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박상영
패색이 짙었다.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한국의 박상영은 14:10으로 지고 있었다. 상대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까지 남은 점수는 앞으로 1점이었다. 에페는 ‘동시타’가 가능해 역전극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 중간 “할 수 있다”를 되뇌던 주문이 통한 걸까. 기적이 일어났다. 박상영은 내리 5점을 따내며 금빛 드라마를 써냈다. 8세 때부터 펜싱을 해온 41세의 상대 선수는 지금쯤 멘탈 회복을 했으려나?
강철 멘탈 진종오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9번째 발로 6.6점을 쏘는 실수를 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10번째 발에서 턱걸이로 탈락을 모면한 진종오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14번째 발에서는 3위까지 올라갔다. 17번째 발부터 10점 이상을 쏘기 시작하며 결국 금메달은 진종오의 것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3연패에 성공했다. 이게 팩트다.
신화를 쏘다 구본찬
양궁 선수 구본찬은 단 한 발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를 뚫고 또 뚫어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결승전까지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8강전을 슛오프로 이기고 힘겹게 4강에 진출했지만 ‘한국 킬러’ 브래디 엘리슨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 번의 슛오프. 보는 사람도 피가 말랐다. 엘리슨은 8점을 쐈다. 구본찬은 한 번 심호흡을 하고 활시위를 당겼다. 9점이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보신탕이 뭐가 중헌디! 기보배
배우 최여진 엄마는 ‘보배가 개고기를 먹는 날이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라는 무려 6년 전 인터뷰 기사를 보고 기 선수를 향한 입에 담지 못할 상욕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누구라도 정신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만한 수위였다.
한데 웬걸. 기보배는 “손톱만큼도 신경 안 쓴다”고 응수했다. 양궁 개인전은 4강에서 탈락했지만 쓴맛도 잠시, 보란 듯이 동메달을 따냈다.
의지의 한국인 이대훈
68kg급 남자 태권도에서 이대훈은 무릎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해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3·4위전이었지만 상대는 세계랭킹 1위였다.
4:5로 뒤진 이대훈은 경기 종료 22초를 남기고 상대 얼굴을 가격해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이 선수는 지난 2013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도 코뼈가 부러진 채로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본받을 만한 정신력이다.
나 같은 신인 처음이지? 정영식
탁구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난공불락 마룽을 상대로 결승전 못지않은 훌륭한 플레이를 해준 ‘정영식’을 기억하자. 그는 1세트부터 엄청난 스피드의 공을 쏘아붙였다. ‘지구 대표’라고 불리는 마룽도 당황했다.
경기를 마치고 마룽은 “정영식과의 경기는 까다로웠고 힘들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경기를 본 네티즌들은 “결승전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고 경기 내용을 호평했다.
아깝게 역전패를 당한 정영식은 샤워타월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4년 뒤 도쿄에선 활짝 웃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