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TV에 나오는 집
정시아 가족이 합류한 뒤로 매주 토요일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 방송 시간을 기다리는 시청자가 많아졌다. 듬직한 준우와 딸기 먹는 표정마저 사랑스러운 서우, 장 보는 것조차 꼼꼼한 남편 백도빈, 일명 ‘백집사’와 허당스러운 정시아의 일상이 그대로 방송되는데, 애교 많은 서우와 살림 9단인 백집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오마베> 출연 전만 해도 저를 먼저 알아보시는 분이 많았는데 이제 저보다 서우를 먼저 알아보세요. 며칠 전 드라마 야외 촬영에서도 지나가던 분들이 아이들을 잘 키웠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저 예쁘고 잘한다는 소리보다 아이들 칭찬이 더 듣기 좋아요.” 시아버지 백윤식부터 남편 백도빈, 시동생 백서빈, 정시아가 배우로 활동 중이고 <오마베>로 준우와 서우까지 대중에 얼굴을 알리게 돼 온 가족이 TV에 나오는 집이 됐다. 가족의 공간과 일거수일투족이 공중파를 통해 공개되기에 <오마베> 출연은 여배우로서도, 엄마 입장에서도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출연 제의를 받고 1년 넘게, 제작진에게 출연 결정을 알리는 전화를 하기 0.01초 전까지도 고민했지만 아이들에게 유년 시절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었다고. “아이들이 TV에 나오면 사람들을 의식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족 모두가 배우인 집안에서 자라선지 사람은 다 TV에 나오는 줄 알아요. TV를 틀면 할아버지부터 삼촌, 엄마, 아빠가 보이니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죠. 서우는 자신이 나온 방송을 보다 잠들 정도예요.” 귀여운 아이들의 안구 정화와 투닥거리는 정시아·백도빈 부부의 방송 나들이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백주부’의 인기를 넘보는 ‘백집사’의 공간
2015년에 백주부가 있었다면 2016년은 백집사의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집안의 모든 일을 담당해 백집사로 불리는 정시아의 남편 백도빈은 서래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살림꾼이다. 주로 분리수거, 설거지, 장보기, 쇼핑을 담당하며 양송이버섯 하나도 더 싱싱한 것을 고르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
방송만 보면 8년째 누구의 도움 없이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는 정시아가 퍽 억울하겠다 싶은 면도 있다. “남편이 설거지하는 장면이나 장 보는 장면이 화제가 됐어요. 남편이 저보다 설거지도 잘하고 장도 잘 보는 게 사실이에요.
저는 마트에 가면 필요한 것만 서둘러 사는데 남편은 이것저것 살피고 따져보며 골라요. 알고 보면 쇼핑의 달인이거든요. 그릇도, 아이들 옷도 남편이 살 때가 많아요. 아이들 내복을 살 때도 디자인과 소재를 살펴본 다음에 한 사이즈 큰 걸 사서 내년까지 입힐지 지금 딱 맞게 사 예쁘게 입힐지까지 생각하죠. 남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니까 쇼핑이나 장보기는 남편의 결정에 따라요.”
각자 잘하는 일을 담당하고 부족한 일은 상대에게 100% 맡기는 이들만의 방식은 부부가 결혼 생활 8년간 큰소리 한 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정시아는 손맛이 필요한 한식 요리, 백도빈은 외국 요리를 담당하고, 정시아가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원을 결정하면 은행 업무에 약한 그녀 대신 정해진 날짜에 수업료를 보내는 일은 백도빈의 몫이다. 둘 중 한 명이 작품에 들어가면 캐릭터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다른 한 명이 육아를 전담하고, 열심히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은 분담한다.
힘이 되어주는 시아버지와 살뜰한 맏며느리
정시아는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백도빈의 본가인 이 집에서 시아버지, 시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다. 외동딸로 외롭게 자라 북적북적한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할까?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한 백도빈이 본가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자며 조심스럽게 제안했을 때도 흔쾌히 수락했다. “어른을 모시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아버님도 며느리와 살면서 불편하신 점이 있을 거고요.
촬영 끝나고 집에 왔는데 촬영장에서 뵙는 선생님이 계신 느낌이 들면 마음이 편하지 않잖아요. 아버님도 편하게 대해주시고 저도 처음부터 너무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정시아는 백윤식과 아들들과는 또 다른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피부 관리에 관심 없는 아들들 대신 피부과, 마사지 예약을 잡아드리고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모니터하기도 한다고. 술을 즐기지 않는 백도빈 대신 피자 또는 치킨을 시켜 맥주나 와인잔을 같이 기울이는 술친구도 며느리 정시아다. “준우를 임신했을 때 남편이 <선덕여왕> 촬영으로 바빴는데도 혼자 병원에 간 적이 없어요.
남편이 같이 못 갈 땐 아버님이 대신 병원에 데려다주셨거든요. 곱창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같이 먹으러 가주시고, 아이들과 외출했을 때 아이가 잠들면 운전 못하는 며느리 픽업도 와주시는 자상한 분이에요.” 백윤식은 집에서 준우, 서우와 삼총사로 통한다. 스케줄이 없을 땐 준우와 체스도 두고 아이들 만화 볼 시간엔 리모컨을 양보하는 손자 바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하는 것을 보며 존댓말을 배우고 어른이 수저를 든 다음 밥을 먹는 등의 예절을 익힌다.
‘여배우’ 정시아의 안티에이징 라이프
여고생 시절 데뷔한 정시아는 결혼과 출산으로 20대를 보내고 어느새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믿기지 않는 외모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안티에이징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남편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지만 살림과 육아를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 따로 관리받을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남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지만 아이가 둘인 저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해요. 엄마에게서 좋은 에너지가 나와야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겠어요?
필라테스와 발레를 꾸준히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들 목욕시키면서 반신욕이나 족욕을 해요. 피부 관리도 홈 케어 제품으로 짬짬이 하고 있어요. 1일 1팩까지는 못 해도 이틀에 한 번은 시트 마스크를 붙이고 짬 날 때마다 롤러를 이용해서 셀프 리프팅 마사지를 해요. 예전엔 레이저 시술도 종종 받았는데 30대 중반이 되니까 지속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더라고요.
어렸을 땐 몸에 기본적인 수분과 영양이 있어 레이저 도움을 조금 받아도 피부 컨디션이 좋았는데 이젠 그렇지 못한 나이가 되었나 봐요.” 예전엔 카페에 가면 무조건 커피를 마셨는데 몸이 건강해야 피부도 좋아진다는 것을 안 뒤로는 차나 생과일주스를 마신다.
“20대 때만 해도 ‘예쁘게 보여야지, 예뻐져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인상이 결정된다는 어른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얼굴은 마음의 창이랬어,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니까요.” 어떤 시술도 꾸준한 습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시아의 올바른 안티에이징 습관이다.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는 결혼 생활
정시아와 백도빈은 영화 촬영장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40명은 족히 되는 촬영장 스태프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 부르는 백도빈의 모습이 외동딸로 자란 정시아의 눈에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단다. 정시아는 지금도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자, ‘서래마을 사랑꾼’이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자기애가 강한 편이거든요.(웃음) 지금도 배려가 몸에 밴 남편을 보며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결혼 생활이라는 게 인정하고 채워가면서 하나가 되는 거더라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탓하고 화낼 게 아니라 인정하고, 채워주는 과정이죠. 저는 직설적인 면이 있어 화가 나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되는데 남편은 제가 화를 내도 같이 화내지 않아요. 나중에 ‘우리 기도하자, 사랑해’라고 조용히 얘기하죠. 그럼 또 저는 ‘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아이들 건강하고 감사할 일이 많은데…’ 하고 감사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반성하게 돼요. 반대로 남편이 화를 낼 것 같을 땐 제가 바로 숙여요. 그러니 싸울 일이 없죠.”
꽃 미모를 자랑하는 엄마 역할로 컴백
정시아는 현재 MBC 에브리원 <웹툰히어로 툰드라쇼 시즌 2> ‘꽃가족’ 촬영에 열심이다. 동명의 웹툰 <꽃가족>을 원작으로 한 코믹한 내용으로,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모를 지닌 주인공의 엄마 ‘계나리’가 되어 원조 꽃미남 김원준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올해는 준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서우도 유치원에 들어가는 바쁜 해인데 놓치고 싶지 않은 캐릭터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제가 잘할 것 같은 역할이거든요. 예쁜데 잘 꾸미지 않고 성격도 털털한….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한 김원준 선배님이랑 극 중 부부가 되니 신기하기도 해요. ‘잘빠진 몸매와 외모~’ 하고 노래 부르던 제 우상과 재미있는 가족극을 보여드릴게요.”
품앗이 육아를 실천하는 서래마을 준우·서우맘
정시아는 또래 여배우보다 일찍 결혼해 친한 여배우들에게 조언을 듣기보다 좋은 본보기가 돼주는 편이다. 결혼 후 같은 동네로 이사 온 소유진과 서지영, 왕빛나에게 좋은 키즈 카페를 알려주며 육아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정시아라고 처음부터 알았던 것들은 아니다.
“제가 대단한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배우라 처음엔 준우 친구 엄마들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아침잠이 많거든요. 시력이 나빠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민낯으로 후다닥 나와 아이 등원 버스를 태우는 걸 보면서 동네 엄마들도 저를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육아는 정말 품앗이에요.
제가 촬영 스케줄로 늦으면 준우를 픽업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있고 반대로 준우 친구네에 일이 있으면 제가 데려와 저희 집에서 놀게 할 때도 있죠.” 아이도 하나보다는 둘 낳기를 정말 잘했다고 말하는 천생 엄마다. 준우가 서우 신발 신는 것도 도와주고 밤에 목이 마르면 둘이 손잡고 부엌에 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아직 계획은 없지만 백집사는 이미 셋째 이름까지 지어놓은 상태다.
두근두근, 학부모가 되는 2016년
올해 8살과 5살이 된 준우와 서우는 3월이면 각각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입학한다. 초등학생이 되는 준우는 태평하지만 엄마 정시아는 긴장되고 겁이 나기도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섬세하고 마음 약한 준우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 잘 지낼지 처음 학부모가 되는 다른 엄마들과 같은 마음이다. 당장은 어떤 책가방을 사야 좋을지도 고민이라고. “마침 어제가 준우 예비 소집일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날인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남편이 대신 갔죠. 이 동네에 오래 살아 어느 학원이 좋은지 다 알고 있지만 남자아이니까 에너지 쏟으라고 수영과 태권도 학원에 보내고, 어차피 학교 가면 배우는 영어만 가르치고 있어요. 대신 아파도, 추워도, 하기 싫어해도 꼭 보내죠. 제가 의존적으로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립심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거든요.” 엄마 정시아는 아이들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길 바라 공부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방목형 엄마’로 지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