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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선생님의 학습일지 두번째

학교 폭력의 징후

On November 01, 2015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학교 폭력 소식에 엄마들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유형도 다양해져 맘 놓고 학교를 보낼 수 없다는 엄마들이 많다. 현직 교사인 나로서는 ‘확실한 예방법’을 쉽게 찾을 수 없어 고민스럽다.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잘 이야기하던 저학년 때와는 다르게 사춘기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방으로 직행하는 통에 학교생활을 알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말문을 닫아버리는 자녀 때문에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교우 관계는 어떤지… 답답한 학부모가 많을 것이다. 과연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이면 이상 신호다.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담임선생님에게 연락을 취해 학교생활이 어떤지 한번 알아볼 것을 권한다.



첫째, 등교 시간에 늑장을 부리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 특히 잘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다. 친구와의 문제인지 성적 때문인지, 혹은 이성 문제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대화다. 아이가 입을 닫는다면 가깝게 지내는 친구나 선생님, 주변 사람을 통해 알아봐야 한다.

둘째, 학교에서 점심을 안 먹고 오거나 빵이나 간식으로 때운다고 할 때. 요즘 아이들의 세계에선 학교에서 점심을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 급식실이 별도로 있어 여러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가 점심을 먹기 때문에 밥을 누구와 먹는지를 보면 한눈에 친구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럴 때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아이는 드물다. 자기가 ‘왕따’라고 전교생에게 공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래 집단에서 낙오된 아이들은 다이어트를 핑계로 점심을 거르기도 한다.

셋째, 갑자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돈을 많이 쓸 때. 이것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는 물리적으로 폭력을 당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면밀히 알아볼 것을 권한다. 학교 폭력은 학교와 학부모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만약 학교 내에서 벌이지는 일이 아니라면 경찰이 공조하여 함께 해결해야 한다.넷째, 우울해하고 말수가 현저히 줄었을 때. 한창 밝게 생활해야 하는 아이가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대화를 거부한다면 분명한 적신호다. 무엇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지 위로하고 공감하는 게 대화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다.

요즘은 직접적인 폭력이나 따돌림보다 SNS상에서의 따돌림과 ‘저격글’이 문제가 되고 있다. SNS상의 왕따는 특히 피해 학생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되므로 이런 경우 가해 학생은 일반 폭력의 3배 정도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엄마는 아이 편이 되어 충분히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또한 학교에 신고하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폭자위’)를 열도록 요청할 수 있다. 폭자위의 처벌을 받으면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징계 사항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사안에 따라 최대 징계로 강제 전학까지 시킬 수 있다. 또 ‘117학교폭력긴급지원센터’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 아이가 꼭 피해 학생이라는 법은 없다. 본의 아니게 가해 학생이 될 수도 있다. 가해 학생은 대부분 ‘장난’으로 생각하므로 어려서부터 남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가장 안타까운 건 ‘화해’와 ‘용서’를 모르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끼리 싸우고 화해하면서 성장하던 예전과 달리 마치 교우 관계를 청산하고 컴퓨터를 재부팅하듯 하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 세상을 어디 내 맘에 드는 사람하고만 살 수 있는가? 그래도 같이 공존해야 하는 게 세상 아닌가.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함께 공존하는 세상, 학교 폭력 없는 세상을 가르치고 싶다. ​

글쓴이 조미현 선생님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95년부터 서울 노원구 상명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학생 및 학부모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남편을 따라 브라질에서 5년 동안 생활하면서 한국과 다른 브라질의 교육 문화를 몸소 체험했다.



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사진
최항석
2015년 11월호
2015년 11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
사진
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