엔 이미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이 있다. 그것에 새로운 습관을 붙여 하나로 만들어라. 이미 습관처럼 반복되는 점심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면 나중엔 무조건 식후에 커피 생각이 난다.
3 습관은 작게 시작해 크게 키우는 것이다
조급함과 과욕이 모든 것을 망친다. 기적은 항상 작은 것이라도 지속할 때 일어난다. 지속하려면 무리해선 안 된다. 오히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적게 책정하라. 점점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4 아침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눈뜨자마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하루 종일 영향을 미친다. 공부를 일어나자마자 할 작은 습관으로 정하라. 영어 단어 1개라도 외우고 하루를 시작하라. 이 작은 성취감이 또 다른 성취를 낳는다.
5 66일 습관 달력을 체크하라
게임이 재밌는 이유는 경험치가 쌓이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레벨, 아이템, 모든 게 보이지만 공부는 그렇지 못하다. 습관 달력을 매일 체크하며 공부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강성태가 말하는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법 5가지
공신은 모호하게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 자체를 분명하게 해야 좋은 답변이 돌아온다.
1 정확한 ‘지점’을 질문하라
“모르겠어요” “이 문제 좀 풀어주세요” 이런 식으로 무작정 질문만 남발하면 공부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은 이렇게 질문하라. “선생님, 교과서에 나오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풀어봤어요.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여기서 막혀요. 제가 놓치는 게 뭘까요?”
2 ‘예시’를 요청하라
어떤 개념을 물었다면 그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회비용’에 대해 배웠다면 예시로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기회비용이라 하는지를 물어라. 이해도 빠를 뿐 아니라 암기하기도 쉽다. 더 나아가 문제를 예시로 요청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3 그 자리에서 ‘스스로’ 설명하라
가능하면 답을 알게 된 그 자리에서 스스로 설명해보라. 누군가에게 실제로 설명해도 좋고 자기 자신에게 설명해봐도 좋다. 방금 전까지 내가 질문자였지만 이젠 내가 답변자가 돼본다. 질문한 내용을 확실히 이해했는지 파악할 수 있고 기억이 더 오래, 더 정확히 남는다.
4 ‘중요도’를 물어라
전체 범위 모두가 중요한 시험은 없다. 중요한 내용은 정해져 있다. 20% 이내 범위에서 80% 이상의 문제가 출제된다.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면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
5 ‘과정’을 물어라
“많은 학생이 이 문제 어떻게 풀어요?”라고 묻는 것이 질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반쪽짜리 질문이다. 수학 문제를 질문한다면, 여기서 이 공식이나 개념을 사용한다는 발상을 어떻게 떠올렸는지도 물어보라. 무엇을 근거로 이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어보라는 말이다. 이게 모르는 내용을 아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생활 속 공부 습관 기르기
1 목표를 쪼개서 습관에 태워라
우리의 꿈과 목표는 당장 이룰 수 있는 작은 것이 아니라 매우 크다. 그러므로 반드시 쪼개야 한다. 국어도, 영어도, 수학도 쪼갤 수만 있다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2 공부할 때 음악을 들어도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들어도 된다. 단, 가사가 인지되면 절대 안 된다. 사람의 뇌는 언어 처리를 한 번에 한 가지밖에 하지 못한다. 노랫말의 의미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면 당장 음악을 꺼야 한다.
3 오늘 자서 내일 일어나라
공부에 수면 관리는 절대적이다. 수면 관리가 안 되면 효율적인 공부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수면 관리는 곧 시간 관리이자 자기 관리며, 모든 분야에서 성공으로 가는 첫 번째 전략이다.
4 낮에 공부하라
흔히 수험생은 잠을 적게 잘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졸거나 비몽사몽 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겨울잠 자는 곰이 부럽지 않다. 낮에 최선을 다했다면 밤에는 잠들 수밖에 없다. 깨어 있을 때 최선을 다해라.
5 긍정적인 마음도 습관이다
학습하는 데 긍정적인 정서는 그 자체가 능력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능력이 올라간다.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면 오래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