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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주택 멘토링 3탄, 후암동 해방촌 상가주택을 개조하다

젊은 감각의 스튜디오형 하우스

집 짓기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원주택의 틀에서 벗어나 다세대주택, 셰어 하우스, 원룸형 생활 주택 등 현대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택의 종류도 한층 광범위해지고 있다. <우먼센스>와 SBS <좋은 아침-하.우.스>가 함께하는 ‘도심 속 주택 멘토링’ 제3탄의 주인공은 오래된 상가주택을 레노베이션해 주택살이의 꿈을 실현한 젊은 건축가 부부다. 그간 쌓은 공력 있는 감각으로 꾸민 이곳은 부부가 정의하는 집의 의미가 잘 담겨 있다.

On August 28, 2015

아파트살이에서 벗어나 ‘확 트인’ 주택의 묘미를 느끼다

건축사무소 ‘o’brick’의 김남균(37세)·남혜영(34세) 부부는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 살았다. 부부가 둘 다 건축 일을 하다 보니 집에 와서도 남은 업무를 볼 때가 많았는데, 아파트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면 단절감이 생기는 구조라 거기서 오는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집은 그곳에 사는 이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가족이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방과 방 사이가 철저히 단절되는 아파트는 저희에게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때마침 이사를 가야 할 시기가 왔는데 아파트 전세금도 만만치 않고 그동안 아파트살이를 하면서 느낀 단점이 너무 힘드니까 대안이 필요했죠. 저희가 꿈꾸는 공간은 스튜디오 타입의 로프트였어요. 해외 출장에서 자주 접한 유럽이나 뉴욕의 흔한 주거 형태로 스튜디오처럼 탁 트인 느낌의 그런 공간이에요.”


김남균·남혜영 부부가 여기에 딱 맞는 집을 찾은 건 지난해 말. 해방촌에 있는 46년 된 상가 건물을 발견했다. 위치가 역세권도 아니고 노후한 건물이 많지만,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오래된 계단 같은 이색적인 풍경으로 각광받는 동네인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주택을 꿈꾸면서도 서울에서 주택을 짓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후암동 상가 건물은 1층 상가, 2층 주거로 임대를 주고 얻은 수익에 아파트 전세금과 은행 대출금을 보태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부담스럽지 않겠더라고요. 꼭대기 층인 3층을 저희가 원하는 공간 콘셉트대로 레노베이션해서 우리 집만의 스토리가 생긴다는 점이 기대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시작된 후암동 오래된 상가주택 개조로 부부의 꿈이 실현됐다.

  • 김남균·남혜영 부부의 ‘오래된 상가주택’에 대한 훈수

    오래된 주택의 전용면적을 확보하라
    노후한 겉모습만 보자면 오래된 주택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오래된 주택의 가장 큰 이점은 비교적 넓게 쓸 수 있는 전용면적 비율이다. 요즘은 새로 건물을 세우거나 주택을 지을 때 대지면적의 50~60% 정도만 전용면적으로 쓸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 비율이 비교적 넓었다. 김남균·남혜영 부부가 구입한 후암동 주택의 대지면적은 99㎡(30평). 새로 짓는다면 전용면적이 48㎡(15평) 내외 정도지만 현재 층당 60㎡(20평)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레노베이션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건축물 대장에서 건물의 주 구조를 확인하라
    리모델링 비용과 관련해 건물을 구성하는 주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철근 콘크리트와 연와조 등으로 지어지는데, 연와조는 부분 개조를 하려면 구조 보강 등을 해야 해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반면, 철근 콘크리트는 벽체를 부분적으로 자유로이 헐어내어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라면 전체 골조는 그대로 남겨두고 내장과 외장 수리만 할 수 있으므로 리모델링이 훨씬 쉽고 공사기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노출’이라는 콘셉트로 레노베이션하면서 현관과 거실로 이어지는 중간에 세운 가벽이나 현관을 구분하는 중문도 거친 느낌의 철제로 선택했다. 특유의 분위기가 콘크리트 벽체와 잘 어울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작을수록 공간을 여는 것이 좋다

6년 된 노후한 건물을 사서 3층 공간을 부부의 집으로 레노베이션했다. 들어서는 순간 건물 외관에서 마주한 ‘오래된’ 느낌은 사라지고 개성 넘치는 젊은 감각의 스튜디오형 공간이 펼쳐진다.

주방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식탁 겸 아일랜드 조리대를 짜 맞춰 대면형으로 디자인했다. 조리대 아래쪽에 수납장을 짜 넣고 자잘한 살림들을 수납하니 한결 정돈되어 보인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무엇보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남편과 아내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노출’이에요. 노출 콘크리트를 마감재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인데 그냥 원래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오래된 공간이 갖고 있던 구조와 느낌을 그대로 살린 거죠.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시멘트를 한 번 덧바르는 정도로요. 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입구와 거실을 구분하는 가벽이나 공간 곳곳에 놓인 선반, 현관 앞에 설치한 중문 등을 거친 물성의 철제 소재로 선택했어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 남혜영씨는 거실 한쪽에 전자피아노를 두고 북유럽 분위기의 패브릭으로 장식한 코너 공간을 만들었다.


원래는 긴 복도를 중심으로 좁은 방이 연결되어 있는 사무실 구조였다.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사용할 방을 제외하고 벽체를 헐어 거실과 주방 용도의 공간을 하나로 만들고 서로 마주보는 구조로 설계했더니 공간에 개방감이 생겼다.

방을 없애고 벽을 일부 헐어내니 복도와 주방, 거실로 연결되는 구조가 더욱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부부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반려견 ‘원두’도 이 공간을 좋아한다.


거실은 철저히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필요에 의해 디자인했다. 큰 테이블 하나를 두어 부부의 서재 겸 일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앞에 TV를 치우고 소파와 오디오 기기만 두었더니 주로 부부가 마주 앉아 책 읽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집에 돌아와 각자 남은 일을 처리할 때도 거실에 놓은 큰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님을 초대해서도 함께 요리를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된 거죠.”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침대 쪽 벽면을 네이비 컬러로 페인팅했다. 수묵화처럼 그려진 물고기 그림은 빈티지한 감성을 자아낸다.

부부의 삶을 중심으로 고친 레노베이션

낮 시간엔 남편과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침실에서 남편과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는 남혜영 주부. 침실은 오로지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침실에는 TV 하나에 그저 커다란 침대와 콘크리트 벽돌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 은은한 테이블 조명 정도가 전부다. 침대 헤드 쪽 벽면을 네이비 컬러로 페인팅한 덕분에 더욱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을 프린트해 액자로 만들었다. 복도 벽면에 빈티지 액자와 나란히 걸어두니 갤러리 같은 공간이 연출되었다.


“집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족들의 취향에 맞춰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늘 같은 모습이 아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라면 더욱 좋겠죠. 이 집도 언제 또 바뀔지 몰라요. 지난해 말 레노베이션할 때만 해도 저희 부부만 생각하고 디자인했는데 지금 제 배 속에 8개월 차 ‘뿡뿡이’가 자라고 있어 태어날 아이를 위한 방도 계획하고 있어요.”

화이트와 그레이 투톤 타일로 모던하게 꾸민 욕실.


현재 부부의 드레스룸으로 사용하는 끝 방을 아이 방으로 바꿀 계획이란다. 햇볕이 잘 들어와 따뜻한 공간이라 아늑한 느낌으로 디자인할 생각이다. 라이프스타일과 실용성, 심미성을 넘나들며 취향과 기능을 조율하는 김남균·남혜영 부부. 그들의 감각을 통해 또 어떤 공간이 완성될지 기대가 된다. 젊은 감각으로 완성된 이 집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9월 3일 목요일 오전 9시 10분, SBS <좋은아침>에서 만날 수 있다.

세면대 맞은편 벽에 선반을 부착해 미니 화장대를 만들었는데, 남편이 세수한 후 바로 화장품을 바를 수 있도록 남혜영 주부가 선물한 인테리어 포인트다.

복도 끝 작은 방은 부부의 드레스룸이다. 깔끔하게 옷을 수납할 수 있도록 공간에 맞게 행어 장을 짜 맞췄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옷장과 옷장 사이에 화장대를 두어 남혜영씨의 파우더룸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공간에 원목 소재의 가구와 웨딩 사진이 놓여 있어 더욱 따스해 보인다. 여기는 조금 있으면 태어날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하.우.스> 제작진의 카메라 밖 비하인드 스토리
후암동 해방촌 상가주택

<좋은 아침-하.우.스>의 메인 작가 이은정씨가 후암동 해방촌 상가주택 취재기를 들려주었다. 이달에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까?


Q 겉으로 보기에 그저 낡은 건물로만 보이는 이 집을 어떻게 찾았나?
같이 일하는 작가가 독특한 집이 있다며 사진을 보여줬는데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반면 내부 인테리어는 모던한 반전 주택이더라고요. 더 놀라운 건, 건축주가 30대의 젊은 부부라는 거였어요. ‘당연히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낡고 오래된 상가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더라고요. 살던 집 전세 기간이 끝나서 이사할 집을 찾다가 원래 집을 사려던 금액에 아래층의 전세금과 은행 대출을 보태 구입했대요. 현재 1층 상가의 월세로 은행 대출 이자를 감당하고 있고, 앞으로의 수입으로 건물을 조금씩 고칠 계획이랍니다. 이 집을 소개한 건 ‘집’이라고 했을 때 ‘아파트’ 아니면 ‘단독주택’만 떠올리는 분들에게 또 다른 ‘집’의 형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집’에 대한 건축주의 특별한 생각이 보이는 집이라면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Q 방송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정보는?
집을 보며 다니다 보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놀라운 아이디어에 감탄할 때가 많아요. 빈 공간인 계단 밑을 수납장이나 화장실로 만들기도 하고, 어떤 집은 계단을 미끄럼틀로 만들거나 단차를 이용해 아이 책상처럼 활용하더라고요. 이런 아이디어들을 모아 ‘홈&인테리어 1분 레시피’ 코너를 선보이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우리 집 화장실을 꾸미고 싶은데 1분 레시피 화장실 편을 찾아볼까?’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예요. 현재 ‘1분 레시피’ 동영상 클립이 인터넷에 매주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포털 사이트에 ‘좋은 아침 하우스’를 검색하면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답니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주중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 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올해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10분에 방영되고 있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 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아나운서 김일중, 김지연, 김환이 MC로 활약 중이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혜 기자
사진
홍상돈
2015년 08월호
2015년 08월호
기획
김은혜 기자
사진
홍상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