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대한민국
OECD 국가 중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최하위
지난해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평균 시간은 48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다. 특히 아빠와 아이의 교감 시간은 고작 6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미국은 3시간이 넘으며 34개 회원국의 평균 시간은 2시간 31분, 아빠는 47분을 아이와 함께한다. 외국의 경우 퇴근 후나 주말에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는 등 시간을 공유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짧은 애정 표현도 어려운 부모와 아이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부모 1천 명에게 ‘퇴근 후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애정 표현’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만 실천하는 경우가 66%였고,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도 14%나 됐다.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직장인 부모는 10명 중 6명으로 일과 시간에 하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야근하는 게 일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연간 일하는 시간은 2천1백63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사회적 인식과 직장 문화의 변화가 시급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소중한 놀이터, 우리 집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곧 놀이가 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팍팍한 현실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쏟는 시간의 절대적인 양보다 제대로 된 애정과 스킨십을 나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퇴근 후 30분이라도 집안일, TV 시청, 휴식을 잠시 미뤄두고 먼저 아이와 함께 신나게 놀아주는 것으로도 부모의 부재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일상에서 이뤄지는 청소, 빨래 널기, 설거지 등을 아이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놀이가 된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공간은 역시 ‘집’이다. 집을 단지 주거하는 곳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가족의 놀이터라 생각하면 가족 간의 관계에도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집을 잠깐 거쳐 가는 곳으로 여기기보다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홈 퍼니싱 시장이 성장하고 인테리어 관련 서적, 온라인 콘텐츠는 물론 tvN <내 방의 품격>,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SBS <좋은아침-하.우.스> 등과 같은 ‘집방’도 큰 인기다. 특히 홈 퍼니싱의 선두에 있는 이케아는 최근 장진 감독과 함께 ‘아이들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진짜 아이의 모습이 된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독특하게 ‘브랜드라마(브랜드+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냈다. 어른의 모습을 한 아이의 바쁜 하루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진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반전 있는 스토리다. 지금까지의 이케아 광고와 달리 장진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시간에 쫓기는 한국 가족의 모습이 리얼하게 드러난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중요함,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집과 방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가족의 일상 공유를 위한 전문가의 조언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진심으로 듣고 함께 해주세요”
1. 가족과 함께 놀이를 하면 아이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까요?
가정은 밖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된다. 집이 소중한 것은 그 안에 부모형제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형제와 함께 놀이를 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 읽기, 자신의 행동 조절하기, 협상하기 등 인간관계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런 기술들은 반드시 인간관계 안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지 결코 혼자 습득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공감적인 태도로 놀아주는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힘들었던 감정이 해소되고 위로받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초석이 되어 심리적으로 더욱 건강한 아이가 되도록 돕는다.
2.절대적인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한국 부모들이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효율적인 팁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놀이를 할 수는 없다. 아이와 어떻게 놀면 좋을지에 대한 답은 항상 아이가 가지고 있다. 아이의 연령과 심리적인 욕구를 고려하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라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근면성’이 발달하는 때이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친구와 잘 사귀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결과를 얻어내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노력해 만회할 수 있는 활동을 함께하면서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면 그 시간은 아이에게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함께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빨래 널기 등 엄마, 아빠가 하는 일상적인 활동을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놀이시간이 될 수 있다. 그다음에 아이가 함께 하자고 하는 것을 해주면 된다. 만일 아이가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면 집에서 풍선 치기, 풍선으로 야구하기, 씨름 등 함께 할 활동을 상의해서 하면 된다. 짧은 시간이라도 잘 상의해서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함께 해주는 것이 긴 시간 놀아주면서 부모 마음대로 해 아이를 재미없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3. 아이들과 놀아줄 때 시간의 양과 놀아주는 방법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시간도 중요하고 놀아주는 방법도 중요하다. 시간을 투자할수록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긴 시간을 함께하더라도 부모 마음대로 아이를 휘두른다면 그것 역시 아이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두 가지 모두 적절히 균형을 잡는 자세가 필요하다.
4. TV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아이들이 왜 TV나 스마트폰에 빠지게 될까? 그 이유를 잘 살펴보면 거기서 해방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TV는 시청각적 자극이 많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어도 되고,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멋진 세상을 제공해준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들이 이런 매체에 더 쉽게 현혹될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거나 놀 시간이 별로 없었던 아이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아이들은 습관처럼 TV를 보게 되고 부모의 간섭 없이 정말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세상을 꿈꾸며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된다.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면 굳이 다른 것에서 자신의 발달적 욕구를 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고, 놀이를 하고, 상의하고, 같이 뭔가를 결정해보는 경험이 소중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5. 일부러 집 곳곳에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양을 미칠 수 있을까요?
사실 마음만 있다면 집은 어느 곳이든 의사소통을 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물론 너무 가구로 가득 차 있거나 정리 정돈이 되지 않아 편히 앉을 공간조차 없다면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은 침대 위도 가능하고, 거실 바닥이나 의자 위 등 어느 곳이라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배려되고, 아늑하게 앉아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면 좀 더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01. 거실의 확장,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다
거실을 TV만 보는 공간이 아닌 다목적 공간으로 만드는 집이 많아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가족실의 개념인데 예전에는 방 하나를 가족실로 따로 꾸몄다면, 최근에는 기존 거실 공간을 방 하나를 터서 넓게 만들거나 거실과 연결된 복도에 가벽을 세워 아이와 부모가 함께 공부하는 공간을 만드는 등, 각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다.
1. 함께 공부하는 가족실
현관 앞 방의 벽을 터서 긴 복도의 끝 부분과 연결해 가족실을 만들었다. 벽과 벽 사이에 중문을 설치해 확장한 방을 얻은 셈. 가족실에서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가 오고 가게 된다. 시공 달앤스타일
2. 주방 옆 놀이방
거실과 주방, 놀이방이 한 시야에 들어오는 집. 주방 옆 놀이방에는 슬라이딩 유리 도어를 시공해 오픈형이지만 단독으로 분리될 수 있게 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동안 아이가 안전한 곳에서 놀며 함께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시공 코나디자인
3. 비밀의 서재
거실과 방 사이의 벽을 허물고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아이가 공부를 하거나 놀 수 있는 서재가 나온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두면 거실 소파에서도, 다이닝 룸에서도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 수 있다. 시공 길-연
4. 거실 겸 놀이방
거실에 기둥이 있어 동선이 불편했던 집. 단을 높이고 TV 벽과 기둥 사이에 통로를 만든 뒤 내부를 놀이방처럼 꾸몄다. 시공 옐로플라스틱
5. 방을 터서 만든 넓은 거실
거실 옆에 있는 크기가 어중간한 방을 없애고 새로 생긴 공간에 책장과 책상을 놓았다. 이 공간 덕분에 온 가족이 거실에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고. 시공 디자인 초록
02. 아이 방을 놀이터처럼, 함께 노는 플레이 룸
아이들은 다락방처럼 아늑한 공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최근 아이 방을 시공할 때 일부러 가벽을 세우거나 침대를 제작해 아이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부모가 많다. 부모와 함께 비밀스러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행복해하기 때문. 여기에 함께 놀 수 있는 재미 요소를 넣는다면 더욱 이야기가 많은 공간이 될 것이다.
1. 욕조가 있는 가족 서재
집에서 가장 큰 안방을 아이들 놀이방 겸 가족 서재로 꾸민 집. 베란다에 욕조를 넣어 언제든지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과 통하는 창문이 욕조 앞에 있어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살펴볼 수 있다. 시공 홍예디자인
2. 오두막과 미끄럼틀이 있는 방
자기만의 아늑한 공간이 있고 놀이터가 되기도 하는 방. 오두막 안과 밖에서, 미끄럼틀을 타면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시공 코나디자인
3. 아늑한 공간이 있는 플레이 룸
마음껏 벽에 그릴 수 있는 칠판과 장난감이 있는 놀이방. 한편에 단을 높이고 가벽을 세워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시공 플랜비
4. 온 가족의 액티비티 룸
실내 클라이밍을 할 수 있도록 시공한 독특한 플레이 룸. 성인도 올라갈 수 있다. 클라이밍을 하거나 봉을 잡고 올라가면 동그랗게 뚫린 곳을 통해 옆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방. 시공 홍예디자인
03. 대화를 늘려주는 패밀리 침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이들에게는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의 시간도 매우 소중하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함께 놀이를 하는 것도 좋고 안아주고 뽀뽀하며 스킨십을 하거나 책을 읽어주기에 좋은 장소. 최근에는 가족이 함께 침대를 공유하는 패밀리 침대가 인기다.
1. 놀이방 겸 침실
세쌍둥이를 위해 한 방에 매트리스 3개를 둔 침실을 만들었다. 널찍하고 아늑한 공간이라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세 자매가 함께 놀고 부모와도 시간을 보내는 놀이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공 달앤스타일
2. 싱글 사이즈 침대를 붙여 만든 패밀리 침대
이케아의 헤이홈 투게더 전시회에 연출되었던 공간. 싱글 침대 4개를 붙여 가족이 함께 잘 수 있는 커다란 패밀리 침대를 만들었다.
3. 좌식 공간으로 꾸민 침실
침대나 매트리스 대신 단을 올려 마치 좌식 공간처럼 시공했다.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여 책을 읽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시공 플랜비
4. 맞춤 제작 패밀리 사이즈 침대
가족이 함께 자는 날이 많아 패밀리 사이즈 침대를 맞춤 제작했다. 잠들기 전 아이들은 물론 부부가 대화를 나누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시공 꾸밈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