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접고 귀국한 네 식구, 망원동 상가주택을 만나다
오래된 상가와 건물이 밀집해 있는 마포구 망원동 거리. 도로를 인접한 낡은 건물 사이로 세모 지붕 모양의 화이트 하우스가 눈에 띈다. 집주인 신경선(45세)·최정윤(39세) 부부와 두 딸 루아(9세)와 서아(8세)가 지난 1월 말,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저희 부부는 일본 유학 중에 만나 결혼했어요. 올해로 딱 결혼 10년 차네요. 루아와 서아를 낳고 일본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죠. 한국에 와서 아파트살이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뛰어놀 수도 없고 엄마인 제가 아이들을 항시 돌봐야 하는데 마냥 전업주부로만 있을 수도 없어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었죠. 그래서 남편과 선택한 것이 주택이었어요.
일본에서 살며 얻은 노하우를 담아 1층에는 일본 가정식 레스토랑을 창업하고 2층에 거주 공간을 만들면 수익도 얻고 제가 수시로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신경선·최정윤 부부는 아파트 근처 부동산을 샅샅이 돌며 주택을 물색했다. 그러다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이 발견한 좋은 건물이 있다며 오래된 2층 주택을 소개했다. “사실 저희는 건물을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원래 있던 건물에 들어가 살거나 조금 보수해서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이상하게 저와 남편 모두 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낡은 파란색 철문조차 어찌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는지…. ‘인연이 있는 집’이 따로 있다는 말이 있듯 우리 집이었던 거죠.(하하)”
무엇보다 건물이 북쪽 도로를 접하고 있어 ‘일조권 사선제한’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도로와 인접하게 건물을 세울 수 있어 집 면적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사각형 대지의 정방향 구조라 온전히 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천혜의 조건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1층 주차장, 2층 사무실, 3~4층 원룸, 5층 주거 공간을 마련해 임대와 주거가 동시에 가능한 상가주택을 완성했다.
TIP 신경선·최정윤 부부의 ‘주택 짓기’에 대한 훈수
일조권 사선제한, 북쪽 도로의 이점을 염두에 두라
새로 주택을 지을 때 북쪽 건물의 높이를 고려해 주택 면적에 제한을 두는 ‘일조권 사선제한’ 법률을 확인해야 한다. 일조권 사선제한 법규는 건물의 높이가 9m 이하일 경우 인접 대지 경계선에서 1.5m를 띄워 집을 지어야 하며, 9m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건물 절반 높이의 거리를 띄우고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행히 망원동 주택의 경우에는 북쪽에 도로가 바로 인접해 있어 일조권 사선제한이 없다는 장점을 얻었다. 북쪽 도로에 가까이 붙여 집을 지을 수 있어서 개방감도 꾀하고 대지 면적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임대 세대의 보증금을 공략하라
일반인에게 도심 속 땅을 사서 번듯한 건축물을 짓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임은 틀림없다. 이럴 때 상가나 주거지로 임대를 고려해 건물을 지으면 임대 세대의 보증금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더구나 훗날 임대 수익도 얻을 수 있으니 노후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도 장점이 많다.
곳곳에 아늑함을 더한 박공지붕 집
집에 들어가자마자 건물 외관과 동일한 박공지붕 모양의 복도를 마주한다. 이곳을 벽지 대신 자작나무로 마감한 덕에 신비로운 동화 속 공간에 들어온 기분마저 든다. 4.3m의 높은 천장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햇빛이며 달과 해를 연상케 하는 동그란 벽 조명까지, 여느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이 하나로 어우러져 매력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자작나무 벽면과 천창, 통창, 조명 등 집 안 곳곳의 요소들이 제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죠. 특히 통창이 있는 거실과 높은 천장의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공간이 마치 별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요? 북향 건물이라 매일 노을을 마주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기도 해요.”
최정윤씨는 일본에 살 때부터 주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챙겨 볼 정도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공간의 작은 디테일까지 건축가와 대화하며 차근차근 그림을 그렸다. 망원동 상가주택 건축을 맡은 에이오에이 아키텍스 건축사사무소 서재원 소장은 “건축주가 원하는 다양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외부에서 사용하는 요소를 내부에 활용해 입체적인 느낌을 연출했다”며 “거실 자작나무 벽면에 시공한 창은 주로 외벽 창 바깥쪽에 설치하는 ‘루버’인데 자작나무의 느낌을 깨지 않으면서 햇빛을 실내로 은은하게 받아들이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외부 인테리어 요소를 실내에 담고 박공지붕 구조를 살린 높은 층고 덕분에 집이 좀 더 넓어 보이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듯하다.
이야기가 담긴 동화 같은 집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서아와 한 살 터울의 언니 루아는 로맨틱한 레이스 침구와 철제 침대가 어우러진 공주님 방에서 함께 지낸다. 같이 잠을 자고 나란히 앉아 공부할 수 있는 구조라 두 자매는 집에 오면 마냥 즐겁다. “아이들 방도 마찬가지로 사선 형태의 박공지붕 모양을 살려 층고가 높아요. 덕분에 개방감이 느껴지죠. 아이방 뿐 아니라 모든 벽에 동그란 창과 동그란 벽등을 설치했는데 낮에는 창으로 해님이 들어오고 밤에는 벽등으로 달님이 온다는 스토리를 담은 거예요. 그 덕에 아이들이 이 집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집의 숨은 공간은 바로 계단 위로 이어지는 12㎡(약 4평)의 다락방이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은 모르타르로 마감한 벽면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동그란 창과 나무 격자창이 마치 비밀스러운 아지트에 찾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남편의 아지트이자 두 딸의 놀이터예요.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둥근 창과 맞닿는 벽면에는 CD장을 설치해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미 공간으로 만들었고, 반대쪽 공간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고 레고 장난감도 갖고 놀 수 있게 만들었어요.” 최정윤씨는 다락방에서 남편과 아이들이 같이 있을 때 괜스레 마음이 흐뭇해진다고 말한다. 루아·서아 자매는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로 다락방의 나무 창문을 꼽았다. 나무 격자창을 열면 바로 아래에 엄마가 있는 주방이 보여 가족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재미난 구조다. 망원동 주택은 문 닫고 들어간다고 해도 어디서든 가족이 하나로 연결되는 공간인 것이다.
이렇듯 집 안 곳곳에 가족 간의 배려와 사랑을 담은 신경선·최정윤 부부의 집. 아이들이 자랄수록 더 재기발랄한 공간이 탄생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주중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2015년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10분에 방영되고 있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 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