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 15일 만인 지난 3월 1일 아침 10시, 박시후가 드디어 서울 서부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쩍 수척해진 그는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사건의 진실은 경찰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며 ‘결백’을 또 한 번 주장했다. 첫 경찰 출두였던 만큼 이날은 ‘공범’으로 지목된 후배 배우 김 모씨도 박시후와 함께 경찰에 출두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이날 변호사 입회하에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바로 직후 이번 사건에 중요 증거가 될 만한 ‘약물 사용 여부’에 대한 국과수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약물 사용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초반에 박시후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가던 상황이 급반전되기 시작한 건 그즈음이다. 국과수 발표가 나옴과 거의 동시에 박시후 측에서 먼저 후배 김씨와 고소인 A씨가 사건 다음 날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김씨와 A씨는 어찌 됐든 ‘사건 현장’에 같이 있었던 인물이고, 만약 A씨가 박시후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이나 최소한 혼란스러운 모습이 엿보이지 않겠느냐는 것이 박시후 측의 ‘카카오톡 공개 이유’였다. 하지만 공개된 메시지의 내용에는 ‘성폭행’으로 인한 당혹스러움과 분노 등의 감정이나 고발 의지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다. 뒤이어 3월 13일에는 박시후와 후배 김씨, A양이 함께 경찰에 출석해 8시간가량 대질심문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각자 일관된 진술을 했고, 순서에 맞춰 각각 개별로, 그다음 짝을 이뤄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았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정황 참고 자료일 뿐 법적 증거는 되지 못한다. 그 뒤 A씨의 지인인 B씨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B씨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A씨와 긴밀히 연락하면서 이번 사건의 추이에 대해 A씨와 논의하고, A씨에게 대처 방안까지 일일이 제시한 인물이다.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혼자 모든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니 가까운 지인에게 심경을 털어놓고 이런저런 조언을 들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B씨는 스스로 A씨의 측근임을 자처하며 A씨를 대신해서 고소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린 장본인이다. 두 사람이 사건 직후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는 어떤 내용이었을까? 지금까지 언론에 폭로된 이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단순히 심경 토로 수준이 아닌 ‘사건 공모’ 혹은 ‘여론 몰이’ 수준에 이른다. 게다가 목적은 유명인인 박시후의 명예를 빌미로 돈을 노린 듯한 흔적도 있어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시후와 A양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금, A양이 애초 경찰에 박시후를 고발한 ‘의도’는 사건의 성격을 판단할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에 취재팀은 2월 15일 3시 이후, A양의 행적을 집중 취재했다. A양이 지인 B양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단독으로 입수했고, B양이 지인 C씨와 나눈 음성 파일을 확보했다.
지난 3월 13일 오전 박시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A양이 대질심문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두했다.
이번 사건은 ‘강간’이 핵심 포인트다. A양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사건의 본질 언저리를 맴돌 뿐이다. 경찰 또한 A양의 의도보다 사건 당일의 ‘강제성’을 더 중요시한다. A양이 변함없이 ‘의식 불가’ ‘항거 불능’을 호소하면 박시후는 준강간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사건’ 합의금 목적, A양과 B양의 사전 모의 있었나?
둘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B양은 A양에게 경찰서에 갈 것을 촉구한다. “전화 받지 마라” “몸을 씻지 마라”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다. 이에 A양은 “재산이 3천억이다” “그는 더 이상 갑이 아니다” 등의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합의금’ 얘기를 꺼낸다. 사건에 대한 언론 플레이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 B양은 “합의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기사를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배후를 의심할 만한 단서도 있다. 실제로 B씨는 A양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A양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기사를 먼저 내는 게 맞대” “그런데 합의금 중 일부는 좀 챙겨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커미션’을 언급하는 문자 등이 그것이다. 사건 당일, 박시후의 숙소에서 나온 A양은 ‘원스톱센터’로 향한다. 강남에서 마포까지, 그야말로 ‘원스톱’이다. 이런 배경에는 지인인 B양의 조언이 있었다. B양은 A양에게 서둘러 경찰서로 갈 것을 재촉했고 A양은 B양의 지시에 따른다. 취재팀이 단독으로 입수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B양은 이날 저녁 “절대 몸을 씻지 마라” “모발, 소변 등 받을 수 있는 검사를 다 받아라” 등의 메시지를 연달아 보낸다. A양이 사건을 접수시킨 그 시각, B씨는 연예계에 인맥이 있는 지인인 C씨를 찾아갔다. 이날 C씨는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B양은 다짜고짜 “아는 동생이 박시후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내용을 전하자 깜짝 놀란 C씨는 곧바로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인 황 모씨에게 전화를 건다. B양이 C씨가 황 모씨에게 전화를 하게 만든 것.
A양은 가족에게 박시후의 재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박시후 재산이 3천억원이다. 경찰도 막을 수 있는 돈이다”라면서 “근데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보면 지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소인 A양과 최측근 B양이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B양이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월 18일, ‘박시후 강간 혐의’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 역시 A양과 B양의 작품이라는 정황이 들어 있다. 실제로 B양은 “기사를 먼저 내면 박시후는 치명타를 입고, 그럴 경우 합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B씨가 C씨와 나눈 통화 내용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C씨와 황 모씨가 동시에 A양의 행적을 의심하자, B양은 “황 모 대표가 아버지에게 합의를 하자고 해서 상황이 안 좋게 됐다. 그래서 내가 강간했다는 기사를 냈다”면서 “그 정도로 ‘기획’하고 있으니 건들지 마라”라고 하며 두 사람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다. 신고부터 언론플레이까지, 20대 초반 여성 둘이서 모두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과감하고 거침이 없다. 게다가 둘의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제3의 인물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듯한 대화 내용이 여러 차례 오고간다. 아직까지 B양이 통화를 나눈 ‘배후 인물’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이는 경찰 조사가 좀 더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A양에게 등돌린 B씨, 박시후와 A양 누가 승기 잡을까
A양과 B양의 대화가 확신에 차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강간의 경우 당사자의 진술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무작정 밀어붙인 것일까? 이는 약물을 의심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약물이 사용됐음을 추측하면서 합의금에 대한 기대치도 커졌다. A양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는 “갑자기 호주로 유학을 갈 거라고 말했다. 돈이 있냐고 물었더니 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면서 “나중에 사건을 접하고 나니 어떤 계획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고 증언했다. A양은 가족에게 박시후의 재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박시후 재산이 3천억원이다. 경찰도 막을 수 있는 돈이다”라면서 “근데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보면 지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자신했다. ‘처벌’보다 ‘합의’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룬 것도 의심 가는 대목이다. B양이 “돈 말고 처벌할까”라고 한 차례 말했을 뿐, 시종일관 합의금을 이야기했다. 단, 국과수 약물검사가 음성으로 나오자, B양의 마음이 돌아섰고 이들 사이에서 합의금 얘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사건이 또 한 번 반전의 급물살을 탄 건, B씨가 돌연 ‘양심선언’을 하며 “나도 A씨에게 속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3월 20일, 박시후 측 변호사에게 그간의 사실과 내막을 진술서 형식으로 상세히 적어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공개된 박시후의 후배 김 모씨와 A양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니, 지금까지 내가 A에게 들었던 사건의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A의 이중성에 당했다는 생각에 진술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등을 돌린 이유를 말했다. A양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B양은 “A양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에 명백한 피해자라고 생각해 고소하라고 한 것이지 사건을 공모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 적극 도와주고 싶었다. 성폭행당한 바로 다음 날 아침 박시후의 집에서 바로 옷을 입고 도망쳐 나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오후 3시에 박시후와 인사도 나누고 전화번호도 교환한 뒤 좋은 분위기에서 헤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또 후배 김 모씨와 싸웠다고 하더니, 언론에 공개된 카카오톡 내용은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이 일로 B양은 A양과 공모자로 몰리며 극심한 심적 고통을 받은 끝에 결국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A양의 입장에서는 더욱 사면초가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건 초 박시후 측은 A양의 아버지를 만나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A양의 아버지는 “돈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는 없다”라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사건이 흘러가는 양상으로 볼 때 A양이 절대적으로 피해자 입장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기자는 A양의 아버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다. A양의 아버지는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수차례 연락 끝에 어렵사리 전화를 받았지만,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마자 전화는 끊어졌다. 더 이상의 얘기는 들을 수 없었지만, 복잡한 현재의 심경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A양과 B양의 사전 공모 여부는 추후 경찰 조사에서 더욱 확실히 판가름 날 예정이다. 어찌 됐든 이번 사건은 ‘강간’이다. A양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사건의 본질 언저리를 맴돌 뿐이다. 경찰 또한 A양의 의도보다 사건 당일의 ‘강제성’을 더 중요시한다. A양이 변함없이 ‘의식 불가’ ‘항거 불능’을 호소하면 박시후는 준강간 혐의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럼에도 박시후는 일단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A양의 주장보다 더 무서운 ‘여론 재판’에서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A양과 B양의 목적이 드러나면서, 이들의 ‘신상 털기’가 덩달아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문자가 공개되면서 A양과 B양에 대한 동정 여론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논란이 논란으로 덮어지고 있는 박시후의 기막힌 섹스 스캔들의 진실은 여전히 저 멀리 있는 듯하다.
A양과 B양외에 제 3의 인물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시후 사건은…
박시후와 박시후의 친한 후배 김씨는 지난 2월 15일 술에 취한 A양을 박시후의 집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각각 피소됐다. 이에 박시후와 김씨는 A양과 A양의 지인인 B양,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 황 모씨가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고 모의해 이번 사건을 꾸민 것이라고 주장, 이들을 무고와 공갈미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박시후의 이 같은 대응에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 황 모씨 또한 무고로 박시후를 고소하는 한편, 자신을 사건에 개입시킨 B양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