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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가 뭐야?

진보적 페미니스트 집단인가, ‘일베’의 여성 버전인가. 어쩌면 둘 다 아닐 수도.

On November 01, 2015

요즘 화제가 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최근의 ‘<맥심> 사태’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 남성 독자를 주 타깃층으로 하는 잡지 <맥심(Maxim)>의 2015년 9월호 표지의 콘셉트는 ‘나쁜 남자’였다. 표지의 주인공은 영화 <신세계> <올드보이> 등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 김병옥.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맡아온 그의 고유한 이미지를 표현한다는 콘셉트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표현 방식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범죄자로 분한 김병옥이 한 대의 차 옆에 서 있고, 차의 열린 트렁크 사이로 청테이프로 결박된 여자의 다리가 보이는 사진. 자칫 ‘납치’ ‘성폭행’ 혹은 ‘살인’이 연상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책 내부에 실린 화보는 수위가 더 높았다.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와 흐르는 피를 표현한 듯한 사진이 의도하는 바 역시 명확해 보였다. 9월호 발간 직후 <맥심>의 표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맥심코리아 측은 ‘범죄의 요소를 사진에 포함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를 미화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담당 에디터가 SNS에 올린 ‘미화하려면 소지섭을 썼겠지’라는 문구는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물러서지 않던 맥심코리아는, 미국의 <맥심> 본사의 공식적인 비판을 받은 이후에야 비로소 정식으로 사과하고 수익금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자국인들이 말할 때는 듣지 않더니, 미국 본사에서 말하니 바로 수긍하는 거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해프닝을 국제적인 사건으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커뮤니티가 바로 ‘메갈리아’다. 온라인 커뮤니티 ‘DC 인사이드’의 게시판 중 하나인 메르스 갤러리에서 파생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어느 순간부턴가 본래 의도와 달리, 여성 네티즌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고충에 대해 토로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 가부장적 마인드로 여성을 괴롭히는 유형의 한국 남자를 가리켜 ‘씹치남’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등의 움직임이 퍼져나가며, 결국 따로 독립해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든 것.

이번 <맥심> 사태에서 메갈리아는 “여성의 현실적인 공포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하지 말라”며 맥심코리아 편집부를 향해 청원 운동을 벌이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또한 맥심코리아 편집부가 강력 범죄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범죄에 대해 일상적인 공포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9월호 판매 중단(회수) 및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가 추진한 청원 운동에 동의 의사를 밝힌 온라인 서명자 수는 빠르게 늘어 금세 1만 명을 넘겼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움직임은 미국 뉴욕의 <맥심> 본사에도 전달됐다. 본사 측은 매체를 통해 맥심코리아가 출판한 표지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 UK> 역시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맥심>의 표지 사진을 ‘역대 최악의 커버(In perhaps the worst cover idea of all time)’라고 비판했다.

물론 메갈리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호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상의 여성 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남성 혐오를 장려하고 있다. 건전한 비판의 장이 아닌, 또 다른 혐오의 장일 뿐이다’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메갈리아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살펴보면 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분노를 쏟아낸 게시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메갈리아는 여성들의 억눌린 분노를 쏟아내는 배출구인가? 아니면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또 하나의 문제 사이트일까? 과연 진보적 여성 페미니스트들의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을까? 메갈리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이트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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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2015년 11월호
2015년 11월호
취재
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