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가족 맞춤형’ 집을 완성하다
건축설계 일을 하는 남편 강성진씨는 ‘내 집’에 대한 욕구가 뜨거웠다. 지금껏 타인의 꿈을 실현한 집을 완성할 때마다 누군가가 설계한 정형화된 공간에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제 직업이 집을 설계하는 일이라 매일 최상의 공간을 고민하고 연구하죠. 건축주에게 늘 말해요. 침실은 남향을 피해 동향으로, 확 트인 전망을 위해 거실은 통창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제가 사는 집은 누군가 지어놓은, 틀에 맞춘 아파트나 빌라인 것이 안타까웠죠.
이 부분에 대해 결혼 후 줄곧 아내와 대화를 나눴어요. 처음에는 서로 그리는 집 그림이 조금 달랐는데 점점 같은 꿈을 꾸게 되었죠. 전원주택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려견 윌이 뛰어놀 수 있는 테라스가 넓은 집,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의 수집품과 책을 수납할 수 있는 코지 공간, 영어 교육 일을 하는 아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부방,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서재 공간 등 로망을 담을 수 있는 집을 찾았어요.”
지난해 초부터 부부는 수많은 부동산의 문을 두드리며 꿈의 공간을 찾아 나섰다. 여러 동네로 발품 팔며 다니다가 아내 이지현씨의 추억이 깃든 서울 쌍문동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쌍문동에는 노후한 주택이 많았는데 때마침 테라스를 대신할 너른 앞마당, 공부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반지하 구조,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다락방이 있는 ‘안성맞춤’의 주택이었다.
“우리 집을 설계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가족 맞춤형’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온전히 쉬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자 나중에 생길 아이를 위한 미래의 집이기도 했죠. 1층 벽을 다 허물고 경계 구분 없이 설계한 것도 가족이 원하는 대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자는 의미였어요.” 재밌는 건 주택과 강성진씨의 나이가 같다는 것이다. 1976년에 세워진 주택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또래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는 강성진씨는 이 집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TIP 강성진·이지현 부부의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훈수
기존 마감재를 활용하라 최근 마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집 안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부분인 만큼 집 안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급부상한 것. 강성진·이지현 부부는 기존 지붕 대들보를 포함한 일부 지붕재를 그대로 살려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을 완성했다. 오래된 주택은 부실한 구조를 보강하는 정도로 개조해 기존 건축재를 살리면 멋스러운 집 안 분위기를 연출할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아이소핑크’는 주택 단열재로 제격이다 보통 마감재가 깔끔하게 마무리된 집은 홈 드레싱만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지만 40년이나 된 노후한 주택은 수명을 다한 설비들도 손을 봐야 한다. 주택의 단점으로도 꼽히는 ‘단열’은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 강성진·이지현 부부는 시멘트 블록과 스티로폼만으로 구성된 벽에 ‘아이소핑크’라 불리는 압출법 보온판을 시공했다. 아이소핑크는 시간과 습기, 추위, 열, 압력 등 외부 환경에 강해 투습저항계수가 높은데 습기 많은 집에 특히 유용하다.
협소한 공간에서 창조한 넓은 시각
대지 면적 105.6㎡(32평). 72.7㎡(22평)인 1층은 안방과 드레스룸, 욕실을 제외한 방의 벽을 허물어 가족실로 넓게 사용하고, 바로 위로 이어지는 23㎡(약 7평) 크기의 다락방은 부부가 오붓하게 TV 보는 공간이자 코너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로 꾸몄다. 외부로 통로가 나 있는 30㎡(약 10평)의 반지하층은 영어 교육 일을 하는 아내 이지현씨의 일터로 사용할 공부방으로 디자인했다.
“집 전체를 화이트 컬러와 우드 소재의 안락하고 편안한 감성으로 채웠어요.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현관이 집의 첫인상인 만큼 화이트 컬러로 도색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신발장은 안쪽에 붙박이장으로 넣었어요.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5m 높이의 거대한 책장이 인사를 하는데, 애서가인 저희 부부의 취미를 보여주는 동시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기 위한 우리 집의 포인트예요.”
집 전체는 화이트 바탕에 미송합판으로 벽면을 시공했다. 신축이 아닌 기존 공간을 복원하고 재생하는 리모델링인 만큼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자연스러운 연결 요소로 선택한 것이 나무였다. 바닥은 헤링본 패턴으로 시공해 공간에 입체감을 더하는 동시에 다크 컬러를 선택해 굵직한 힘을 더했다.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큰 화두는 중층 생성을 위한 계단 스틸 구조물이었어요. 원래는 다락방에 올라가려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는데 이를 없애고 스틸 계단을 만들기로 한 거죠. 덕분에 1층과 중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거실이 좁고 여러 개의 방이 연결되어 있는 옛날식 답답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경계를 허물고 천고를 높이기로 했다. 면적을 넓힐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은 공간이라도 천장을 높이면 체감하는 공간의 넓이가 확장되기 때문이었다. 중층 바닥을 일부 오픈해 막힘없는 시야를 확보하고 TV와 소파를 두지 않은 채 최소한의 가구만 두고 수납공간을 늘린 덕분에 개방감도 얻었다.
미래를 상상하는 알리샤 하우스
“예부터 선박을 명명할 때 배가 여자처럼 부드럽게 항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성 명사를 붙였잖아요? 우리 집도 아내의 영어 이름인 ‘알리샤(Alicia)’를 붙여 ‘알리샤 하우스’라고 지었어요.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꿈꿨습니다.” 40년 된 노후한 주택의 최대 장점은 시간이 만들어낸 안락함을 꼽을 수 있다. 강성진·이지현 부부도 이 부분을 십분 살려 거친 질감의 서까래와 고재 부분을 살리기로 했다.
‘알리샤(이지현씨가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영화배우 알리샤 실버스톤의 이름에서 따왔다)’라는 이름에서 오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감성을 집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던 것. 오래된 서까래와 집을 이어주는 벽면은 미송합판으로 시공했는데 자칫 어둡고 차가워질 수 있는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주었다. 일정한 조도를 유지하며 자연광을 들이는 중층 창문도 기존 원형 디자인을 살리고 싶어 따로 단열 시공을 하지 않고 복층유리로 교체해 그 멋을 살렸다.
“중층에 소파와 TV, 책장을 두어 저희 부부가 영화를 보는 공간이자 독서를 할 수 있는 취미 공간으로 꾸몄어요. 박공지붕의 특성상 사선 형태라 데드 스페이스가 생기기 마련인데 오히려 낮은 천고를 이용해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지요. 부부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이자 놀이터인 셈이죠. 손님들을 초대하는 1층과는 분리된 곳이니까요.”
반지하층에 만든 공부방은 전체 마감재를 OSB 우드 패널로 시공했다. 마치 나무 박스 안에 들어와 있는 듯 아늑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강성진·이지현 부부는 공부하는 학생에게 따뜻한 감성을 주고 싶었고 향후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 내구성과 쾌적함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집은 단지 멋을 내는 공간이 아닌 가족의 일상을 편하게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강성진씨의 지론. 그런 의미에서 알리샤 하우스는 가족의 삶과 생활공간이 잘 어우러진 집이라 할 수 있겠다. 결혼 10년 차, 동갑내기 주택에서 실현한 꿈은 미래의 삶도 온전히 품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보인다.
쌍문동 알리샤 하우스
<하.우.스> 제작진의 카메라 밖 비하인드 스토리
<하.우.스>의 메인 작가 이은정씨가 쌍문동 알리샤 하우스의 취재기를 들려주었다. 이달에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까?
Q ‘알리샤 하우스’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인터넷 서핑으로 예쁜 집 인테리어를 발견하면 대부분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알리샤 하우스도 당연히 외국에 있는 집이라고 생각했어요. 현관 입구에 있는 높은 책장에 외국 서적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 더 그렇게 보였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어요.
그런데 어느 날 사진을 다시 봤고 왜 이런 집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거냐며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지도 정보를 확인했는데, 서울시 쌍문동에 있는 집이더라고요. 두 눈을 의심하며 지도를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몰라요. 주택 외관은 서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택이라서 더 반전이었어요. 특히 아내 분이 목요일 아침마다 <하.우.스>를 챙겨 보는 애시청자더라고요. 방송에 나오는 집들에 비하면 자신의 집이 너무 평범한 것 같다고 걱정하셔서 ‘역대급’ 반전이 있는 집이라고 단언했죠.
Q 수십 회 동안 <하.우.스> 취재를 다니면서 파악한 주택 트렌드를 꼽는다면?
협소주택, 구옥 리모델링, 상가주택, 가족이 모인 공동주택으로 압축할 수 있어요. 먼저 도심 속 자투리땅을 활용해 작은 땅에 높게 집을 짓는 주택 형태인 협소주택은 단독주택을 신축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지 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어 아파트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죠.
구옥 리모델링은 신축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적은 데다 대개 대지 면적에 비해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크다는 것이 장점이고요. 상가주택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받아 건축비의 일부를 충당하거나 월세를 받아 은행 대출금의 이자를 낼 수 있는 만큼 단독주택 구입비가 부담스러운 서민들에게 굉장히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가족이 모인 공동주택은 떨어져 살던 가족이 육아 등의 이유로 모여 살기 위해 다층 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경우인데, 아파트와 다르게 층이 나뉘어 있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데다 여러 세대가 모이는 만큼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죠. 개인적으로 가족이 모인 공동주택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평일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 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2015년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10분에 방영되고 있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