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는 5명 중 1명꼴로 걸리는 흔한 질환인데요. 온도 차나 음식물, 화학약품, 기타 질환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저절로 가라앉지만 간혹 6주 이상 가거나 자주 재발하는 양상으로 만성화되기도 합니다. 제 기억으로 초등학교 봄소풍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4월의 봄소풍은 아직 추운 날씨였습니다. 추운 날 김밥을 먹다 크게 체해서 한동안 설사와 복통이 심한 장염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에 피부가 몹시 가렵더니 부풀어 올라 두드러기가 되고 입술도 2배로 커지는 증상이 매일같이 반복됐습니다. 이후 1년간 만성적인 두드러기로 고생했는데요. 심한 날에는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고요. 그해에는 장염을 세 번이나 더 앓았고 그때마다 두드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두드러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50~70%나 되는 질환입니다. 검사하면 정상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니 참으로 답답한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임상을 하면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어린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크게 체한 뒤나 심한 장염을 앓고 나서 두드러기가 낫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두드러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소화기와 관련된 부분만 보겠습니다). 병력을 들어보면 체한 뒤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특이하게 소화기 쪽이 아닌 다른 곳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크게 체한 뒤 경기가 발생했는데 이를 계기로 뇌전증을 진단받는다든가, 만성적인 두드러기로 고생한다든가 하는 경우입니다. 소화기 쪽 문제가 엉뚱한 곳에서 다른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물론 피부와 소화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두드러기가 온몸에 올라오고 눈이 붓는 증상, 혹은 발작하는 증상 그리고 피부 트러블이 심해지는 증상들은 곁가지에 해당됩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이 심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닐 수도 있는데요. 평소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아이거나, 크게 체하거나 장염을 앓은 뒤 발생한 증상이라면 그 근본 원인은 소화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잘한 증상이 오래되어 고착되기 전에 소화기의 문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화기 쪽 문제가 몸 전체를 흔드는데, 이것이 바로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본질은 놔두고 곁가지만을 쫓아다니다가는 저처럼 오랜 시간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소화기의 문제를 풀어주면 의외로 엉켜 있던 증상들이 실타래처럼 풀려 호전됩니다.
어른과 달리 분유를 먹는 아기부터 어린이까지는 소화기의 문제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잠을 자주 깨거나, 비 오듯 땀을 흘리거나, 피부 증상 혹은 비염이나 면역력 문제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 보면 아이들은 식체(食滯), 외감(外感 : 감기 같은 증상), 놀람으로 인한 증상이 대부분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원인이 단순하게 느껴져 허술한 느낌마저 들지만 임상에서 경험해보면 그러한 원인이 본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 모를 두드러기로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라면 소화기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과식을 하는 것은 아닌지, 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을 즐겨 먹고 있지는 않은지를 꼭 살펴봐야 합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 (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