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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 속 박수홍은 클러버다. 친한 친구들을 소환해 한 차에 싣고 클럽 여행을 떠나고, ‘핫하다’는 페스티벌을 찾아다니며 분위기를 만끽한다. 스케줄이 없을 땐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시간을 때우고 아주 간혹 담배를 피운다. 이를 본 어머니의 “아이고!” 하는 탄식 소리가 브라운관 너머까지 들린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까지 열심히 일만 했어요. 개인적인 시간이라곤 없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이었죠. 불만은 없었어요.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바쁜 게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스트레스를 풀 창구가 없었더라고요. 클럽에서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풀려요. 제가 찾은, 일탈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박수홍은 “세상만즐”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만든 것들은 다 즐기며 살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분위기 좋은 휴양지, 예술가의 혼이 깃든 예술 작품, 공연, 맛집 등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고 살자는 게 그의 신조다.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세계 여행도 들어 있다.
인터뷰 화보 촬영 영상 보기 ▶ https://www.youtube.com/user/adrenallingb
“예전에는 방송이 삶의 목표였고 인생이었다면 지금은 아니에요. 철저히 제가 우선이 됐죠. 유명해지는 것, 방송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방송과 저를 분리하면서 인생이 달라졌어요.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노홍철 씨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세요’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요즘 제가 그래요. 이를테면 ‘클럽’도 그중 하나죠.(웃음)”
좋아한다는 음악을 크게 틀었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철없는 아재 클러버’라는 수식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클럽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는 여성이, 둘째는 젊음이, 셋째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에요. 남자니까 당연히 여성들과 어울리는 게 좋고, 나이를 먹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열정과 패기가 좋고, 장르와는 상관없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니까 좋아요. 아! 마지막으로, 요즘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제게 놀이터가 돼줘 좋습니다.(웃음)”
처음 클럽을 접하게 된 계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이야 톱스타도 다닌다는 클럽이지만 박수홍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1990년대만 해도 클럽은 개그맨의 행사장일 뿐이었다. 유명인이라서, 연예인이라서 맘껏 놀 수 없었을 게다. 박수홍도 그 지점에 크게 공감했다. “맞아요. 처음 클럽에 갔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어요.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건가 싶었죠. 제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이런 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라는 생각에 뛰쳐나오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더 놀지 못했는지 안타깝네요.(웃음)”
하고 싶은 걸 하며 산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을 오롯이 보여준다는 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감춰두었던 본능을 표현한 박수홍의 용기에 박수 치는 사람도 있지만 철부지 어린아이 같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다. 방송에서 과거 가족의 반대에 결혼이 무산됐었다고 고백했을 때도 사람들은 삐딱한 시선으로 그를 봤다. 혹자는 박수홍이 아직 미혼인 이유가 어머니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 당시 가족의 반대가 있었고 여자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떠났지만 그게 온전히 부모님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말 못 할 사정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에요. 어머니는 악성 댓글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셨어요. 어차피 지나갈 관심일 뿐이라고 위로했어요.” 의외로 어머니는 흔쾌히 출연을 승락했다고 한다. ‘아들을 위한 일’이라면 더는 이유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섭외 제안을 받고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어머니는 단 한마디만 물어보셨죠. ‘내가 출연하면 네게 도움이 되느냐?’고요. 당신이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하셨어요. 세상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그럴 거예요. 어머니는 저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세요.” 이유도, 설명도 필요 없이 무조건 출연해준 어머니에게 “못난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잠시 숨을 고른 그가 말을 이었다.
“아마 제가 이렇게 클럽을 좋아할 줄은 꿈에도 모르셨을 거예요.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죠?(웃음) 작가로 일하는 동생이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 했고, 저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결혼을 반대한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방송에서 어머니를 대하는 박수홍의 모습은 무뚝뚝한 다른 집 아들들과는 사뭇 다르다. 애교가 많지는 않아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이 묻어난다. 따뜻하고 다정다감하다.
“아들이라서 어머니에게 살갑게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다른 집 아들들을 보면 저보다 더 무뚝뚝하더라고요. 아직 장가를 안 갔고, 얼마 전까지 같은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살았고, 둘째 아들이다 보니 그나마 살가운 편이죠. 다정하게 대해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불효자죠. 어머니가 원하는 결혼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말이 나온 김에 왜 결혼하지 않는지 물어봤다. 웨딩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유가 결혼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라면 먹을 사람, 함께 TV 보며 뒹굴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았다. 아주 가끔, 문득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아직까지는 결혼 생각이 없어요. 이렇게 말하다가도 운명 같은 상대가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겠죠. 다만 결혼을 하기 위해 여성을 찾지는 않을 거예요. 결혼이 인생의 목표가 되면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거든요. 성실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다 보면 저와 꼭 맞는 여성분이 나타나지 않겠어요?”
“혼자 사는 데 불편한 게 전혀 없어요. 생활의 불편함은 93%가 돈에서 온다고 하더라고요. 나머지 7%는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오는 외로움일 테고요.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불편하죠. 오히려 혼자가 편해요. 만약 결혼했다면 클럽에 갈 수도,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 수도 없을 것 아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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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은 흥이 넘쳤다. 아니, 분위기를 즐길 줄 알았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자신이 어색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다가도 이내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환하게 웃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잘 어울리나요? 평소엔 의상도 제가 픽업해요. 헤어나 메이크업도 직접 하죠.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과정이 부끄럽고 어색하더라고요. 이렇게 패턴이 화려한 의상을 입으니까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 그동안은 개그맨 특유의 과장된 제스처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또 다른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좋아요.”
박수홍은 ‘진짜’ 자기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좁은 골목길, 허름한 외관이 운치 있는 작은 식당에서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밥을 먹을 줄 아는 자연인의 모습 같은 것. 화려하게 빛나는 연예인의 삶보다는 죽마고우와 커피 한잔하며 몇 시간이고 수다 떨 수 있는 수더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가식 없이 편하게 행동하는 게 진짜 제 모습일 텐데, 사실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기란 어려워요. 어딜 가든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고, 그런 관심이 좋기도 하고요.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게 진짜 제 모습인 것 같아요. 어디에서도,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게 본성 같아요. 꾸밈없이 살고 싶지만 어떻게 꾸미지 않고 살겠어요. 꾸미는 게 일인 직업인데요.”
연예인이라서 응당 치러야 하는 관심과 시선이 부담스러운 건 당연했다. 박수홍은 지난 20년 동안 대중의 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다. “옛날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 메뉴판의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었어요. 열심히 일한 덕분에 지금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은 벌었죠. 지금도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는 편이에요. ‘요즘 왜 TV에 안 나와요?’ ‘왜 결혼 안 해요?’와 같은 말이 아마 평생 꼬리표가 되겠죠?”
동료 연예인이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도 비슷했다. “몇 년 전 촬영을 마치고 제작진들과의 뒷풀이 자리였어요. 그 자리엔 유명 여배우도 있었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맘 편히 식사를 못하더라고요. 밥 먹는 모습이 사진 찍힐까 봐 걱정됐던 거예요. 불편해 보여 마음이 쓰였지만, 그분이 그러는 이유를 공감하지 못 한 건 아니었죠. 저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박수홍이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꾸준한 자기 관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3일은 운동을 한다. 중요한 스케줄을 앞둔 날에는 운동의 강도를 높인다. “제가 자신하는 신체 부위는 다리예요. 곧은 다리 때문에 군대에서는 의장대를 했죠. 한껏 솟아 있는 엉덩이도 괜찮다고 자부해요. 청바지 모델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웃음) 제 몸매의 비결은 꾸준한 운동이에요. 일주일에 3일은 무조건 운동을 하려고 하죠.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을 병행해요. 대중에게 보이는 직업이라 어쩔 수 없어요. 저도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어야 하잖아요.(웃음)”
박수홍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최근 SBS에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기로 하면서 바쁜 일상이 더 바빠졌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바쁘게 지내느냐고 물어요. 저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방송을 해요. 그동안 운 좋게도 장수 프로그램의 MC를 맡았어요. 결코 제가 잘해서 된 게 아니에요. 작가, PD, 동료 연기자들이 함께 잘 버무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소홀히 할 수가 없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꿈과 보람을 찾는 것. 박수홍은 이 세 가지를 잘 조화시키며 살고 있다. “존경하는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고요. 그리고 정직해야 한다고요. 다른 이들을 포용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씀이었죠. 사랑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차에 오르는 박수홍의 뒤에 대고 말했다. “불타는 토요일 보내세요!” 박수홍은 그렇게 클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