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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모르는 남편의 접대

주말에 등산 접대를 하다가 협심증으로 사망에 이른 남자의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갑님’들의 술접대를 하는 남편 생각에 남의 일 같지 않다.

On March 23, 2015


STEP 1 워밍업

“‘저녁 식사 함께 하시죠’ 하면 그건 이미 술 약속인 거예요.” 대기업에 다니는 대리급 남자의 말이다. 요즘에야 ‘갑’의 지위에 있는 여자들이 많아 뻑적지근한 술자리는 많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술은 접대의 가장 기본이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올라야 조금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남자들의 저녁 식사 자리엔 큰 이변이 없는 한 언제나 술이 함께한다. 술 접대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으니, 2차 때까지는 결코 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오후 7시경 자리가 시작됐다면, 2차는 오후 11시를 전후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술자리에 남녀가 섞여 있다면 여자들은 대부분 이때쯤 빠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갈 수 있는 시간이다. 자, 이제 남은 건 남자들뿐이다. 이때부터 진지하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3차가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양주냐, 소맥이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갑님’께서 술만 원하는지 아니면 플러스알파를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STEP 2 갑님 마음 알아채기

갑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사전 정보가 충분하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을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대놓고 “여자 있는 술집에 가자”고 말하기는 영 쑥스럽다. 괜히 섣불리 ‘룸살롱’ 얘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회사원 A씨는 이때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세련된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그건 “차로 이동해서 한잔 더 할까요?”라는 말이란다.

종로 부근에서 접대 자리가 많다는 한 기업체의 B씨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강남으로 옮기시죠”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미 갑님은 그 말의 함의를 알고 있을 거란다. “그냥 근처에서 한잔 더하지”라고 대답한다면 플러스알파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갑님이 흔쾌히 이동을 결정했다면 그도 분명 기대하고 있다는 거다. 이럴 땐 두말하지 않고 미리 알아봐둔 갑님을 그곳으로 안내하는 게 정답이다.

 


STEP 3 은밀한 3차의 시작

선수들 사이에서는 룸살롱도 텐프로, 하이점오, 점오, 세미, 클럽 등으로 세분화된다고 한다. 왕년에는 접대 좀 해봤다는 평범한 회사원 D씨에게 물으니, 일명 ‘풀살롱’이라 불리는 곳도 알고 보면 두 갈래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여럿이 모인 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시스템이다. 놀러온 남자건 일하러 온 여자건 모두 보는 앞에서 옷을 벗고 노는 것은 물론이고 ‘그곳의 언니들’은 현장에서 직접 유사 성행위를 통해 남자를 사정에까지 이르게 해준다. 다른 하나는 간단한 신체 접촉을 하며 놀다가 어느 정도 흥이 오르면 건물과 연결된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그 언니’와 화끈한 밤을 보내는 곳이다.

처음 상대 여성을 초이스할 때, 업주에게 “우리 형은 청순한 글래머 스타일을 좋아하니 신경 써달라”고 슬쩍 귀띔하는 것도 하나의 접대 테크닉이다. 3차를 원하는 갑님이라도 술 없이 화끈한 밤만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룸살롱이 아닌 마사지숍으로 안내한다. 보통 ‘호텔식 마사지’라고 하면 유사 성행위를 하는 곳이고, ‘안마방’이라고 하면 그 안에서 성행위까지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룸살롱이든 마사지숍이든, 이렇게 3차까지 가고 나면 더 이상 서로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다는 게 ‘접대 좀 해본’ 남자들의 말이다.

 

 


또 다른 접대 문화는... 

1 등산이 취미라는 갑님 A씨는 의약품 유통업체 영업직군에서 일한다. 그의 접대 대상은 주로 의사. 젊은 의사들과는 종종 룸살롱에 가는데 나이 든 의사들은 술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단다. A씨가 가장 힘들 때는 룸살롱에서 끝장나게 놀고 난 바로 다음 날 등산을 가야 할 때다. 갑님의 다양한 취향 덕분에 A씨는 미칠 지경이다.

2 깐깐한 여자 갑님 센스 따라잡기 B씨의 접대 대상은 주로 여자들이다. 여자의 세심한 취향을 맞추려다 보니 그의 수첩엔 지역별로 정리된 맛집 리스트가 빼곡하다. 간혹 친구들은 “여자애들 데리고 맛집 다녀서 부럽다”고들 하는데, 세상사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남자였다면 ‘의리’로 통할 것 같은 일도 여자 갑님은 쉽사리 넘어가는 법이 없다. 갑님들에게 ‘뻐꾸기’ 날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정작 자기 와이프와는 대화조차 제대로 못 나눈다며 한숨을 내쉰다.

3 와이프의 마음을 잡아라 금융권에서 VIP 고객 영업을 담당하는 C씨. 주변에선 “부자들만 상대해서 좋겠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 집 하인이나 다름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다. 한번은 수백억대 자산가의 와이프가 집으로 급히 와달라고 하기에 오랜만에 잡힌 동창 모임도 취소하고 부랴부랴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건 뭐? 운전을 시키는 것이다. 하여간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니까!

4 동남아 골프 접대 요즘은 술 접대보다는 골프 접대를 한다. 첫 번째 만남에선 간단히 저녁 식사를 했다면 다음번 만남은 골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트렌드다. 가끔씩 동남아로 해외 골프 접대를 가는 일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골프 접대와 함께 성접대도 포함된다. 동남아의 해외 골프장에 가면 골프장 앞에는 일명 ‘나가요 언니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맞이하고, 함께 라운딩을 돈 캐디와 잠자리를 가지는 일도 다반사라고.

5 중국의 통 큰 접대 한국에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D씨. 그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중국인 큰손에게 접대를 받을 일이 있었다. 중국인 자산가는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 그와 만난 것은 강남의 한 최고급 룸살롱이었다. 중국인 자산가가 불과 1시간 만에 이곳에서 쓴 돈은 우리 돈으로 약 4천만원. 대륙의 스케일은 접대에서도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반대로 의심 많고 스케일 큰 중국인을 접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는데, 해답은 오랜 시간과 의리라는 전언이다.

6 접대 후 비명횡사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E씨의 유일한 낙은 ‘야구를 하는 아들’이었다. 아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은 어느 아버지든 같았을 터. E씨는 아들의 코치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별의별 접대를 다했다. 학교에 대형 버스를 기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생님들과 함께 룸살롱 3차까지. 해외 전지 훈련을 나갈 때면 두둑한 돈봉투를 감독에게 쥐어주고 때로는 동행을 하기도 한다. 아들 녀석 뒷바라지를 위해 들어간 돈만도 한두 푼이 아니었다. E씨는 여느 날처럼 아들이 속한 야구팀 코치진을 접대한 뒤 호텔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후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로 비명횡사한 것이다. 접대를 받았던 사람들은 E씨의 죽음 이후 그의 아들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E씨의 아내는 소송을 제기했고, 아들은 야구의 꿈을 접었다.

7 받을 건 다 받아놓고 중소기업 사장 G씨는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맥을 동원해 해당 기업의 실세라는 한 임원을 만났다. 갑님을 모시고 룸살롱 3차까지 간 것은 물론이고 골프 접대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기대했던 협력 업체 발표 날, 믿었던 갑님은 G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G씨는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했다. G씨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면서 눈물을 삼켰다. 그야말로 갑질에 당한 것이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2015년 03월호
2015년 03월호
취재
정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