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모 방송국의 연예 취재팀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제 딸이 불의의 사고로 실명을 당했어요. 가해자는 유명 여가수 A양인데 ‘수술비에 보태라’며 돈을 건네주고 도피하다시피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저희가 합의해준 것도 아닌데….”
예사롭지 않은 제보에 연예 취재팀은 즉각 취재에 나섰다. 먼저 피해자 B양의 어머니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딸이 실명당한 뒤 실의에 빠진 B양의 어머니가 털어놓은 사건의 내막은 충격적이었다.
사고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가을 어느 날 새벽에 발생했다. 지인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가수 A양이 앞서 걸어가고 있던 여성을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받은 것. 빗길이라 차가 미끄러지는 속도가 빨랐고, 놀란 A양은 사고 후 허둥지둥하며 응급처지를 하지 못했다. 결국 피해자 B양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실명’에 이르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당황했다고는 하지만 A양의 사고 후 대처는 현명하지 못했다. B양의 어머니를 찾아 “수술비에 보태라”며 치료비 명목으로 약 1천만원을 건넨 게 전부였다.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던 B양의 어머니는 그 돈을 돌려보냈다. 그러자 A양은 이번에는 매니저를 시켜 과일 바구니와 함께 돈을 보냈다. ‘부족하신 것 같아 조금 더 보탰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A양은 톡톡 튀는 개성과 섹시함을 과시하며 인기를 끈 여가수. 여성스럽고 귀여운 여가수들 사이에서 그녀의 등장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남자 연예인들과 함께할 때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매력이 여성 팬의 마음을 훔치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섹시 댄스로 군부대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그녀는 ‘군통령’으로 꼽히기도 했다.
가요와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와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종횡무진 활동하던 그녀가 돌연 중국으로 활동 영역을 옮긴 이유는 앞서 언급한 불의의 사고 때문이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녀가 교통사고 스캔들에 휘말릴 경우 하루아침에 추락할 인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A양은 과일 바구니와 돈 봉투를 B양의 어머니에게 보낸 그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탑승 전 모 방송국 연예 취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분간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계획입니다. 저로선 할 만큼 했습니다. 부디 눈감아주세요.” 그녀가 떠난 뒤 소속사 대표가 직접 방송국을 찾아 무릎이 닳도록 사정했고, 사건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채 일단락됐다.
B양의 어머니가 다시 분노에 휩싸인 건 A양이 중국에서 버젓이 한류 스타로 통하며 수십억원의 출연료와 광고료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후였다.
B양의 어머니는 “우리 딸은 눈을 잃었는데 사고를 낸 가해자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잘살고 있고 심지어 우리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벌고 있더라. 분통 터지는 심경을 어디에 토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중국에서 활동한 뒤 돌아온 A양의 행보는 화려했다. ‘핫하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톱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털털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알려진 A양을 술집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의 유명 맛집에서 요즘 대세로 떠오른 방송인 C군과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이야기도 연예가에 퍼졌다. 한 기자가 C군의 소속사에 열애 사실 확인차 전화하자 “‘그렇고 그런’ 사이지만 사귀지는 않는다”라고 밝혀 황당했다는 후문이다.
A양을 잘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는 의리 있고 자기 일에 대해서만큼은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눈을 잃은 딸을 둔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A양은 잘못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무책임한 여자”라고. B양의 어머니는 오늘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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