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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2015 대출의 법칙

똑똑하게 빌립시다 Part 1. 집주인 편

초유의 저금리 시대다. 정부는 경기 부양책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대출받아 집 사는 시대, 똑똑한 대출의 법칙.

On May 22, 2015


지난 3월,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1%대로 인하했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매수 의향자 중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사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의 55.7%에 달했다. 당분간 시장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응답자도 30%에 육박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총 13만1천여 호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조사한 3월 중 평균 거래량 6만9천 호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대출을 받는 가계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3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 8천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대출액이 8천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아직도 대출이 어렵기만 한 사람들도 이제는 꼼꼼히 따져볼 때다.

 

 

 

PART 1 집주인 편

금리는 낮지만 집값은 여전히 높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지 않고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무작정 대출받자니 따져봐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다달이 이자만 내다 정해진 때가 되면 한 번에 원금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동금리가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뉴스까지 접하고 나니 차라리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전세족’으로 남겠다는 사람도 많다. 금리가 낮다고 멋모르고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다 이자에 허덕이며 사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금리 인하를 등에 업고 인기를 끄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이 바로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적기”라고 말한다.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집주인이 받기 좋은 4가지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새집을 마련할 꿈에 부푼 ‘미래의 집주인’이라면 주목하자.

 

 

1 보금자리 론

보금자리론은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 중 무주택자나 30년 이내에 주택을 취득한 1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주택 가격의 최대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비율은 조금씩 달라진다. 단,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은 해당 사항이 없고, 6억원을 초과하는 중·고가 주택은 0.1%의 부가 금리가 붙는다.

이 대출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대출 실행일부터 만기까지 2.85~3.10%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금리가 낮은 현재 시점에, 한 번에 목돈을 만들기 어려운 서민층이 가입하기에 알맞은 상품이다.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금리를 우대해주는 우대형 상품이나, 신규 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할 경우 중도금 대출을 비롯한 연계 혜택을 주는 상품도 있다. 따라서 본인에게 유리한 파생 상품은 없는지 잘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신청 방법에 따라 금리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에서 상담을 받고 가입할 수 있는 t-보금자리론에 비해 인터넷 접수나 우편 서류 접수를 이용하면 금리 할인 혜택이 더 커진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e-보금자리론은 0.2%, 우편으로 필요한 서류를 보내 접수하는 u-보금자리론은 0.4%의 금리를 할인해준다. 대출금을 갚는 방식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매월 같은 금액을 갚아나가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혹은 매월 같은 원금을 갚아나가고 이자를 점차 줄여가는 체감식분할상환이다.

특별히 u-보금자리론 가입자에 한해서는 ‘체증식분할상환 방법’을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체증식분할상환 방법은 점차적으로 상환액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현재는 재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지만 미래에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신입사원이나 젊은 부부에게 유리하다.

  • CHECK POINT
    1 9억 이하 주택에만 해당
    2 2.85~3.10% 금리(우대금리 적용 가능)
    3 대출 한도_주택 가격의 최대 70%
    4 우편으로 접수하는 u-유형이 혜택이 많음
    5 무주택자나 1주택 소유주인 서민층에 유리


2 디딤돌대출
디딤돌대출은 보금자리론에 비해 신청 자격이 다소 까다롭다. 소득은 물론이고 소유권 취득 시기, 취득한 주택의 공시지가와 면적까지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6천만원 이하에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인 세대주가 신청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을 구매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후 3개월 이내에 신청할 수 있으니 날짜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공시지가 6억원 이하, 도시 지역 기준으로 25평 이하(읍·면의 경우 30평 이하)의 주택에만 적용되는 점도 유의하자. 물론 상황에 따라 제한선을 낮춰주기도 한다. 구매하려는 주택이 생애 최초 주택일 경우 부부 소득을 합산한 금액의 제한 폭을 7천만원까지 높여준다. 30세 이상 단독세대주 역시 신청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30세 미만의 단독세대주라도 형제자매 1인 이상과 동거하고 있다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다. 대출 한도는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의 70%로 삼고 있지만, 2억원을 넘어설 순 없다. 예를 들면 5억원인 주택으로 디딤돌대출을 받을 때에 대출 한도는 주택가의 70%인 3억5천이 아니라 2억원이다.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방식과, 5년 단위로 금리를 변동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대출만기와 대출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연 2.6%에서 3.4%까지 금리가 달라진다. 상환 방식은 보금자리론과 같은 원리금균등분할상환과 체감식분할상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금을 상환하는 동안 대출자나 배우자가 별도의 주택을 구매해 2주택 가구가 되면, 그 즉시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자녀·다문화·장애인 가구는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으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청약저축에 가입한 자 역시 금리 인하 혜택의 대상이다.

  • CHECK POINT
    1 2.6~3.4% 금리(우대금리 적용 가능)
    2 소득 수준, 공시지가, 주택 면적 등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 후 3개월 이내에만 신청 가능
    3 대출 한도는 2억 이내의 범위에서 주택가의 70%까지 가능
    4 5년마다 금리 조절 가능
    5 대출 기간 중 별도의 주택을 구매하면 일시 상환해야 함
    6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게 추천


3 적격대출

적격대출은 앞선 두 가지 대출 상품에 비해 이용하기 쉽다. 취득한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금리는 높다.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은 상황에 따라 2%대의 금리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적격대출은 처음 5년간은 최소 4%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후에는 5년마다 금리를 조정하는데, 이때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매월 고시하는 10년 만기 u-보금자리론의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급격한 금리 변동의 위험은 피하되, 금리가 낮아질 경우엔 대출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은행별, 대출 실행일별로 차감금리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 상품 역시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과 체감식분할상환 방식 중 선택해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없으며, 시중 은행을 직접 방문해 상담받은 후 신청해야 한다.

  • CHECK POINT
    1 9억원 이하 주택 대상
    2 최초 5년간은 4.0~4.5%의 금리 적용
    3 대출 한도 최대 5억원
    4 5년마다 금리 조정

  • 세 놓기좋은 집 고르기
  • 이참에 대출을 받아서 거주용이 아닌 임대용 주택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은퇴 이후 생활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한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30~40대까지도 임대용 주택 마련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추세다. 창업보다 위험부담이 적은 데다 요즘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임차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최근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종목은 다름 아닌 다가구 주택이다.
    다가구 주택은 주거와 임대가 가능한 데다 1주택 자격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임대를 위한 다가구 주택을 고를 때는 몇 가지 눈여겨볼 점들이 있다.

    첫 번째로 교통이 편리한 집을 구할 것.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편리한 교통, 생활권 인접, 쾌적한 주거 환경 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이 좋다. 임차인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 교통 여건이 중요하기 때문.

    두 번째로 신축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임대 수요자들은 보통 새집을 선호하는 데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관리 부담이 적다. 신축 주택은 건축업자가 일정 기간 주택 하자 보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고 시설물의 교체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멀리 봤을 때 더 유리하다.


 

 

집주인 대담
역시 내 집이 좋지
  • 강선정(78년생, 주부 10년 차)
    오랫동안 전세로 살다 최근 저금리 대출을 접하고 무리하게 대출해 집을 매입한 뒤 불안에 떨고 있다.

    주정아(75년생, 주부 14년 차)
    고금리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최근 저금리로 대출을 갈아타 한숨 돌렸다. 여러 번 집을 팔고 산 경험이 있다.

    이정현(74년생, 주부 9년 차)
    과거 아파트 가격이 최고치였을 때 변동금리로 대출받아 매입 한 이후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한동안 무척 고생했다.



이정현 요즘 대출 이자가 정말 싸지 않아요? 작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이 보통 4%대였는데, 요새 2%대로 떨어졌더라고요. 제가 2007년에 집을 사면서 국민은행에서 대출받을 때는 이자가 6% 정도였거든요. 억울해요. 그거 갚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주정아 저도 친구들이 이야기해줘서 바로 갈아탔어요. 최근에 이슈가 됐던 안심전환대출은 제가 제3금융을 이용한 이력이 있어 자격이 안 되더라고요. 낙담하고 돌아서려다 정보 수집 차원으로 주거래은행에 가서 상담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대출 갈아타기가 된다는 거예요. 덕분에 4%대였던 이율을 2.9%까지 낮췄어요. 정말 대박이지 않아요? 빚이 1억 정도 있는데, 이자가 매달 10만원은 절약되는 것 같아요.

강선정 제 친구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됐는데도 신청 안 했대요. 그걸로 갈아타면 이율이 낮아져서 좋지만 매달 원금을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 친구 말이 대출액과 금리를 꼼꼼히 따져보니 매달 이자와 원금까지 1백70만원씩 내야 하더래요. 솔직히 애들 키우는 집에서 1백70만원씩 매달 어떻게 갚아요. 그렇게 되면 애들 학원 보내기도 빠듯해질 텐데요.

이정현 그거 정말 힘들어요. 제가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돈 쓰는 것과 대출이자와 원금 때문에 돈이 나가는 것은 마음이 180도 다르거든요. 2008년에 2억 대출받고 집을 샀는데 그때가 집값이 최고치였어요. 그 후 집값이 폭락하기 시작하는데 어찌나 속이 상한지, 밥도 입으로 안 들어가더라고요. 매달 1백만원이 넘는 이자를 내면서 ‘이 돈이면 명품 백을 하나 사겠다’ ‘이 돈이면 여행을 갔겠다’ 싶은 거죠.

주정아 그때는 이율이 하도 높아 2억 대출이었으면 정말 힘들었겠어요. 전 변동금리로 1억원 대출받았을 때 진짜 끔찍했어요. 대출받은 후로 이자율이 점점 올라가서 몇 년 동안은 원금도 못 갚고 계속 이자만 냈다니까요. 남편 벌이는 뻔한데, 이자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불안해서 지갑 열기가 힘들더라고요.

이정현 막상 대출받아 집 사고 보니, 옛날 엄마 마음이 이해돼요. 왜 그렇게 아끼고 사셨는지….

강선정 이제 제가 지지리 궁상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저, 얼마 전에 집 샀거든요. 지금껏 전세로만 살았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주든가 반전세로 돌리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우기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덜컥 집을 계약했죠. 원래는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갔는데 “요즘 이자 진짜 싸다”며 매입을 권하는 거예요. 진짜 솔깃하더라고요.

이정현 재작년에 1% 이율로 대출해주는 상품 나왔을 때 보니까 조건이 엄청 까다롭더라고요. 부부 연소득 7천만원 이하라는 소득 제한에, 큰 평수는 또 안 해주고, 집값이 오르면 은행과 이익을 나눈다는 둥…. 저는 따져볼 엄두도 못 냈는데 한 친구가 그 상품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거예요. 부동산 아저씨 말이 “1%대 이자면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이라고 했대요. 그만큼 저렴한 대출 상품이라는 거죠.

강선정 저도 그 상품 좋다는 얘긴 들었는데, 가입하진 못했어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요. 사실 그 전에 전세로 살 땐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어요. 집주인과 세 번째 재계약하며 살고 있었는데, 지난 3월에 갑자기 “집을 팔 테니 비워달라”고 하는 거예요. 집 없는 자의 서러움…, 무척 속상했죠.

주정아 요새 집값이 상승세던데, 가격은 괜찮았나요?

강선정 당시 주변 시세보다는 2천만원 싸더라고요. 급매 아니었으면 살 생각도 안 했을 거예요. 집 사기 좋은 시점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주정아그런데 나중에 금리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것 아닌가요?

강선정 지금은 대출 상황이 예전과 또 달라졌어요. 원래 일반 은행에서 나오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고정금리가 잘 없거든요. 3년, 5년, 7년 고정금리로 하고 그 이후에는 변동금리인 상품만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상품은 최대 30년까지 고정금리더라고요. 심지어 평수 제한과 소득 제한도 없던걸요?

이정현 소득 제한도 없는데 고정금리인 건 진짜 대박이네요. 저는 대출 빚 때문에 쪼들린 걸 생각하면 아직도 열불이 터져요. 남들 스마트폰 가지고 다닐 때 휴대폰 요금 3만~4만원 아끼겠다고 혼자 폴더폰 썼거든요. 다른 집 아이들은 다 다니는 영어학원도 못 보낸 게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아요. 3학년인 우리 아이는 여태껏 알파벳 배우고 있어요.

주정아 저는 아끼기보다 더 벌자는 생각이에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바로 일을 시작했죠. 이번에 대출 갈아타고 나니 이자가 줄어 빚에 대해 더 둔감해졌어요.

이정현 전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못 하겠더라고요. 차라리 덜 먹고 덜 놀고 덜 쓰면서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편이 낫겠다 싶었죠. 대형 마트 절대 안 가고 동네 재래시장에서 매일 조금씩 사서 먹고, 외식은 분기에 한 번 정도만 하고. 그렇게 1년 살고 나니 신랑이 들고 일어나더라고요. 힘들게 돈 버는데 아무런 낙이 없다며 우울해하는 거예요. 나더러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때 대판 싸웠어요. 울고 있는데 뺨맞는 기분이었거든요.

강선정 앞으로 제게 벌어질 일을 보는 것 같네요. 이번에 집을 사면서 주택금융공사에서 보금자리론으로 2억을 2.95% 이율로 대출받았는데 원금과 이자를 매달 1백70만원씩 갚아야 해요. 참 큰돈이긴 한데, 대출받을 때 제 생각은 좀 달랐어요. 한 달에 2백만원씩 거의 10년을 모아야 2억이 되는데, 그동안 전세를 살아야 한다 생각하니 끔찍한 거예요. 전셋값이 만만치 않은 데다 2년마다 올려줘야 하고,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잖아요. 이번 기회가 아니면 돈 모아 집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지른 거죠. 사실 저도 걱정이 많아요.

이정현 전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이 끝나고 원금을 갚기 시작할 때 너무 두려워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나요. 몇 년을 이 악물고 목돈 생길 때마다 중도상환수수료 물어가면서 원금을 갚아나갔더니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빚을 얼추 털어낸 다음에 식탁도 새로 바꾸고, 냉장고도 새로 샀죠. 그런데 한집에 8년을 살다 보니 손볼 데가 많아져 이사 갈까 싶은 마음도 들어요.

주정아 솔직히 지금 이율은 좋지만, 집을 살 적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집은 대접받고 사야 한다고 들었어요. 집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구입해야 좋은 가격에 사잖아요.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집값이 오르면 더 사려 하고, 집값이 내려가면 안 사려고 해요. 주식과 비슷하게 말이에요. 예전에 제가 처음 산 집은 입주를 막 시작한 새 아파트였는데, 잔금 치를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내놓은 급매를 잡아 정말 저렴하게 샀거든요. 경매 넘어가기 직전의 집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강선정 그런 좋은 방법 두고 꾸역꾸역 비싸게 집을 샀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집값이 오르는 중으로 지난 5년간 추이를 살펴봤더니 현재 최고점을 친 건 아니란 점이에요. 주변 시세보다 2천만원 싸서 급하게 매입했는데, 함정은 인테리어 비용이었어요. 급매로 나온 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 집이 입주 이후로 한 번도 고친 적이 없어 인테리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나왔어요. 베란다 섀시까지 다 교체하는 데 견적이 3천만원 나왔다니까요. 결국 급매가 아니었어요.

주정아 인테리어는 살짝 손만 봐도 2천만원이 금방 깨져요. 10년 이상 된 집은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죠. 저도 지금 사는 집에 들어올 때 도배와 장판만 하는 수준으로 손봤는데 1천만원이 들더라고요. 화장실 수리 들어가면 더 대대적인 공사가 되잖아요. 그래서 최근에 분양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어요. 새집에서 살고 싶어서요.

이정현 요즘 짓는 아파트는 정말 호텔처럼 꾸며놨더군요. 구조도 넓게 잘 빠지고 센스가 넘치더라고요. 하지만 전 분양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겠고, 입주한 지 5~8년 정도 된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차액은 보금자리론으로 할지 신용대출로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전 빚은 무조건 빨리 갚아야 한다는 주의라서 보금자리론처럼 15년, 20년, 30년씩 끌고 가지 못하겠어요.

강선정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은 장점이 정말 많아요. 올해 안에는 금리가 좀 더 내릴 수도 있지만 2년 뒤에는 무조건 오른대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곧 이뤄지면 우리나라도 덩달아 올릴 수밖에 없대요. 대출하려면 지금이 적기인 건 맞아요. 제가 들은 바로는 요즘 돈 많은 사람들은 매매가의 70%까지 대출받아 집을 산 다음에 월세를 준대요. 2억5천만원 정도 하는 집을 1억4천 대출받아 사서 보증금 5천만원에 1백만원 월세 받으면 이래저래 이익이니까요. 저도 소형 평수 사서 그렇게 해볼까 싶어 귀가 솔깃했어요.

주정아 월세는 돈 벌기 어렵대요. 제 친구가 강남에 9억원짜리 오래된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주고 있는데, 수익률을 따져보니까 연 2% 이익이래요. 그냥 그 돈 은행에 넣어두는 편이 낫겠다면서 투덜대더라고요. 부동산 중개 수수료 정기적으로 나가지, 수리도 해줘야지 이래저래 골치가 아프대요.

이정현 이렇게 이율이 저렴한 대출은 이용할 가치가 있지만 그래도 전 빚이라면 지긋지긋해요.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기자, 박지영(프리랜서), 이지수(프리랜서)
2015년 05월호
2015년 05월호
취재
정희순 기자, 박지영(프리랜서), 이지수(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