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 좋기로 유명하다는 ‘노유민 코페’.NRG 멤버 노유민이 운영하는 이곳에 들어서자 진한 커피 향이 코끝을 찔렀다.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티타임을 즐기는 손님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인사를 건넸다. 그간의 세월이 무색하게 주름 하나 없던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를 보고 감탄에 감탄을 하는 기자의 반응에 그는 수줍은 듯 연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동안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는 그에게 결혼 생활에 대해 묻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의 변화가 부부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줬다고. 6살 연상연하 부부의 탄생으로 이목을 끌었던 두 사람.
벌써 결혼 4년 차가 된 이들의 첫 만남은 그의 군복무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가 국군방송 FM 라디오 <위문열차> MC를 맡고 있을 당시 아내는 코러스 팀의 팀장이었다. 그녀가 예닐곱 명의 팀원을 케어하고 지도하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단다. “우리는 결혼을 해야 한다”, “절대 헤어지면 안 된다”는 말을 그녀에게 계속 주입했고 그 결과 결혼까지 이르렀단다.
“저는 애교 많고 철없는 남편이에요. 반면 아내는 연애 시절부터 무뚝뚝했어요. 아직도 제가 애교를 떨면 귀찮아하면서 저리 가라고 떠밀기도 해요. 좋으면서도 그러는 거겠죠? 남녀가 바뀐 거 같다니까요.(웃음) 우리는 모든 면에서 잘 맞는 짝이에요. 좋다는 생각이 들면 지르고 보는 기분파인 저와는 달리 아내는 늘 신중하게 고민하고 행동하죠. 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셈이에요.”
그의 말에 따르면 아내는 자신을 큰아들처럼 대하면서 “자식 하나 더 키우는 것 같다”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산단다. “아내에게 마냥 철없고 귀여운 남편으로 보일지라도 애인 같은 남편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죠. 허물없이 장난치고 엄마가 못 보게 하는 TV나 아이패드도 보여주고 온몸으로 놀아주려고 해요. 두 아이의 놀이기구랄까요? 황당한 건 그렇게 20~30분간 진이 빠지게 놀아줘도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엄마에게 안긴다는 거예요.”
첫째 노아는 육삭둥이로 예정일이었던 2011년 3월보다 훨씬 빨리 태어났고 둘째 노엘이 2011년 11월에 태어났다. 연년생이라 키울 때는 쌍둥이나 다름없다. 남자에게 더블 육아는 지옥이라지만 먼저 다가와 예쁜 짓을 하는 아이들 덕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단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할 것을 권해요. 저 자신이 결혼 후에 삶이 더 윤택해진 케이스랄까요? 뭐든 아내 말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편이죠. 기를 못 펴고 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제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뿐이에요. 나쁘게 말하면 ‘노예’, 좋게 말하면 ‘충신’이랄까요?(웃음) 결혼하면 가족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워지면서. 돈의 소중함과 세상을 알게 되죠. 그렇게 어른이 돼가는 거예요.”
그는 결혼 후 첫째 노아가 태어나자 가정을 위해 개인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연애 시절 쓴 커피값만 해도 어마어마했던 두 사람에게 카페는 최고의 창업 아이템이었다. 함께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한 두 사람은 아직도 일 년에 두 번 커피로 유명한 나라를 찾아가 여행 겸 커피 공부를 하고 돌아온다고.
“저희 두 사람이 생각했던 카페 운영자의 모습은 굉장히 우아했죠. 카페를 운영하면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며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전혀 그렇지 않았죠. 일이 고단하지만 서울에서 먼 지역이나 지방에서 저희 커피가 맛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신 손님들을 만나면 뿌듯해요. 저는 커피를 뽑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나이를 먹으면 서울 인근에서 커피 농장을 하면서 원두를 볶으며 살고 싶어요. 동시에 제 본업은 방송이기 때문에 결코 잊히지 않는 방송인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어요. 지금처럼만 건강을 잘 유지해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요. 사업과 방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바람입니다.”
최근 다이어트 성공 후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모습을 공개했던 그. 가면을 벗자 방청객과 패널들의 환호성이 세트장을 가득 메웠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너무나 달라진 그의 외모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구의 몸집에 통통한 얼굴 그리고 길고 덥수룩한 머리와 트레이드마크였던 수북한 콧수염까지, 그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봤던 그의 외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90년대 NRG 전성기 시절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무려 30kg 감량에 성공한 그는 다이어트 전·후 사진을 공개했고 과거 NRG 활동 시절 사진과 함께 네티즌 사이에서 화두가 되었다. 방송 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의 ‘역변’은 아직까지도 연일 화제다.
“아이돌로 활동하던 시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죠. 그 인기에 심리적으로 지쳐갈 때쯤 NRG 멤버들이 개인 활동에 전념하게 됐고, 방송을 통해 급격하게 살이 찐 제 모습이 알려지면서 비호감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어요. 그러던 제가 이제 살이 빠진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동네 아저씨에서 다시 연예인이 된 기분이에요.”
평소 우유부단하고 해맑고,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성격 때문일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하나같이 ‘인간 승리’라고 외쳤다. 유약해 보이던 그를 향한 칭찬이 쏟아졌다. “다들 실패할 줄 알았대요. 원래 될 대로 되라며 속 편하게 살던 캐릭터였는데, 이렇게 덜컥 다이어트에 성공할 줄 몰랐다더라고요. 방송국을 찾으면 이따금 마주치는 동료들과 방송 관계자분들이 절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 종업원도 헤어스타일을 싹 바꾸고 수염을 밀어버린 저를 보고 손님이라 착각하고 인사를 했다니까요. 심지어 노아와 노엘, 제 두 딸아이도 저를 못 알아보고 피해 다닐 정도였어요.”
그의 변화에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그에게 직접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 묻기도 한단다.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손님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트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그의 모습을 이따금 볼 수 있다고. 사실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당시엔 절박함이 없어서인지 매번 실패했다고.
습관처럼 이어지던 야식과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점점 그의 목을 조여왔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튀어나온 복부 때문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버거웠고 양말도 제대로 못 신었다. 잦은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호소하던 그에게 한의원과 병원 방문은 생활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심각성을 깨달은 건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난 뒤였다.
“의사의 다이어트 권고를 흘려듣곤 했죠.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가 큰 충격이었어요. 고지혈증으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병이 생기고 고혈압에 당뇨까지 이미 위험 수치에 도달했었거든요.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지금 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죠.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과 다이어트 중 택일을 하라는 게 최종 진단이었어요. 아내와 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를 결심했죠.”
다이어트에 성공 후 그는 실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몸을 일으키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날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가벼워지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다리 꼬는 자세도 가능해졌다. 체중 감량은 신체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 자체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빠만 보면 도망 다니기 바쁘던 두 딸이 먼저 안겨오는 건 물론이고 아내와의 사랑도 더욱 돈독해졌다. “방송이 끝나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을 때 쏟아지는 전화와 축하 메시지에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아내와 아이들도 기뻐했지만 가장 기뻐한 사람은 부모님이에요. 기사를 통해 제 다이어트 소식을 접하시고는 한달음에 카페로 찾아오셔서는 잘했다는 말씀만 반복하셨어요. 어머니도 주위에서 아들 다이어트시키라는 소리를 자주 들으셨겠죠. 별다른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 봐요. 사실 제 체중이 100kg에 육박했을 때,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내도 절 피했었어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살이 제 소중한 사람들을 속상하게 만든 주범이었죠.”
인터뷰 내내 한층 젊어진 노유민의 모습을 보며 NRG가 그리웠던 기자는 “함성으로 반기는 무대가 그립진 않느냐?”는 질문을 조심스레 건넸다.
“그립죠. 정말 그리운데, 이제는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현재 아이돌 친구들을 어떻게 당하겠어요. 저는 무대가 그리울수록 더 좋은 방송인이 되고자 노력하려고 마음먹었어요.”
천생 방송인 체질인 노유민은 마지막으로 과거의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결혼을 하면 남자든 여자든 다 내려놓게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기 관리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게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요. 제가 다이어트를 하게 된 이유도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일이니까요.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지 마시고 마음 단단히 먹고 지금부터 시작해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들 못 하겠어요.”
누구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노유민. 대대적인 체중 감량 후 잠시 휴식과 체력 보강 기간을 가진 그는 오늘도 다시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