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파리 컬렉션에서 포착한 단발 스타일링
예전에는 단발머리를 하러 오는 고객 중 앞머리를 자르는 분이 드물었어요. 지금은 시스루 뱅, 처피 뱅 등 앞머리에 포인트를 주는 게 트렌드가 됐죠. 컬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고요. 전엔 물결 펌처럼 컬이 과한 게 사랑받았다면 요즘엔 약간의 층을 쳐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뻗치는 스타일이나, 층을 거의 주지 않는 단정한 C컬 단발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by 정석 리파이너리 역삼점 부원장
과거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못 할 거라는 편견이 단발머리 시도를 꺼린 이유였다면 요즘의 단발은 그런 불만이 무색할 만큼 표현법이 다채롭다. 단발머리의 무한 변주가 가능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선 단발머리의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긴 머리와 달리 단발머리는 모발 끝에 부피감이 있느냐 없느냐, 겉에 층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컬 방향이나 모양이 쉽게 달라진다. 모발 끝에 부피감이 없고 얇을수록 바깥으로 뻗치기 쉽고(아웃컬), 무거울수록 안으로 잘 말리는(인컬) 식이다. 그 상태에서 길이감에 따라 또 느낌이 달라진다. 미묘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일까, 단발 커트는 상당히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2~3시간 소요되는 펌이나 염색만큼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산. 헤어 디자이너의 실력 차이는 커트에서 갈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정석 라파이너리 역삼점 부원장은 커트 실력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긴 머리는 아주 예민한 사람들을 제외하곤 숱을 좀 덜 치거나 더 쳤다고 해서 혹은 양쪽 머리 길이가 조금 다르게 커트됐다고 해서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려워요. 하지만 단발은 달라요. 그 차이가 확실히 눈에 보이고 바로 알 수 있죠. 그래서 헤어 디자이너들은 고객들이 숍에서 손질하고 나갈 때와 집에서 손질할 때의 간극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요. ‘오늘’만이 아니라 ‘한 달 뒤’에도 예쁜 머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신경 쓰죠.”
단발이 얼마나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되는지는 이제 알았다. 그렇다면 단발을 시도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정석 부원장은 ‘목 길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턱 끝에서 어깨까지의 공간이 단발머리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목이 짧은 사람은 커트를 해도 모발이 목을 금방 덮게 돼요. 산뜻한 느낌을 낸다거나, 목선이 가늘고 길어 보이는 효과 등 단발의 이점을 살리기 어렵죠. 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커트 길이를 디자이너와 충분히 상의한다면 성공적으로 단발머리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part 2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단발 스타일링
여배우들에게 단발머리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단순히 스타일 변신이 가능해서만은 아니다. 청순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발랄한 이미지를 주는 매력 때문인 듯. 또한 단발머리라고 모두 같은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도 절대 아니다. 최근 많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들이 단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저마다 다르게 연출해 전혀 다른 느낌을 살려냈다. –by 양준우 미쟝센 브랜드 매니저
이성경(MBC <역도요정 김복주>) 볼륨 있는 처피 뱅 단발
STYLING POINT
최근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러블리한 매력을 발산 중인 이성경. 데뷔 이래 줄곧 긴 머리를 고수하다 지난해부터 트렌드인 처피 뱅에 밝은 브라운 컬러를 입힌 발랄한 단발 커트를 선보였다. 펌은 아니지만 헤어 제품으로 볼륨감을 주어 풍성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 여성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역도 전공자지만, 알고 보면 눈물 많고 정도 많은 캐릭터에 딱이다.
STYLING TIP
자연스레 말린 듯한 느낌이 날 수 있게 핸드 드라이하는 것이 팁. 손질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중간중간 살짝 뻗치게 연출해 포인트를 준다. 처피 뱅은 각진 얼굴이나 긴 얼굴의 소유자는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각자의 얼굴형을 고려해 앞머리 길이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by 이혜영 헤어 스타일리스트(아베다)
서현진(SBS <낭만닥터 김사부>) 인컬 아웃컬을 섞은 시스루 뱅 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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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또 오해영> 종영 후 쇄골이 넘는 길이를 유지했던 서현진은 복귀작인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윤서정’ 역할을 위해 단발로 변신했다. 2016 가을 시즌부터 셀럽들에게 사랑받는 모카 브라운 컬러의 미디엄 단발 커트에 가벼운 시스루 뱅을 더해 열정 넘치는 의사 캐릭터 헤어 스타일을 완성한 것. 모발 끝에 인컬과 아웃컬을 섞어 끝 라인을 살짝 뻗치게끔 드라이해 생기를 준 것이 특징이다.
STYLING TIP
매우 적은 양의 앞머리 몇 가닥으로 시스루 미니 뱅을 연출한다. 어두운 컬러보다는 브라운 컬러로 염색했을 때 모발 끝의 움직임이 더 가벼워 보일 수 있으니 참고하자. 소프트한 컬 왁스를 모발 끝에 살짝 발라 마무리한다. –by 고선영 차홍아르더 학동점 부원장
유이(MBC <불야성>) 시크한 언밸런스 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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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하고 건강한 이미지의 대표 주자 유이. 극 중 ‘이세진’이라는 야심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번에는 시크함을 장착했다. 양쪽 머리 길이를 미세하게 다르게 커트해 한쪽 머리는 바깥으로 뻗치게 연출했다. 길이가 짧은 쪽을 귀 뒤로 넘기면 시크한 매력이 배가된다는 사실. 턱 선을 아름답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며 로즈 브라운 컬러가 강단 있고 당당한 느낌을 살려준다.
STYLING TIP
극 중 유이의 헤어스타일은 디자이너와 상의해 얼굴형에 맞는 길이를 정한다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언밸런스 쇼트 헤어는 최대한 깔끔하게 스타일링해 커팅선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스트레이트기로 모발 끝을 펴주되 바깥쪽으로 뻗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소프트한 세팅력을 지닌 스프레이 혹은 헤어 에센스로 잔머리를 잡아주자. –by 한수화 제니하우스 청담힐 실장
박은빈(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단정한 C컬 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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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난생처음 짧은 단발머리에 도전한 박은빈이 이번 드라마에선 단정한 길이의 미디엄 단발로 청정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뿌리를 많이 살리지 않고 중간 볼륨과 끝머리를 안으로 쏙 넣어주듯 드라이하는 것이 포인트다.
STYLING TIP
박은빈의 경우 잔머리가 많아 로레알 프로페셔널 에르네뜨 스프레이로 지저분한 부분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스타일링한다. 화려한 테크닉 필요 없이 두상 느낌 그대로 볼륨감을 살려 C컬로 드라이하고, 중간중간 드라이 샴푸로 앞머리의 유분감을 잡아주면 온 종일 보송하고 볼륨 있는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by 한별 제니하우스 청담힐 디자이너
정소민(TV캐스트, KBS2 <마음의 소리>) 살짝 층을 낸 시스루 뱅 단발
STYLING POINT
웹툰 <마음의 소리> 속 ‘애봉이’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비주얼로 탄생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고수해온 긴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정소민은 스퀘어 라인으로 커트한 뒤 겉에 미묘한 층을 내 너무 무겁지 않은 단발 스타일을 완성했다. 자연스러운 시스루 뱅은 앞으로 내리거나 양옆으로 넘기기도 하는 등 스타일에 은근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특징.
STYLING TIP
드라이할 때 차가운 바람으로 툭툭 털어 말린다. 앞머리는 따로 아이론하지 않고 작은 롤로 만 뒤 풀어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는 게 팁. 너무 모양을 내기보다는 무심한 듯 스타일링해야 더 예뻐 보인다. –by 차세인 제니하우스 프리모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