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추운 날이었고 스타일리스트로 추정되는 묘령의 여자와 함께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 클라라는 긍정적이니까
# 19금 카톡 논란 이후
논란 이후 해외 일정을 소화했던 클라라가 지난 3월 2일 극비리에 귀국했다. 클라라는 지난 1월 당시 소속사의 이규태 회장으로부터 받은 “너는 다른 연예인과 다르게 신선하고 설렌다”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폭로했다. 결국 이 회장 측이 메시지 전문을 공개해 ‘짜깁기’ 했다는 의혹을 받은 클라라. ‘회장님 굿모닝’ ‘당신이 소름끼치게 싫습니다’ 등 그녀가 남긴 ‘문제적 어록’은 방송과 언론을 통해 패러디되기도 했다.
1월 18일 홍콩으로 영화 촬영을 위해 출국했던 그녀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귀국 후에는 방영되지 못한 채 묵혀 있던 두 편의 광고 브랜드 측과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그 사이 무기 중개업을 하던 이 회장은 이 건과 별개로 방위사업 관련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상태. 클라라와 그녀의 아버지 이승규씨(그룹 코리아나 멤버)는 현재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주위에서는 여자로서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했던 배우로서 그녀의 행동이나 태도가 조금은 이해된다는 옹호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섹시 스타의 고뇌와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겠느냐며. 우연히 만난 연예계에 정통한 지인은 이런 얘기를 했다. 클라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고. 대부분의 언론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말하고 싶어도 말할 데가 없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섹시한 배우’로 ‘비호감 배우’로 ‘레깅스 배우’로 ‘논란의 배우’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속내가 궁금하기도 했다.
# 소속사를 수소문했더니…
클라라의 매니저 번호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동료 연예부 기자들에게 SOS를 쳤다. 각기 다른 총 7개의 전화번호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도착했다. 이게 다 뭐지? 기자들 말이 모두 최근까지 클라라의 담당 매니저였단다. 클라라는 지난 몇 년간 소속사를 여러 곳 거치느라 오랫동안 함께한 매니저가 없었던 것이다. 불안한 연예계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전화를 걸었다. 모두 “클라라와 함께 일했던 건 맞지만 1~2년 전에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라며 얼버무리는 관계자도 있었다. 아무도 그녀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하지 않는 느낌,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수소문 끝에 클라라와 가장 오래, 그리고 지금까지 같이 일하고 있다는 김 모 대표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이 회장과 클라라의 전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그날이었다. 녹취록에는 “너를 망치는 데 돈을 쓸 수 있다” “다른 연예인의 활동도 다 막았다” 등 이 회장의 협박성 짙은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김 모 대표는 “녹취록 공개가 의도한 게 아니라 당황스럽다”며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첫 공판(4월 8일)을 앞둔 상황이기에 더욱 말을 아끼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클라라의 집. 최근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클라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를 통해 듣는 근황은 한계가 있다. 수소문 끝에 알게 된 클라라의 개인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울리지만 대답이 없었다. 며칠 후 다시 걸었을 때는 없는 번호였다. 주변과의 연락을 완벽히 차단한 것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속 클라라의 사진은 어딘가 지쳐 보였다.
# 그녀의 집으로 갔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그녀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보안이 철저했다. 인근 주민들은 클라라 소식은 뒷전이고, 이 아파트에는 LG그룹 부회장이 살고 있고 최근에는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도 매입했다는 ‘부동산 뉴스’를 들려준다. 이곳은 클라라의 아버지가 사는 곳과도 아주 가깝다고도 했다. 경비원은 “입주민이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소문을 해봤지만 최근에 그녀를 봤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예전에는 종종 산책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한다. 한 동네 주민은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굉장히 추운 날이었고, 스타일리스트로 추정되는 묘령의 여자와 함께 있었다”며 “생각보다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고 했다. 지인과 밝은 표정으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 그래, 클라라는 긍정적이니까. 논란이 있기 전까지 들렀다는 식당 주인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와서 먹고 갔어요. 굉장히 밝은 성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요즘은 통 안 보이네요”라고 말했다.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며 자숙 중인 클라라. ‘복귀’를 위한 모색보다 대중의 ‘용서’를 구하는 게 먼저라며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행복하다”는 클라라의 말처럼, 지금 그녀는 30년 인생에서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는 동시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득 4월 8일 첫 공판에서 그녀가 공개할 ‘카드’가 무엇인지, 또 그녀의 컴백 시나리오는 어떠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