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입학식장에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등장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1946년 서울대 개교 이래 연예인 출신 축사자가 등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울대 입학식 축사는 2006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2008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2009년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2011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등 주로 학계 인사가 주를 이뤄왔다.
이수만 회장은 세계적인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위한 축사를 준비했다. 그가 강조한 키워드는 네 가지. ‘자부심, 도전, 자기 책임, 사회적 책임’이다.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비단 신입생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사회 멘토로서, 그가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귀 기울여보자.
자부심을 갖고, 나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자부심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길 이수만 회장이 강조한 첫 번째 키워드는 자부심. 그는 지금껏 자신이 일구어온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열었다. 한국 대중문화의 힘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렸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제는 ‘코리아’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갖고, 자신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도 힘든 순간이 때로는 다가옵니다.
그 위기를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관심, 집중, 열정 이외에 ‘자기 책임’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그에 대한 보상인 성취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케이팝의 미국 진출이라는 말처럼 케이팝이 어디로 진출한다는 말은 적합한 표현이 아닙니다. 이미 한국에서 발표한 새 곡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마이클 잭슨이 한국 진출을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신보가 나오면 우리가 한국에서 그 음반을 사고, 들었던 것과 같은 거죠. 이러한 변화된 한국 대중문화의 힘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세상에 나가 활약할 때쯤엔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문화와 결합해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곧 여러분의 자부심이 될 것입니다. (중략) 자부심을 가지고 코리아 브랜드를 어떻게 융성시킬지 답을 찾아봐주세요. 앞으로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 후손들의 자부심(교만이 아닌 자부심)을 위해서 말입니다.
목표가 너무 낮아서 쉽게 이루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두 번째 키워드는 ‘도전’이었다. 그는 1997년에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해외 시장에 나갔을 때의 경험을 얘기했다. 지금 서 있는 이곳에 안주하지 말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라는 조언이다.
‘해외 가수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얻는데 왜 우리는 해외에서 그렇게 되지 못할까?’
당시 제 오기는 SM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 1997년 최초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그리고 2000년 H.O.T. 북경 단독 콘서트의 성공은 한류라는 신드롬의 시작이었고, 그 후에 아시아 지역에 한류의 붐이 확산되어 2011년 파리에서의 ‘SMTOWN’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펼쳐지면서, 이제 케이팝은 전 세계의 주류 문화 트렌드로 점점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중략) 목표가 너무 낮은 것이 아니었는지요? 나에게는 이제 내 진정한 목표로 가는 첫발을 디딘 것일 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몇 년 후, 몇십 년 후 세계적인 이슈가 되거나 국부 창출로 이어지는 엄청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필수 요소, 자기 책임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온다. 이 회장은 그 위기를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관심, 집중, 열정 이외에 ‘자기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그에 대한 보상인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도 힘든 순간이 때로는 다가옵니다. 아니,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이러한 상황을 넘어서 즐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자기 책임 의식이 필요합니다. 자기 책임이란 아시다시피, 자신의 행위나 그 결과에 대해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행위와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책임감 있게 어떤 일을 완수했을 때, 바로 성취감이라는 것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성취감은 인간에게 부와 명예보다 중요한, 그 어떤 성공보다 중요한 것, 가치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 꿈꾸면 한낱 꿈이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면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시절에 해외 진출을 단행하면서 한 가지 꿈을 품었다.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려,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도 이바지하겠다는 꿈이었다. 그의 바람대로 SM의 해외 진출은 큰 성공을 거뒀고, 나라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줬다.
저는 처음 해외 진출을 추진한 1997년부터 문화를 통한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 상승, 문화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꿈을 꿨습니다. 예전엔 미국, 영국 등의 사례를 통해 경제가 발전하면 그 사회의 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제 생각은 반대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Culture First, Economy Next! 문화가 사랑받는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로도 이어진다는 생각이었죠. 미래의 리더인 여러분도 보다 더 큰 그림과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의미 있는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나 혼자 꿈을 꾸면 한낱 꿈이지만 우리 모두가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을 다 같이 꿈꾼다면, 그만큼 우리나라는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서울대 입학식에서 들려준 이수만 회장의 의미 있는 축사는 신입생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슴에 품어야 할 이야기다. 자부심을 가지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며, 위기가 닥치더라도 자기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하는 삶. 이수만 회장이 멋진 이유도 이 네 가지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2000년 H.O.T 북경 단독 콘서트의 성공은 한류라는 신드롬의 시작이었고, 그 후에 아시아 지역에 한류의 붐이 확산되어 2011년 파리에서의 ‘SMTOWN’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펼쳐지면서, 이제 케이팝은 전 세계의 주류 문화 트렌드로 점점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