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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 부부 법정 공방 생중계

각종 폭로로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서세원·서정희 부부의 법정 공방. 8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정희는 울고 있었고, 서세원은 침묵했다.

On April 01, 2015


지난해 3월부터 서세원과 별거 중인 서정희는 7월 같이 살던 주상복합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았다. 서세원은 서정희의 독단적 재산 처분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 일부(2분의 1)에 대해 매매 및 증여, 전세권 등 기타 일체의 처분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정희는 7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접수시켰고, 10월 31일 서세원을 폭행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서정희는 딸(서동주)이 살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국내 지인의 집을 오가며 칩거하다가 지난 3월 18일 “힘들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극비리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녀의 뒷모습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에 두 사람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해 5월 10일. 서정희를 질질 끌고 가는 서세원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서세원의 불륜 사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서정희가 그의 지속적 협박에 불안감을 느끼고 공개적 장소(새로 이사한 교회)에서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생긴 사건이라는 게 서정희 측 주장이다. 서정희는 폭행이 있던 그날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과 요가실에서 서세원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욕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제발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며 도망치는 그녀에게 서세원이 무력을 행사했다는 것. 실제로 CCTV 속 서정희는 절규하고 있었다.

서정희는 당시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너무 연약한 여자였다. 남편의 여자를 질투했다. 어떻게 살아온 32년인데…. 이 가정이 깨질까 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내가 결단(이혼)하지 않으면 그가 또 하고 싶은 걸 무턱대고 저지를까 봐 걱정됐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하고 뒤로는 나를 사기죄로 고발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다”며 “백 번도 더 죽고 싶었지만 주님을 바라보며 견뎠다. 나는 진리가 반드시 이길 것을 믿는다”고 털어놨다. 이에 서세원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만 목을 조른 적은 없고, 폭행의 원인이 서정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부부는 서로의 ‘불륜’을 의심하며 끝없이 추락 중이다.

 

 


오열하는 서정희 vs 침묵하는 서세원
지난 3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세원 폭행 사건 4차 공판’에 서정희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서정희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후문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입장했고, 이 때문에 공판은 40분가량 지연됐다. 이날 공판은 서정희의 요청에 따라 다수의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그가 두렵다”는 서정희를 배려해 서세원은 피고인실에 격리됐다.

고개 숙인 서정희는 이미 울고 있었다. 작심한 듯 힘겹게 눈물을 삼긴 채 첫마디를 내뱉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남편이 바람 한 번 피웠다고, 폭행 한 번 했다고 이 자리까지 온 줄 아십니까? 저의 지난 32년은 지옥 같았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죽든지, 재판을 마무리 짓고 가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증언이 이어졌다.

“영화를 준비하던 남편이 시나리오를 쓰겠다며 일본에 갔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불륜녀)와 홍콩 여행을 간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와 함께 베트남이나 미국 등으로 해외여행도 다녀온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가출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그 여자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이혼을 요구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서정희는 서세원이 있는 피고인실을 습관처럼 쳐다봤다. 그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남편은 저를 의심했습니다. 제가 남편이 운영하는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 나가면서부터 다른 목사와 바람이 났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제가 그 목사를 만난 건 당시 남편이 준비하던 영화에 대한 투자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영화가 잘되는 것만이 제가 살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목사에게 영화를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뿐입니다.”

 

 


서정희는 오열했다. 검사 측이 서세원이 주장하는 자신의 불륜 의혹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폭행 사건과 관련 없는 질문을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힘들어했다. 서세원과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것 자체가 괴롭다고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오열하는 서정희 때문에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열아홉 살에 만난 남편의 성폭행에 가까운, 부적절한 행위 때문에 결혼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조금 나아질까’ 싶은 생각에 목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목사가 된 뒤 1년 동안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 똑같았습니다.”

서정희는 서세원의 지속적인 폭언이 있었다고 했다. “무슨 욕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서정희는 몇 번을 망설였다. 그리고 몇 분 뒤 결심한 듯 내뱉었다. “야, 미친 ×아. 나가서 ××나 ×××.” 충격적인 증언에 장내는 술렁거렸다.
“‘욕’은 지난 32년간 남편이 저를 위해 불러준 노래였습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끝난 목숨입니다. 서세원은 다른 사람을 시켜서라도 저를 위협할 겁니다. 제가 죽어야 믿어주시겠습니까?” 1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증인 심문에서 지난 32년을 회상해야 했던 서정희는 지쳐 보였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으며 일어났고, 기자들을 따돌린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불행했던 건 아니다. 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후에도 종종 행복한 근황을 전했었다. 딸 서동주는 자신의 유학기를 담은 책 <동주 이야기>를 발간했고, 아들 서동천은 미로밴드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다. 2013년 8월 아들 결혼식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부부처럼 보였다. 친인척과 지인 2백여 명만 초대한 조촐한 결혼식이었는데, 아버지인 서세원이 사회와 주례를 맡아 의미를 더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서정희는 중간중간 “아멘!”이라고 크게 외쳤고, 내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열아홉 살에 만나 성폭행에 가까운 부적절한 행위 때문에 결혼했습니다.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편이 목사가 되길 바랐던 것도 좀 괜찮아질까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불화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서정희는 아들의 결혼식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친구처럼 지내던 딸을 외국으로 시집보낸 뒤 버팀목이 되어주던 아들이 결혼하는 날, 외롭고 쓸쓸한 게 당연했을 터. 그녀의 오열에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서세원이 운영하던 교회가 경영난에 시달린 것도 불화의 원인이 됐다. 20평 남짓한 교회에 성도가 스무 명 정도였는데 신도의 헌금으로 재정을 충당해야 하는 교회 입장에서는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서세원이 컴백한 프로그램도 한 달 만에 폐지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세원이 감독으로 참여하기로 했던 영화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제작까지 무산되면서 부부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미국에 살고 있는 딸 서동주의 책에서도 부부간의 불화를 확인할 수 있다. 서동주는 책을 통해 부모님과의 다툼, 갑작스러운 금전난 등으로 인해 수면제 2통을 사 60알을 삼키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한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너를 얼마나 돈 들여 키웠어? 이 ××야, 네가 나한테 ××짓을 해?”라고 딸에게 말하는 서세원의 ‘폭언’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서동주는 3월 18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 말이 모두 사실이다. 그동안 참고 산 건 아마 우리 때문일 거다. 지금은 엄마가 너무 힘들어해서 건강을 지키는 데 주력할 거다”라며 엄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정희와 서세원은 현재 휴대폰 착신을 금지시킨 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 서세원 측 변호사는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법정 안에서 한 말이 전부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다음 공판은 4월 21일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깨졌다. 부부는 끝없이 추락 중이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사진
오혜숙
2015년 04월호
2015년 04월호
취재
이예지
사진
오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