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세입자 편
요즘은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전셋값이 주택 매매가의 90%에 육박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진다. 지난 4월에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사상 처음 2억원을 돌파했다. 물량도 물량이지만 돈이 없어 ‘전세 대란’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어난 전세금을 구하기 위해 대출이 가능한 방법을 알아보지만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소유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면 되는 간단한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무엇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지, 어떤 보증이 필요한지가 상품마다 달라 전세금 대출은 한층 까다롭다. 재계약을 앞두고 갑자기 불어난 전세금 탓에 당황한 주부, 신혼 전셋집 장만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예비 신부라면 스마트한 전세금 대출 방법을 눈여겨봐야 한다.
1 일반전세자금보증
전세금 대출에 대해 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일반전세자금보증은 가장 까다롭지 않은 대출 방법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증금이 4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인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 단, 반드시 신청자 본인이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여야 하며, 계약 체결 당사자가 배우자나 직계가족이라도 신청할 수 없다.
일반전세자금보증을 신청하고 주택금융공사 명의의 공사보증서를 발급받은 후 시중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방문하는 별도의 과정 없이, 대출받고자 하는 은행에서 일반전세자금보증을 신청하면 공사보증서 발급도 바로 해결해준다. 새로 전세 계약을 하는 세입자라면 잔금 지급일과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라면 갱신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가 신청 기간이다. 월세의 경우에도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 CHECK POINT
은행에 방문하면 한 번에 해결되는 전세금 대출 방법. 별다른 조건이 없어 누구나 손쉽게 이용 가능.
2 집단전세자금보증
전세금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적으로 좀 더 어려운 임대아파트 세입자이다. 집단전세자금보증은 바로 임대아파트 세입자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증금이 4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인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은 일반전세자금보증과 같다.
특이한 점은 세입자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입주를 앞둔 임대아파트의 시공사가 세입자들을 대신해 일괄적으로 신청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입자가 직접 은행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신규 입주 예정일까지 시공사 측이 신청할 수 있는데, 만약 이때 입주가 결정되지 않아 뒤늦게 입주한 세입자가 있다면, 임대아파트의 최초 입주 예정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까지 개별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보증 한도는 임차보증금의 80%인데, 현재 임대아파트 임차보증금 시세로 따졌을 때, 일반적으로 2억원 정도다.
- CHECK POINT
임대아파트 세입자들의 전세금 대출 방법. 은행에 방문할 필요 없이 새로 입주하는 임대아파트 시공사에 신청하면 된다.
3 목돈안드는행복전세
외벌이 부부나 맞벌이를 하더라도 형편이 빠듯한 서민 부부라면 목돈안드는행복전세에 솔깃할 것이다. 이름 그대로 목돈 부담을 덜어주는 서민 겨냥 대출 상품이기 때문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6천만원 이하에, 임차보증금이 수도권 기준으로 3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인 무주택 세입자라면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당시에 임차보증금의 5% 이상을 납부한 상태여야 한다.
이 상품은 세입자가 가져야 할 임차보증금의 반환채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일반 전세 대출보다 혜택을 받는 원리로 운영된다. 그래서 세입자는 반드시 채권보전조치를 해 임차보증금이 안전하게 회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보증 한도는 최대 2억4천만원이며, 금리는 0.2%로 매우 낮은 편인 데다 신혼이거나 다자녀인 가구 등에는 추가로 0.1%를 할인해준다.
- CHECK POINT
보다 큰 혜택을 받고자 하는 서민에게 추천. 임차보증금에 대해 반드시 채권보전조치를 걸어놓은 후 신청할 것.
4 인터넷전세대출보증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 뱅킹이 확산되며 이제 웬만한 일은 은행에 직접 갈 필요가 없다. 매일 인터넷으로 은행 업무를 보다가 대출이 필요해 은행에 방문하기가 귀찮은 스마트한 세입자라면 구미가 확 당길 전세금 대출 방법이 있다. 바로 인터넷으로 보증과 대출의 전 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 인터넷전세대출보증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증금이 4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인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의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여야 한다는 점 외에도 반드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붙는다. 은행 전산망에서 확인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증 한도는 전세금의 90%까지인데, 최대 2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전세자금보증보다 한도가 높은 편이지만, 전세를 갱신하는 계약일 경우 대출받을 수 없다. 얼마 안 된 서비스로 현재 우리·농협·신한은행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 CHECK POINT
은행 방문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전세금 대출 방법. 단, 반드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5 징검다리전세자금보증
서민으로 살다 보면 은행에서 대출받는 일이 때로는 어렵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신용도가 낮아 당장 오른 전세 보증금을 급하게 메우기 위해 까다로운 은행 대출 대신 하는 수 없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세입자가 더러 있다. 징검다리전세자금보증은 그런 세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천만원 이하이며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증금이 4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인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로, 2012년 12월 이전에 제2금융권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해 현재 이용 중인 이들이 징검다리전세자금보증의 신청 대상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이들을 위해 신용보증을 서주며 낮은 금리(0.3%)의 은행대출로 전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신용도가 낮은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는 1억5천만원으로 다소 낮은 편이다.
- CHECK POINT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세입자들에게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의 길을 열어준 상품.
시기별 이사 준비 체크리스트
큰 폭의 전셋값 상승에 세입자는 막막하기만 하다. 이사를 가거나,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만큼 세입자들은 이사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이사를 앞두고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 이사 업체 선정은 최소 한 달 전
손 없는 날을 피하거나 평일을 선택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업체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므로, 반드시 두세 곳 이상 견적을 받아 비교해볼 것. 업체가 피해보상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한 관허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 단계에서는 관인 계약서를 이용한 서면계약을 하고 운반 차량, 작업 인원, 특수 물품(붙박이장, 돌침대, 정수기, 비데, 에어컨 등)에 따른 추가요금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2 이사 전 미리 주소 변경 처리
우체국에 주소이전 신고를 하고 전화번호도 변경한다. 전입이나 전출 등으로 집주소가 변경된 경우 새로운 주소지에서 이전 주소지의 우편물을 받기 위해 ‘주소이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주소이전 서비스’는 접수일로부터 3일 이후(공휴일 제외) 3개월간(1회에 한함) 무료로 제공된다. 가까운 우체국 또는 인터넷 우체국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주소이전 대상자(가족 등 이전 주소지에서 우편물을 받아보던 사람)를 기재하면 된다. 전화이전 신청은 국번 없이 100번으로 신청하면 된다. 이 밖에 통장이나 신용카드, 인터넷이나 케이블, 신문과 우유 등도 잊지 말고 주소 변경을 고지해야 한다.
3 이사 당일 챙겨야 할 것들
공과금 정산을 잊지 말자. 전기, 수도요금, 도시가스, 관리비 등을 정산하고 영수증을 반드시 챙기자. 아파트 세입자일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받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사 후 2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입신고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고 세입자라면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도록 하자. 차량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차량이전 신고도 해야 한다.
세입자 대담
대출이냐, 버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신주영(76년생, 주부 8년 차)
보증금에 월세를 내는 반전세를 살고 있는데, 월세 비율이 높아 차라리 저금리대출로 집을 살까 고려 중이다.
김윤희(75년생, 주부 12년 차)
집값 대비 비싼 전세를 살고 있는 그녀는 현재 대출은 없지만 돈이 있어도 집 살 생각이 없다.
정선영(77년생, 주부 11년 차)
집을 매수하기 위해 대출을 갈아타고는 싶지만, 중도상환수수료 4백만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신주영 요즘 집값이 슬슬 오르는 추세예요. 2013년 8월에 매매를 알아보던 당시 30평형이 2억9천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3억5천만원이라네요! 그때 샀어야 하는데, 망설이다가 놓친 게 정말 후회돼요. 일주일 뒤에 주택자금대출 이율을 1%로 해주는 상품을 내놓는다는 정부 발표가 나자마자 집값이 1천만원 뛰더라고요. 우리 신랑은 투명 월급통장이다 보니 수익을 속일 수도 없고, 실수령액은 얼마 안 되는데 연봉만 높게 책정되어 1% 대출 대상에 끼지도 못했어요. 1% 이자면 2억을 대출받아도 한 달 이자가 20만원이 안 되니 대박이었죠.
김윤희 이자가 아무리 싸도 빚은 빚이죠. 가계 수입의 30% 이상을 대출 원금과 이자로 지출하면 한 달 생활이 힘들어져요. 전 돈이 있어도 당장 집 살 생각은 없어요. 집값 분명히 떨어질 거예요.
신주영 그렇지도 않아요. 정부에서 집값 올리는 정책을 펴는데, 당분간은 절대 안 내릴 것 같아요. 전 재작년에 집값 내릴 거라고 생각해 매매 안 하고 반전세로 들어왔다가 지금 후회막급이에요. 당시 전세 물량도 거의 없었고, 전세 시세가 집값의 80%가량 됐거든요. 집값과 전셋값이 4천만원 차이라니, 이게 말이 돼요? 혹시라도 집주인이 망해 집이 경매라도 넘어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절대로 못 받아요. 경매 낙찰가가 전세금보다 훨씬 낮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보증금 2억에 월세 30만원의 반전세로 들어왔는데, 집주인이 수리를 안 해줘요! 오래된 집이라도 아이 학교 가까운 곳으로 구했더니, 문고리가 고장 나고 싱크대에 물이 새는 등 말썽이 너무 많아 짜증나요.
정선영 저는 현관문이 고장 나 아이들과 집에도 못 들어가고 2시간 넘게 고생하다가 열쇠수리공을 불러 고쳤는데, 집주인이 자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고쳤다고 화를 내면서 수리비를 못 주겠다는 거예요. 내 집도 아닌데 왜 내가 내 돈 들여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또 얼마나 올릴지 불안해요.
김윤희 그게 다 전세 사는 설움이죠. 저는 전세 구할 때 집을 유별나게 꼼꼼히 봐요. 집에 해는 잘 드는지, 누수 등 수리할 곳은 없는지, 집주인의 자금 상태는 어떤지 등 일일이 사진을 찍고 메모도 해가면서 골라요. 한번은 하루 종일 집 주변을 맴돌기도 했어요. 그렇게 이것저것 잘 살펴 최고가의 전세금을 주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고 저희더러 나가라 하더라고요. 길바닥으로 쫓겨나는 기분이 정말 서럽다못해 더러웠어요.
정선영 정말 2년마다 전세금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허덕이는 나 자신이 초라해요. 지금 사는 집은 2층이어서 실제 매매가도 낮은데, 작년에 재계약하면서 8천만원을 올려줬어요. 그게 다 빚이지 뭐예요. 당시에 전세자금대출 알아보면서도 눈물 쏙 뺐어요. 자영업자인 우리 신랑 소득으로는 1억 이상 대출받기도 어렵더라고요. 매출이 가장 좋았을 때 서류를 뽑아 은행에 제출해 겨우 받았거든요. 2억을 빌렸더니 매달 이자만 80만원씩 나가더라고요. 더군다나 대출받으면서 집주인 동의가 필요해 또 굽실거렸잖아요. 세입자들 자존심은 자존심도 아닌가요?
신주영 우리 집주인은 반전세 계약서 쓰면서 신랑 직업이 뭐냐고 묻더라니까요? 매달 30만원 못 줄까 봐 불안해서 그랬나 봐요. 부동산 중개업자가 중간에서 개인적인 질문은 민법상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중재를 해주더라고요. 만약에 우리 신랑이 무직자였으면 어쩔 뻔했어요? 집 계약하고 서러워 며칠 잠을 못 잤어요.
정선영 그러니까 다들 무리해서 집 사려고 하나 봐요. 요새 이자 정말 싸잖아요. 작년엔 주택담보 대출 이자가 4% 후반대였는데, 지금은 2.75%로 엄청 내렸어요. 제가 지금 2억을 전세자금 대출받아 이자만 한 달에 80만원씩 갚는데, 집을 사면 오히려 이자가 저렴해 매달 40만원만 내면 되더라고요. 전세보다 매매가 더 유리해요.
김윤희 그렇다고 해도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저는 돈이 있어도 집 안 살 거예요. 제가 결혼 초기에 1억8천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거든요. 당시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8%를 웃돌았는데, 변동금리로 해놓고 보니 어떤 때는 9%대까지 올라 매달 이자만 통장에서 1백만원 넘게 빠지는 거예요. 마이너스 통장 하나 없이, 남편 월급으로 생활하려고 아등바등하다 딸아이 돌반지까지 팔았다니까요.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눈물 나요. 달팽이처럼 집을 머리에 이고 사는 느낌이었어요.
신주영 그때는 집값이 오르는 추세여서 집 팔고 돈 좀 많이 남지 않았어요?
김윤희 집 팔고 5천만원 정도 차액이 생겼지만, 이자로 낸 돈에다가 내 맘 애달팠던 걸 생각하면 이익은 하나도 없는 셈이었죠.
정선영 전 지금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사요. 아무리 대출 이자가 2%대라고 해도 못 갈아타죠. 예전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던 사람은 2년 동안 이자만 내고 원금도 못 갚았어요. 아직도 빚이 산더미예요. 게다가 대출을 갈아타려고 해도 중도상환수수료로 4백만원을 내야 해요. 집 사려고 알아보다가 부수적으로 드는 돈 때문에 맘 접었어요.
김윤희 그게 잘한 것일 수도 있어요. 돈 많은 사람들은 지금은 집을 팔 때지, 살 때는 아니라고들 그런다니까.
정선영 그런데 대출 정책은 집을 사는 사람에게만 유리해 보여요. 지금 전세자금대출로 은행에 4% 초반의 이자를 내고 있어요. 그런데 집을 산다고 대출받으면 이자가 2% 후반이니, 내 집도 생기고 이자도 덜 내고 훨씬 경제적이잖아요. 거기다 지금은 원금도 못 갚는 대출인데…. 전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면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건 상관 안 할 것 같아요. 내 평생에 이렇게 이자가 싼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마저 허락하지 않지만요. 있는 빚도 산더미니, 원.
신주영 요즘 대출 규제가 다 풀려 빚내는 거 완전 식은 죽 먹기예요. 대출 갈아타는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부동산에 갔더니 가을 이사철 전에 지금 사는 전세 빼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던데요? 집에서 찬찬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월세보다 그게 더 이익이더라고요. 월세는 1천만원당 5만원으로 계산하거든요. 만약 전세가가 3억인 집을 2억 보증금에 나머지 1억을 월세로 낸다고 한다면, 월세가 50만원 정도예요. 반면에 집을 매매했을 때, 1억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25만원 정도 돼요. 월세는 2배를 내는 거죠. 거기다 원금을 10·15·20·30년 분할상환 기간을 선택해 갚다 보면 매달 나가는 이자가 줄어들거든요. 내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면서 빚을 갚다 보면 내 자산도 늘어나는 거니까, 요즘 같은 때엔 시대엔 집을 살 만한 것 같아요.
김윤희 그러다 집값 떨어지면 앉아서 4천만~5천만원 손해 보는 건데도 괜찮아요? 4억이면 미국에서 전원주택도 살 수 있는 돈이에요. 우리나라 집값은 거품이 너무 심해요. 전 더 떨어져야 한다고 봐요. 지금 주택 매매가 활성화된다고 경기부양책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건 정말 오산이죠. 다들 빚내서 집을 산 건데, 어떻게 경기가 부양돼요? 많은 이들이 전세금 때문에 무리해서 빚내고, 집 산다고 허리띠 졸라매다 보면, 다른 데 돈 안 써요. 곧 경기 침체로 이어질 거라고요.
신주영 제가 두려운 점도 그거예요. 무리해서 집을 사서 원금과 이자를 갚다 보면 생활비가 모자랄 텐데, 얼마나 빠듯하겠어요. 안 그래도 내 옷 한 벌 못 사 입는데, 더 거지처럼 살아야 할 거 아니에요. 여행도 못 가고, 외식은 물 건너가는 거죠. 지금 아이 학습지도 끊을지 말지 3개월째 고민 중인데. 결혼 초기에 신혼집 구하면서 만든 마이너스통장의 이자가 7~8%였는데도 당시엔 아이가 없어선지 아무 생각 없이 썼어요. 마이너스 2천만원만 돼도 한 달에 이자가 20만원씩 빠졌거든요. 지금은 그 이자도 좀 줄어 4%대지만 매달 10만원씩 이자로 나가요. 그러니까 차라리 매매를 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훨씬 이자가 적다는 거죠. 그냥 내가 살 집이려니 하고 집값 떨어질 건 생각 안 하고 싶네요.
정선영 어쩌면 우리가 학군과 공기 좋고, 학원, 병원, 마트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동네에서 벗어나기 싫어하기 때문에 다들 무리한 주택 계획을 세우는 건지도 몰라요.
김윤희 아이들은 생각보다 전학 가서도 적응 잘해요. 솔직히 아이들 교육만 아니면 시골 가서 살 수 있지 않아요? 전 땅을 사서 전원주택 지어 살고 싶어요. 그런데 땅값이란 것이 어찌 될지 모르고, 나중에 내가 늙으면 어떻게 처분하나 싶고, 두려운 게 많아 선뜻 도전을 못 하겠어요.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작년에 평수 큰 데로 옮기면서 신랑 회사에서 3천만원 무이자 대출을 받았거든요. 근데 이거 함정이에요. 연말에 이것도 소득으로 잡혀 세금을 내요. 결국 무이자가 아니란 거죠. 월급에서 따박따박 원금 나가다 보니 생활비가 빠듯해 이것 역시 빨리 갚아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내년 전세 재계약 때는 또 얼마나 올릴지…. 아휴~ 한숨만 나오네요.
정선영 무이자 혜택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자영업자인 우리 신랑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그나마 전세 재계약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갈아타 이자를 1% 정도 떨어뜨린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죠. 근데 내 친구는 나보다 더 싼 3%대로 전세 대출을 받았더라고요. 월급통장, 카드 다 이용하고 주거래은행이고 해서 우대금리 받아 그렇게 됐대요. 난 지금 이자가 4% 초반인데, 무시무시한 중도상환수수료 때문에 못 갈아타고 족쇄처럼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 한다는 거 아니에요.
김윤희 전 예전에 우리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이율이 5%대였거든요. 중간에 제 친구가 더 싼 이율을 쓴 걸 알고 은행 찾아가 직원이랑 실랑이를 벌였더니, 조금 낮춰줬어요. 아예 대출을 갈아타지 않고 연봉 오른 걸로 대출 재심사를 받아 이율을 낮추는 방법도 있대요. 대출이 있다면 여러 은행 돌아다니면서 비교해 따져야 이득인 건 확실해요.
정선영 그런 방법이 있어도 전 항상 그런 행운을 비켜간답니다. 난 이 대출의 늪에서 어떻게 벗어나나 싶네요.
신주영 지금 있는 빚을 최대한 빨리 갚고, 우리도 꼭 집 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