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 무조건 좋을까요? 얼마 전 한 고시생이 제 블로그에 들어와 질문을 했습니다. 공부하느라 힘들어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요. 개인에 따라 다른데요, 본인의 체력에 맞게 운동을 해야 하고 운동보다는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대개 큰맘 먹고 운동을 시작하면 의욕이 넘칩니다. 그런데 저는 초기에 무리한 운동을 시키지 않습니다.
먼저 근육의 유연성을 돕는 간단한 마사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근육이 풀어지면 20분간 가벼운 산책을 하게 합니다. 그 후 차차 운동량을 늘려 1시간 걷기와 뛰기로 운동 강도를 높여가도록 당부합니다. 재활의학 전문의 나영무 선생님이 쓰신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를 보면 본인 체력에 맞는 강도로 운동할 것을 권장하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증이 없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잠깐 인용하자면, ‘건강과 올바른 운동을 위해 우리는 편하고 여유롭게 운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급한 마음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억지로 운동을 해 오히려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부상을 입기도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기초 체력이 약하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여성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무리한 운동을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할 만한 몸이 아니기에 걷기부터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다가와 마음이 급했던 그분은 상담 후 한동안 내원하지 않더니 한 달 뒤 허리를 심하게 다쳐 저를 찾아왔습니다. 체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은 근육이나 관절에 손상을 입힙니다. 이런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실 어떤 부위에 부상을 입는 것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입니다.
다른 예도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역시 처음부터 격한 운동을 하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 열과 노폐물이 발생하는데 원래는 이 노폐물이 땀이나 소변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체증(氣滯症)’이 심한 피부는 노폐물을 원활히 배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증상이 악화됩니다. 이런 사람에겐 처음에는 운동을 시키지 않습니다. 노폐물을 잘 배출할 준비가 되도록 처방한 이후에는 땀이 흠뻑 나도록 운동을 시킵니다. 그래야만 피부 호흡이 원활해지면서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이 완화됩니다.
마지막 예는 제 남편(개그맨 이윤석) 이야기입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만 하는 남편이 촬영 때문에 철인삼종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를 한 달 앞두고 무리한 운동을 했는데요. 사이클을 타고 수영도 하고, 마라톤도 했지요. 다리 근육의 일 년 치 에너지를 한 달 만에 다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 후 다리 근육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곳인 사타구니에 열이 몰려 습진으로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체력이 부족하니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고시생처럼 피곤한데도 잠을 쪼개어 새벽 운동을 합니다. 막상 해보면 더 피곤해지고 더불어 심한 근육통에 시달립니다. 근육을 키울 목적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라면 강한 통증은 독이 됩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라면 먼저 근육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만성피로에서 벗어나고 체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운동 강도를 천천히 높여가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 따로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저는 무리한 운동보다는 ‘팔 벌려 뛰기’를 하루에 1분씩 하다가 점차 늘려서 5~10분 정도 하기를 권장합니다. 가벼운 운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매일 손쉽게 할 수 있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우리 몸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싫어합니다.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하면 몸속에 노폐물만 쌓일 수 있습니다. 경미한 통증을 느낄 정도가 자신의 체력에 알맞은 운동임을 잊지 마세요. ‘운동이 곧 건강’이라는 과신보다는 충분히 휴식하며 체력에 맞는 소소한 운동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보약이 됩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 (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