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모자란 ‘박길동’씨! 어제 일과는 어땠어요?
어제(일요일)는 KBS <안녕하세요> 녹화를 했어요. 일요일에 방송이 잡히면 본의 아니게 남편 혼자 ‘독박 육아’를 하기 때문에 미안해요. 아침에 다인이, 이안이와 남편 아침밥 해 먹이고 교회 가는 거 보고 나서 저는 미용실 가서 화장하고 머리하고 녹화하러 갔어요. 저녁에 녹화 끝나고 강남에서 남편과 아이들 만나 해장국 먹었고요. 그러고 나서 다음 주에 아이들 먹일 반찬거리 장봐서 만들어놓고 남편과 아이들 재운 뒤 손톱에 뭐 좀 발랐어요.(하하) 제 네일 공구함이 있거든요. 방송에서 손 노출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이 네일 케어를 받아야 하는데 지저분하게 매니큐어가 떨어지면 흉해 보이잖아요. 그럴 때 딱 네일숍에 가서 받으면 좋은데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그걸 받으려고 2시간 동안 앉아 있기도 쉽지 않아요. 어젯 밤에 공구함 꺼내 손톱 다듬으면서 밀린 드라마 봤어요. 요즘 JTBC 드라마 <송곳>을 보고 있어요. 재밌기도 하고 느끼는 바도 많아요.
네일 케어도 배웠어요?
아, 따로 배운 건 아니에요. KBS 아나운서 시절 때부터 메이크업이나 헤어, 손톱 같은 것을 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땐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고 경제적 여유도 그리 있는 게 아니라 늘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 다녔어요. 지금도 가끔 지방이나 해외 출장에서 제작비가 빠듯한 경우 매니저, 헤어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다 못 챙길 때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헤어 부분이에요. 고데기를 챙겨 가서 직접 하곤 해요. <식신로드> 같은 경우처럼 스타일리스트와 둘이 갈 때도 많아요. ‘어떻게든 혼자 해보자’ 뭐 그러죠.
항상 뭐든지 잘했어요? 지금은 방송 베테랑이지만 누구나 ‘흑역사’는 있잖아요?
KBS 아나운서가 되기 전에 생활비와 아나운서 학원비, 아나운서 시험 준비 비용을 벌어보겠다고 리포터를 했어요. 아버지가 대학 졸업 후 용돈을 딱 끊으셨거든요. 제 입장에서도 취업 준비 하겠다고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게 부끄러웠고요. 그렇게 처음으로 공중파를 탄 게 KBS <세상의 아침>이었어요. 리포터로 안동 얼음축제 하는 걸 취재하고 와서 처음으로 스튜디오에 앉아 촬영했는데 당시엔 카메라 어디를 봐야 할지도 몰랐죠. 생방송이라 직접 보진 못하고 끝나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일곱 번 더듬더라?”라고 하시더라고요.(하하) 이후 여러 차례 리포터 경험을 쌓고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는데 다른 동기들보다 떨지 않는다고 선배들이 ‘강심장’이라고 했어요. 물론 속으로 엄청 떨었지만 말이죠. 뭔가 두렵고 부담스러우면 말이 안 나오잖아요. 방송에서 말 한마디 꺼내기도 두려웠을 때가 있었어요.
최근엔 <썰전>하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맞닥뜨리면서 ‘세상에 이보다 더 센 사람이 있을까’ 싶었죠. ‘예방주사’를 맞았다고나 할까요? 그때 드는 생각이 임신, 출산이라는 게 생명을 한 번 거는 거잖아요. 그걸 두 번이나 했으니 ‘뭐!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날 죽이기야 하겠어?’라는 무대포 정신이 생긴 것 같아요. 그 덕에 ‘욕망 아줌마’라는 별명도 생겼죠.
솔직히 ‘욕망 아줌마’라는 별명, 싫지 않아요?
사실 제가 너무 일찍 공개 연애를 시작해 팬심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욕망 아줌마’로 살면서 팬이라는 고마운 사람들과 자주 마주하고 있어요. “저도 욕망 아줌마예요” “우리 딸이 지윤씨처럼 되고 싶대요” “우리 엄마가 팬이에요” “결혼해서 언니처럼 살고 싶어요”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감사해요. 예전에는 아줌마라는 사회적 편견이 있기도 해서 공개 연애 후 모든 걸 내려놨거든요. 근데 지금은 오히려 아줌마도 아니고, 아가씨도 아니었던 때보다 아이 낳고 아줌마가 되면서 저의 부지런한 근성이 빛을 발하는 듯싶어요. 예전에는 욕망 아줌마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컸는데 지금은 긍정적인 의미로 팬분들이 붙여준 것 같아서 기쁘죠. 덕분에 제 캐릭터가 생겨서 제가 좋아하는 방송의 커리어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거고요. 이 맛에 방송을 하는 것 같아요.
일찍 공개 연애를 시작했는데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당시 주변에서 바보 같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여우같이 남자친구 있어도 없는 척하지 왜 그대로 말했느냐며…. 그때 KBS에 출입하던 스포츠 신문 기자분이 저를 보자마자 “최동석 아나운서랑 사귀신다면서요?”라고 질문했는데 제가 바로 “네에~” 했거든요.(하하) 그다음 날 신문 1면에 나고 인터넷 뉴스에 실렸어요. 제 성격이 그래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하죠. 그래서 당시에는 손해 보는 게 많다는 얘길 들었어요. 근데 사람이 자기 성격을 죽이면서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진정성이라는 건 금방 들통나니까요. 진행자는 방송에 자신의 삶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만약 그때 연기를 했더라면 겉과 속이 다른 애라는 말을 들었을 거예요.
최동석 아나운서와 어떻게 ‘사내 커플’이 됐어요?
‘밥정(情)’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입사 동기 중에 같이 점심을 가장 많이 먹은 친구고 편하니까. 남편도 제가 복스럽게 밥을 잘 먹는 모습에 반한 것 같아요.(하하) 서로 상담도 많이 해줬어요. 연애 상담 같은 거…. 그러다가 “오빠만큼 좋은 사람이 어딨어!” “너만 한 여자가 어딨냐?” 그렇게 말해주다가 묘한 기류가 돌면서 연인이 된 거죠. 동기들도 의아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남편은 FM, 바른 생활을 하는 타입이고 저는 사람 모이는 거 좋아하고 입사 동기 여자들 중에 씩씩한 편이었어요. 반대이기 때문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결혼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요?
남편은 제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줘요. 사소한 심부름 같은 것도! 연애할 때도 제가 반한 포인트가 그거였어요. 그냥 제가 무심코 “저거 맛있겠다”라고 말하면 차 세워서 “먹을래? 사다 줄까?” 그래요. 솔직히 그런 남자가 처음이었어요. 전에 만났던 남자들은 “지금 왜 저걸 먹어. 먹어봐야 살만 쪄” 그런 반응이었는데 반대로 그러니까 제가 오히려 “아니야. 괜찮아”라고 하게 돼요. 충분하게 사랑을 받으면 결핍이 없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남편이 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자존감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사랑을 줘서 어딜 가든 제가 젤 예쁜 줄 알고….(하하) 그래서 당당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가끔 몸매를 지적한 댓글을 보고 속상해하면 “너만큼 예쁜 사람이 어딨어! 지들은 뭐 얼마나 예뻐서 난리야?”라고 말해줘요. 이 맛에 사는 거지요.
행복한 결혼 7년 차 부부, 싸운 적은 없나요?
첫아이 낳고 많이 싸웠어요. 육아가 처음이니 둘 다 예민해서 ‘누가 건들기만 해봐라’ 식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거의 싸우지 않아요. 살짝 토라지는 정도는 있지만 부부니까 오래가지도 않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내가 아닌데 남이 어떻게 100% 만족스러울 수 있겠어요? 사소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죠. ‘안 살 거 아니면 얘기하지 말자! 그냥 묻고 살자!’ 그렇게 생각해요. “왜 이렇게 했어?”라고 아무리 말해도 사람은 잘 변하지 않거든요. 결혼한 이상, 인간 개조를 할 수도 없으니 그 사람의 그런 면도 받아들여야 해요. 남편도 저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묻고 가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게 부부인 거 같아요. 정 못 참겠으면 최대한 상냥한 어조로 말하려고 해요.
최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온 가족이 총출동했어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우연히 키즈카페에서 휘재 오빠를 만났는데 딸 다인이가 정말 예쁘다고 하면서 즉흥적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에게 전화해 얘기했더라고요. 다인이랑 같이 집에 놀러 오라고요. 만약 거창하게 섭외 요청이 들어왔으면 저희도 깊은 고민을 했을 텐데 추억 삼아 나들이 가는 식으로 가볍게 가기로 했어요. 둘째 이안이가 태어나고 일이 많아져 이안이랑 나들이 간 적도 별로 없었고요. 요즘 SNS에 아이 사진 한 장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엄마들 마음이 다 똑같을 거예요. 내 자식 너무 예뻐서 혼자 보기 아까울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애기 엄마들이 ‘#맘스타그램’이라고 해서 아이 사진 올리고…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요즘 그 방송 영상 돌려보면서 다인이랑 킥킥대요.
다인이와 이안이의 성향은 어때요? 육아 원칙은요?
첫째 다인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고 둘째 이안이는 저를 닮았어요. 가끔 남편과 얘기해요. 우리 자식이지만 좀 웃긴다고. 아이들이 약간 웃긴 면이 있어요. 엉뚱한 소리 하고 그런 게 웃겨요. 저한테 “박지윤 엄마씨~” 이런다거나 요즘 TV 만화에 나오는 호랑이 코치를 따라 하며 “엄마는 호랑이 코치야. 몰랐어?”라고 말하면 다인이는 “아이구! 호랑이 코치님 죄송합니다~” 그래요. 장난꾸러기예요. 남편이랑 같이 애들 앞에서 막춤도 추고 유치하게 놀아요. 하지만 권위를 내세울 땐 확실히 내세워요. 자기 몸이든 남의 몸이든 다치게 하면 ‘뒤지게’ 맞아요. 진짜 위험할 때는 그걸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인정사정없이 때려요. 어른한테 반말하고 되바라지게 행동하는 꼴도 못 봐요. 밖에 있더라도 “엄마랑 화장실 좀 갈래?” 하며 조용히 아무도 없는 데 끌고 가서 혼내요. 그거 외에는 다 원하는 걸 하게 해주고 웃게 해주자는 게 제 원칙이에요.
부모가 아나운서라 아이들 언어 교육은 특히 잘할 듯해요. 더구나 박지윤씨는 영문학과 출신이잖아요. 교육 방식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늘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아이 낳고 얼마 되지 않아 EBS <60분 부모>를 진행했는데 방송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교육 전문가를 많이 만나요. 내용도 제각각이고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는데 이거 하나는 잊지 말아야겠다는 게 있어요. ‘여유’예요. 주변에 해외파 부모들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지 않아요. 수학과 교수인 부모도 어릴 때부터 수학 학원에 보내지 말라고 해요. 우리 첫째가 6살인데 또래 아이들 보면 한글 학습지를 시키거나 엄마표 한글 공부를 시키는데 저와 남편은 시작도 안 했어요. 제가 한글 배울 때 초등학교 입학 전, 할머니한테 배웠거든요.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자를 만드는 원리를 배웠는데 자음과 모음이 한번 휘몰아치면서 한글 원리를 깨달았던 기억이 생생해요. 요즘 아이들 배우는 식으로 어린 나이에 한글을 배우려면 통 글자를 배울 수밖에 없어요. 이건 사과니까 ‘사과’로 외워야 하죠. 제가 배운 소중한 경험을 일깨워주고 싶어서 무턱대고 보채지 않아요. 그랬더니 얼마 전에 아이가 스스로 “엄마, 내 이름 어떻게 써?”라고 물어봐서 알려줬어요. 이렇게 여유롭게 버틸 수 있는 자신감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엄마 아빠가 아나운서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가 그렇게 한글 공부하고 국어사전 끼고 살았는데 우리 애가 못하겠어?
할 때 되면 다 해. 지가 하고 싶을 때 하겠지 싶었죠. 진짜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못하면 그때 우리가 붙들어 잡고 공부시키자 했어요. 그런 여유가 영어에는 없더라고요. 여유가 없는 분야에서는 부모가 조바심을 내는 거예요. 그래서 수학 공포증이 있는 부모가 수학 공포증이 있는 아이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제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지금은 내려놨어요. 지금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배우는 과목 중 하나가 영어라 어쩔 수 없지만, 다인이의 영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신경 안 쓰고 있어요. 가끔 집에서 ‘미일크~’라고 말하면 칭찬을 엄청 해주는 정도예요. 필요에 의한 배움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기다려주려고요.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있어요. 박지윤씨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아무래도 엄마가 에너지가 있다는 거? 피곤해서 가만히 있으면 쉬는 날 하루도 금방 지나가요. 막 개운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들과 놀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려요. 저 같은 워킹맘들은 죄책감 같은 게 있어서 주말에는 뭔가 하려고 하는 게 있어요. 저는 가족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 먹이려고 해요. 가끔 지인들이 SNS에 올린 요리 사진을 보고 “너 주중에 그렇게 일하고 주말에 밥하고 싶냐?” 그래요. 그러면 저는 “안 하면 어떻게 해 그럼? 내가 주부인데 안 해?” 이러죠.
주말 저녁이나 짬 내서 쉴 때는 집 앞 카페에라도 나가요. 아이들 아이스크림 하나 시켜주고 남편과 커피 마시면서 직장 상사 흉도 보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집안일도 평일날 틈틈이 해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가 제 생활신조거든요. 사실 학창 시절에는 정말 많이 미뤘거든요?(하하). 근데 집안일이 쌓이는 것만큼 주부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건 없더라고요. 직장인이 되고 엄마가 되면서 좀 더 부지런해진 건 있어요. 늦게 자도 빨래 분류해서 손빨래하고 어질러놓은 화장대도 한 번 닦고 널브러진 옷 한 번 더 걸어놓고 공과금이나 영수증 정리 못 했던 거 하고 그래요. 그런 사소한 것들 그때그때 챙겨요.
대단한 에너자이저네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해요?
제 기초체력의 바탕은 부모님인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늦잠 주무시는 모습이나 술 드시고 뻗은 모습을 못 봤거든요. 늘 저희보다 먼저 나가시고 부지런하셨어요. 전국을 누비며 에너지 넘치게 사업도 하셨고요. 그 기초체력이 유전된 거죠. 엄마는 제가 어릴 때 약간 소아비만이었음에도 “먹는 놈이 남는 거다” “먹는 놈 못 이겨”라고 말씀하시며 밥을 맛있게 영양 넘치게 잘 해주셨어요. “공부한 놈 못 이겨”가 아니라 잘 먹는 놈이 이긴다고….(하하) 먹성은 끝내주는 집이에요. 부작용이라면 호리호리한 몸매가 아니라서 데뷔 초에 방송 의상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학창 시절 대부분을 눈물의 다이어트로 보냈다는 거?(하하) 그 덕분에 체질적으로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어요. 제 가 원하는 만큼 양껏 먹으면 병이 안 나요. 가끔 뭔가 오늘처럼 중요한 촬영이 있거나 조절을 할 때 식사량을 줄이면 딱 병이 나요. 그래도 방송인이기 때문에 최소한 식단 관리를 하려고 해요.
식단 관리를 어떻게 해요?
고구마 다이어트를 한다고 방송에 말한 이후로 블로그 쪽지를 많이 받았어요. “하루에 몇 개를 먹느냐” ‟언제 먹느냐”라고 말이죠. 고구마를 언제 몇 개씩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핵심은 평소에 먹던 만큼 먹되 밀가루, 쌀 대신 GI 지수가 낮은 고구마로 대체한다는 거예요. 양을 줄이라고 하면 사람 절제력이라는 게 그게 안 되거든요. 대체 식품으로 바꿔주는 게 롱런하는 것 같아요. 마음껏 먹어도 하루에 고구마를 20개 이상 못 먹어요. 소금, 설탕을 아예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체중 조절이 돼요. 저는 그렇게 고구마, 저지방 우유, 삶은 달걀을 먹어요. 순간적으로 식욕을 억제해주는 아메리카노도 마시고요.
어머니처럼 아이들에게 ‘집밥’을 잘 만들어주는 엄마인가요?
솔직히 일이 많아서 아이들 밥은 친정엄마가 같이 살면서 살뜰히 챙겨주세요. 저희 아이들은 국을 좋아해요. 저와 엄마가 국물 요리를 잘하기 때문이기도 하죠(하하). 보통 엄마들은 자신 있는 요리를 해주기 마련이잖아요. 쇠고기가 들어간 뭇국, 콩나물국, 감잣국 이런 식으로 매일 바꾸고 여기에 밥, 김, 멸치볶음, 시금치나물은 꼭 해줘요. 여기에 특식을 더한다면 장조림이나 구운 안심을 곁들이기도 하고 그게 없으면 달걀프라이를 해줘요. 가끔 주말에는 파스타도 만들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만들기 쉽거든요.
‘박지윤표 파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요?
달군 팬에 마늘을 편으로 썰어 넣고 볶다가 삶은 조개와 면을 고루 섞으며 볶아요. 그리고 허브솔트로 간을 하고 트러플 오일을 한 방울 떨어뜨려 말린 바질과 곁들여 완성하죠. <식신로드>로 여러 레스토랑에 다니면서 트리플 오일을 알게 됐는데, 참기름처럼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마법처럼 요리가 맛있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바로 트러플 오일을 구입해서 여러 요리에 써먹고 있어요.
바쁜 와중에 최근 바자회도 열었던데요?
진짜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방송 협찬이 안 될 때 구입한 옷이나 행사장 갈 때 산 옷이 쌓여서 그거 처분할 생각으로 쇼핑몰 운영하는 친한 동생이랑 조그만 커피숍에서 바자회를 열었어요. 이왕 하는 거 꽉 채워서 해보자 하고 유치원 엄마 친구, 친구 동생 등 알음알음으로 모아서 7명이 된 거죠. 이 멤버는 지금까지 계속 같이 하고 있어요. 그중에는 초 만드는 준하 오빠 팬클럽 분도 계세요. 근데 당일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온 거예요. 죄송한 마음에 다음번에는 제대로 준비하자고 했죠. 그래서 올해 봄가을 해서 지난 10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바자회를 크게 열었어요. 많은 분들이 참여 방법에 대해 물어보세요. 저는 첫 의리를 지켜준 사람들이 중심이라고 말해요. 구색 맞추기 위해 필요한 브랜드는 직접 섭외하고요. 어떤 바자회든 성향, 특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구난방이 되는 건 싫어서 제가 보기에 예쁘고 맛있는, 제 기준에 맞추고 있어요. 그전에도 제가 버는 돈에서 일부 기부를 하긴 했지만 바자회를 통해 기부하는 게 제 땀과 노력이 들어간 거라 남달라요. 거기 오신 분들도 기부에 기여하시는 거잖아요. 만든 물건 소개할 수 있어서 좋고 구매자는 사서 좋고 거기에 기부까지 하니 좋고, 이렇게 사랑이 세 번 돌더라고요. 바자회를 통해 큰 사랑이 휘몰아치는 거잖아요. 이런 사랑의 순환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꿈이 있다면 바자회를 더 키워서 잠실체육관에 들어가는 거예요. 여성 창업자들을 지원할 힘도 생기면 좋겠어요.
‘이건 젬병이다’ 하는 거 있어요?
물건을 잘 흘려요. 매니저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어? 나 뭐 두고 왔어”예요. 그리고 정말 휴대폰 충전을 잘 안 해서 연락 안 되기로 되게 유명하고 배터리도 잘 닳아서 “충전 좀 부탁드려요”라는 말을 많이 해요(실제로 그녀는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에디터의 보조배터리로 휴대폰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장을 잘 안 지워요. 일과에 과부하가 걸리니까 얼굴을 포기하는 거예요.(하하) 귀찮아서 화장 안 지우고 잘 때 많은데 친정 엄마한테 맨날 혼나요. “이 피부 평생 갈 것 같아? 예쁠 때 관리해야지. 하여튼 너는 그게 글러 먹었다”고 면박을 주시죠. 이런 부분에선 게으른 편이에요. 운동도 잘 못 하고…. 예전에는 틈틈이 운동을 하고 했는데 올해는 여름에 한 번 하고 지금까지 못 했어요. 사실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걷는 걸로 대신하고 있어요.
<우먼센스> 카카오스토리로 박지윤씨에게 궁금한 질문을 미리 받았어요. 그중 선정된 질문 두 가지만 더 할게요! <우먼센스>라면 대부분 톱 여배우들이 표지를 장식하는데 박지윤씨는 어떤 매력 때문에 모델로 선정되었다고 생각하나요?(시은주원사랑님)
‘넘사벽’이 아니라서?(하하) 얼굴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몸매가 빼어난 것도 아니지만 박지윤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거예요. 제가 단점이 많은 사람임에도 방송이 계속 끊이지 않는 이유도 그 부분인 거 같고요. 스타일리스트하고도 자주 얘기해요. 방송에서 스타일리시해 보이고 싶지만 공효진씨나 전지현씨 같은 패셔니스타와 경쟁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고요. 윤여정 선생님이 그 연령대 분들에게 로망일 수 있듯이 저는 제 또래 주부들에게 로망이고 싶고, 아줌마도 꾸미고 노력하면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서 예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너무 아줌마스럽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사실 남들이 크게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스타일링 고민하고 평소에도 옷 입는 거 신경 쓰거든요(하하). 이 나이에 자신의 자리에서 제일 열심히 사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시’ 자라면 시금치도 싫다고 하잖아요. 바쁜 며느리라 시댁과 트러블이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어떤가요?(심순희님)
어떻게 보면 좀 버릇없는 며느리일 수 있지만 시부모님께 편하게 하려고 해요. 아들만 둘인 집이고 남편이 아주버님과 7세 차이 나는 늦둥이 막내라서 딸처럼 저도 마냥 귀여워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시부모님께 스스럼없이 대하려 하고요. 결혼하고 1년을 시댁에서 살았는데 속살을 보이면 친해질 것 같아서 시아버지 안 계실 때 일부러 샤워하고 어머니께 “어머님, 수건 좀 갖다 주세요”라며 부탁도 드리고 시어머니 침대에서 함께 잠도 잤어요. 어머님 평생 살아오신 이야기 들으며 맞장구도 치면서요. 그게 너무 좋으셨나 봐요. 지금은 따로 살고 있지만 자주 전화하셔서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라고 하세요. 시부모님은 저희가 딸, 아들 낳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고마워하세요. 그래서 저도 그런 어머니께 감사해요. 바빠서 시댁 행사도 잘 못 챙기는데 그때는 형님한테 죄송해요. 똑같은 며느리인데 혼자 하시니까 백번 죄송하죠.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형님에게 먼저 전화해서 뭘 하느냐고 여쭤봐요. 형님이 하자는 대로 따를 뿐이에요. 음식을 집에서 하자고 하면 몇 개 나눠서 하고 시간이 안 될 때는 조율을 하는 식이에요. 저를 많이 봐주시죠.
새해 계획 세웠어요?
저는 늘 똑같아요.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이면 어떨까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슬픈 생각인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좀 더 너그러워지고 열심히 살게 되고 또 부질없는 건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사니까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내년에는 남편과 함께 가죽공방에 다닐 거예요. 스펙터클한 내년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