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한글은 무조건 떼고 보내야 한다더라’, ‘누구는 벌써 구구단도 술술 다 외운다’ 같은 소문이 들리면 마음이 불편하다. 소파에 누워 해맑게 뒹굴거리는 아이를 보면 ‘내가 너무 공부를 안 시킨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딱 알아주는 초등 입학 준비서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가 출간됐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되어 예비 초등생 엄마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의 개정판으로 기존 정보에 2016년 초등 입학에 초점을 맞춰 최신 교육과정을 반영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서울관악초등학교 교사인 방민희 씨. 5세, 2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실제 자녀의 초등 입학을 앞둔 엄마 입장에서 책을 썼다.
“첫째 아이가 내년에 여섯 살이 돼요.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귀가 커져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변 엄마들에게 선행학습보다 ‘기본 생활습관’이나 ‘학교 좋아하게 만들기’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는데, 막상 내 아이의 초등 입학이 가까워오니 영어유치원이나 사고력수학학원에 안 보내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란 말이죠. 1학년 아이들을 눈으로 보고 겪은 저조차도 이런데 다른 엄마들은 얼마나 마음이 요동칠까 싶었어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교과과정이 대대적으로 개정됐고 이에 따라 교과서도 바뀌었다. 현재 6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부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돼 교과서가 또 달라진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엄마들은 장기적인 교육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유행하는 학원이나 소위 ‘카더라’ 정보에서 강조하는 것은 내용상의 소소한 변화나 교육 방법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초등 교육의 기본은 예나 지금이나 ‘기초 기본 교육’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 교사는 달라지는 교육 환경 속에서 엄마가 정확한 정보력과 현명한 판단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행학습,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글을 떼고, 한 자릿수 덧셈·뺄셈 정도는 능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초등 교사의 생각은 어떨까?
“1학년에서 배우는 내용은 1학년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구성됐기 때문에 너무 큰 염려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입학 직후에는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과 수업 방식에 적응하느라 아이들은 긴장하고 얼떨떨한 상태가 되기 쉽죠. 학교 적응을 돕는 차원에서 과목별로 약간의 선행학습은 하는 게 좋아요. 특히 입학 초기부터 글씨를 읽고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한글을 어느 정도 떼면 도움이 돼요.”
성공적인 초등 입학을 위해 방 교사가 강조하는 건 학습적인 측면보다 기본 생활습관 들이기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는 건 공부가 아니라 달라진 환경에 필요한 생활습관이다. 스스로 밥을 먹고 용변 후 뒤처리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유치원 때는 소규모인데다 수업 중 노래와 율동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면 초등학교에서는 책상에 앉아 강의 형식으로 수업을 듣고 시간표에 따라 해당 과목을 배워야 한다. 하기 싫지만 참고 해야 하는 규칙이 많이 생기는 것.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영어유치원, 한자 급수, 사고력 수학 같은 선행학습에 집중하느라 이런 기본 생활습관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 잘하기, 혼자 화장실 가기, 편식하지 않고 밥 먹기 등을 ‘꼭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하지만 초등 교사는 30명이 넘는 아이들의 생활·학습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명 한명 세심하게 신경 쓰지는 못해요. 특히 1학년 아이들은 단체생활에 미숙해서 교사에게 지시와 훈계도 많이 듣는데 기본 생활습관이 잘되지 않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이런 지시와 훈계를 더 들을 가능성이 높죠. 이게 자주 반복되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학교가 가기 싫은 곳이 될 수도 있답니다.”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더 잘 활용하는 법
방 교사는 이 책이 내년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둔 엄마들은 물론 5~6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장기적인 교육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가볍게 훑어보기만 해도 아이의 초등 입학에서 어떤 게 중요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1~2년 동안 조급하지 않게 차분히, 꾸준하게 아이의 초등 입학을 준비해가면 된다. 가령 아이가 숫자에 관심을 보이거나 연산의 필요성을 느낄 때 책에 소개된 수학 보드게임을 구입해 함께 해보거나 아이의 성향에 맞는 수학 방문학습지를 골라주는 식이다.
7세 아이 엄마라면 PART4 과목별 선행학습에서 제시한 ‘받아쓰기 연습하기’, ‘책 보고 따라 쓰기', '바둑알로 10 모으고 가르기’, ‘큰 소리로 책 읽기’ 등 초등 1학년 수업을 받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서 입학에 대비하는 게 좋다.
“7세 아이들 둔 엄마의 마음은 바쁠 수밖에 없어요. 아이가 이것도 부족한 것 같고 저것도 못하는 것 같아 부랴부랴 학습지며 학원 등 정보를 찾아다니죠. 어떨 때는 아이에게 ‘너는 곧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이것도 못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툭 던지기도 하고요. 엄마도 어린 시절 한 번 밟아본 길이고 아이의 부족함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죠. 하지만 엄마가 조바심을 내고 걱정하는 마음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아이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 사실 부모의 눈으로 아이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려면 정말 끝이 없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의 약점을 짚어가며 고치기를 종용할수록 입학 전부터 아이에게 ‘학교’는 가기 싫은 곳이 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 닭은 새끼가 껍데기 깨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함께 쪼아서 부화를 도와준다고 한다. 아이 공부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의 학습 능력이나 성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 학부모들의 선행학습이나 학원 선택에 이리저리 흔들리면 아이 역시 그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게 될 것이다. 아이를 응원하고, 믿고, 기다려주자. 이 단순한 진리는 아이의 초등입학 준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에서 찾았다!
초등 입학 전 꼭 가르쳐야 할 6가지
1. 일찍 일어나는 연습하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등원 시간은 대개 오전 9시 30분이지만 초등학교는 이보다 1시간 정도 빠른 8시 30분에서 50분까지 등교를 마쳐야 한다. 아침에 허둥대지 않고 준비하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 세수하고 옷 입고 아침밥 챙겨 먹고 용변까지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일어나야 한다. 하루아침에 기상 시간을 바꾸기는 힘드니 입학 한 달 전부터 10분에서 20분씩 기상 시간을 앞당기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무리 늦어도 밤 10시를 넘기지 않게 돌보자. 그러려면 부모부터 늦게까지 TV를 봐서는 안 된다.
2. 혼자 화장실 가기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달리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구분돼 있고 화장실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 다녀와야 한다. 1학년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볼일을 마쳐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껴 용변을 참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이 교실과 떨어져 있고 변기 수가 많은 것도 아이를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 그러니 혼자 화장실 가는 연습을 충분히 해두는 것이 좋다.
대변은 아이에 따라 10분 내에 마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되도록 집에서 해결한 뒤 등교시키고, 소변은 쉬는 시간에 맞춰서 볼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인다. 또 수업 중에 용변이 마려울 때는 무조건 참지 말고 선생님께 말하고 다녀올 수 있도록 연습시킨다. 만약 아이가 참다가 옷에 실수했을 때는 선생님께만 조용히 이야기해 도움을 청하도록 일러준다. 요즘은 비데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고학년이 되어도 학교에서 대변본 후 뒤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교에 다니면 배변 뒤처리는 아이 혼자서 해야 할 몫이니 미리미리 연습시키도록 하자.
3. 올바른 식사 습관 들이기
학교의 점심시간은 1시간 정도지만 30분 안에 식사를 마칠 수 있게 연습시키자. 혼자만 너무 늦게 먹으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놀이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고, 반대로 경쟁심에 친구들보다 빨리 먹으면 체할 수 있으니 적정 시간 동안 식사하도록 가르치는 게 좋다. 의외로 7세 아이 중 젓가락질은 물론 우유팩 뜯기나 요구르트 뚜껑 따기를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는 평소 꾸준한 연습만이 해결책이다. 또한 식사 중 돌아다니지 않기, 음식물 입에 넣고 떠들지 않기, 편식하지 않기 등도 몸에 밸 수 있게 습관을 들인다.
4. 안전한 통학길 익히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매일 집에서 학교까지 아이 혼자 다녀야 하는데 안전사고 위험도 있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사가 등하굣길에 안전 지도를 해주게끔 하고, 수업을 마치는 시간에 학부모가 마중 나오기를 권한다. 하지만 1년 내내 아이를 데리러 갈 수도 없고 언젠가는 아이 혼자서 해야 할 몫이므로 학교까지 오고 가는 길을 미리 알려줘 익숙해지게 도와줘야 한다.
통학길은 집에서 학교까지 어떻게 다녀야 할지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자. 통학로가 여러 개 있다면 아이에게는 가장 안전한 길 하나만 정해주고 그 길로만 다니게 해야 한다. 여러 길을 알려주면 아이가 헷갈려 하고, 혹시 엄마가 예고 없이 마중 나갈 때 아이와 엇갈릴 수 있다. 또한 반드시 인도로 다니게 하고 걸을 때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우측 보행을 하도록 알려준다.
5. 정리 정돈하기
학교생활에서 반복하는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일과지만 꽤 많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준비물 꺼내기’와 ‘정리 정돈하기’다. 1학년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오늘의 시간표에 해당하는 책과 공책, 학용품을 사물함에서 꺼내어 자신의 책상 서랍에 잘 챙겨 넣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따로 챙겨온 준비물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가방에 잘 넣어두고, 가정통신문 응답지는 파일에서 꺼내어 선생님께 제출하도록 안내한다.
6. 다른 사람 말 경청하기
어디에서나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가 사랑받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초등학교 입학 전 기본적인 예절교육은 필수다. 우선 지금까지 편하게 써왔던 유아어는 버리고 존댓말이 입에 붙도록 연습시키자.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편하게 반말로 이야기해도 되지만, 선생님께 반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에게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연습도 필요하다. 자기 할 말은 다 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 이야기는 끝까지 듣지 않거나 중간에 말을 끊는 아이가 많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끝까지 듣고 대답은 ‘예’, ‘아니오’ 등으로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NEW BOOK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2015년 11월 선보이는 <첫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개정판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국내 대표 육아지인 <베스트베이비> 편집부가 2016년 초등 입학에 초점을 맞춰 최신 교육과정을 반영해 내용을 수정했다. <국어>, <수학>, <통합교과> 교과서 입체 분석과 2학기를 대비한 첫 방학 잘 보내기 등 콘텐츠를 보강해 초등학교 입학 대비뿐 아니라 입학 후 학습까지도 확실히 안내한다. 방문학습지와 서점 학습지를 통한 선행학습 방법과 주요 상품들의 깐깐한 리뷰는 ‘아이에게 어떤 걸 시킬까?’ 고민하는 엄마들의 선택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방민희·베스트베이비 편집부 지음, 1만4500원, BB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