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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부부 200쌍 <자기야> 출연 그 이후

SBS 예능 <자기야>가 200회를 맞았다. 그 세월 동안 2백여 쌍의 부부가 <자기야>를 거쳐 갔고 <자기야-백년손님>으로 포맷도 변화했다. 지금까지 <자기야>에 출연한 베스트 커플은 누구이며, 방송 이후 이혼한 커플은 또 누가 있을까?

On October 11, 2013

<자기야>를 빛낸 베스트 커플 4

case 1 공식 베스트 커플 최양락·팽현숙 부부
단언컨대 역대 최고의 커플은 최양락·팽현숙 부부다. 부부 캐릭터쇼이기 이전에 토크쇼가 본질인 <자기야>에서 이 부부만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지닌 경우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개그맨 부부 1호 커플로 화제를 모으며 일찌감치 전성기를 보내고 오랜 부침 끝에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되찾은 부부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재기담이다. 사실 프로그램 초반에만 해도 이들은 대표적인 문제 부부로 평가받았다. 못난 남편으로서 열등감과 상처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최양락과 그 대신 생활을 꾸려온 팽현숙의 고생담, 둘의 서슬 퍼런 폭로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결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사랑보다 더 진한 정의 힘을 보여준 한 편의 부부 성장담으로 손색이 없었다. 모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치열한 부부싸움이 제일 부럽다고 한 조영남의 말은 대중의 시선 변화를 대변해준다.

case 2 또 하나의 문제적 커플 조영구·신재은 부부
조영구 부부 역시 문제 커플에서 호감 커플로 바뀐 경우다. 공공연하게 몇 번이나 이혼 위기를 겪었다고 밝힐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강한 성격의 두 사람은 방송 초반의 팽팽한 폭로전 때문에 ‘밉상 커플’이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방송이 거듭되면서 이들의 상반된 성격은 매력과 개성으로 다가왔고 과감한 발언은 가식 없고 솔직한 태도로 받아들여지면서 인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짠돌이인 남편과 씀씀이가 헤픈 아내, 깔끔하고 꼼꼼한 남편과 집안일에 서툰 아내 등 부부의 대조적 캐릭터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미를 이끌어냈고, 가감 없는 애정 표현은 폭로전마저 알콩달콩한 시트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case 3 친근한 이웃 같은 김성주·진수정 부부
지난해 2월 <자기야>가 시즌 2로 개편되면서 새로운 마스코트로 떠오른 커플이 김성주·진수정 부부다. MBC 간판 아나운서에서 프리 선언 후 말을 여러 번 바꾼다는 이미지를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했던 김성주는 이 방송을 통해 인간적이고 친근했던 과거의 이미지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이 부부 역시 다른 부부처럼 초반의 폭로전에서 많은 논란을 빚는 통과의례를 거쳤다. 아나운서가 된 뒤 남편의 마음이 식었다는 진수정의 고백이나 유명 게임업체 회장을 몰라봐서 미안했다는 일화 등에서 비치는 김성주의 속물적인 면이 주로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오랜 출연을 통해 점차 드러나는 아들 바보, 딸 바보로서 그의 따뜻한 모습이나 가장으로서의 진솔한 고민 등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서서히 호감으로 이끌어갔다. <자기야>가 아니었으면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아빠! 어디가?>의 김성주도 없었을 것이다. 김성주는 2012년 에서 ‘베스트 팀워크’ 상을 수상한 <자기야> 팀을 대표해 이 프로그램이 ‘부부들의 힐링 캠프’라는 소감을 남기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case 4 힐링 커플 이혜정·고민환 부부
‘빅마마’ 이혜정의 출연은전환점 같았다. 그녀가 생생하게 전하는 공포의 ‘시월드’는 부부 생활 위주였던 방송의 토크 범위를 넓히고 중년 기혼 여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물네 살에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 명으로 배추 5백 포기의 김장을 혼자 담근 일화나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혼수를 요구받았다는 이야기 등은 주부 사이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토로하는 고달픈 시집살이는 평범한 주부들의 한을 시원하게 대변했다. 시월드에 대한 원망만이 아니라 남편의 무심함과 외도 때문에 받은 상처도 숨김없이 폭로하는 그녀에 대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부부가 결국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이유는 수십 년간의 갈등을 지혜롭게 녹여낸 연륜에 있다. 친정아버지가 부상을 당했을 당시 병원비와 함께 편지를 건네준 남편의 일화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세월이 쌓은 부부간의 정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었다.

<자기야> 출연 이후 이혼한 커플 6쌍

case 1 이세창·김지연
가장 충격적인 이혼은 2013년 4월, 이세창 부부의 이혼이었다(본지 단독 보도).
드라마를 통해 연인이 된 뒤 2003년 결혼해 연예계 대표 잉꼬 커플로 불린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자기야>에서도 부부 갈등이 심각해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반신반의하게 되던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이미 2011년부터 별거해왔으며 김지연은 3년 동안 이혼을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쇼윈도 부부”였다고 한 김지연의 발언은 이 부부의 갈등이 오랜 시간 쌓여왔음을 짐작케 했다. 김지연 입장에선 사업 때문에 집에 며칠씩 못 들어올 정도로 늘 바쁜 남편에 대한 거리감이 문제였고, 이세창 입장에서는 아내의 무관심 등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이 문제였다.

case 2 마르코·안시현
교포 출신 미남 배우와 미녀 프로골퍼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마르코와 안시현 커플도 올해 이혼했다. 화제의 결혼 뒤 2년 만이다. 물론 이혼의 조짐은 올해 6월 폭행 사건을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육아와 관련된 내용으로 말다툼을 하다가 마르코가 안시현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었다. 안시현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두 사람은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합의이혼했다.

case 3 배동성·안현주
22년간의 부부생활 끝에 이혼한 커플도 있다. 올해 3월 이혼한 개그맨 배동성과 안현주가 그들이다. <자기야>를 통해 알려진 이들 부부의 모습에서 오랜 시간 자녀 교육 문제로 기러기 생활을 해야 했던 가장 배동성과 혼자 육아를 도맡아 한 아내 안현주, 둘 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혼 뒤 안현주는 언론을 통해 그들 부부의 속사정을 더욱 낱낱이 공개하며 충격을 던져주었다. 신혼 때부터 남편의 여자 문제로 고통받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간 것도 사실은 이혼 대신 도피성 선택이었다는 고백 등 우울하고 불편하던 부부간의 사 정이 밝혀진 것이다. 안현주는 최근에도 한 인터뷰에서 “더 이상 배동성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다”며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드러냈다.

case 4 LJ·이선정
가장 최근에는 배우 이선정과 방송인 LJ 커플의 이혼이 화제였다. 까면 깔수록 이혼에 관한 새로운 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지인의 소개로 만났고 만난 지 45일 만에 결혼했으며,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지난해 10월 이미 이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 4개월 만이었다. 논란은 여기서 불거져 나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초 <자기야>에 출연한 당시 이미 이혼한 상태였다는 것. 솔직한 토크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처음부터 거짓의 가면을 썼던 셈이다. .

case 5 양원경·박현정
제일 먼저 이혼 소식이 전해진 커플은 양원경 부부다. 프로그램을 통해 두 사람을 계속 지켜봐온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라는 안타까운 반응과 ‘언젠가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 출연 당시 가부장적이고 거친 태도의 양원경은 그야말로 ‘문제 남편’이었다. 성격 차이와 갈등을 거침없이 드러낸 방송이 끝나고 나면 시청자들은 늘 아내 박현정에 대한 연민과 함께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잘 풀어나가기를 바라며 격려를 보냈다. 실제로 이들은 ‘부부 캠프’ 에피소드에서 눈물의 설전을 벌이다가 전문가의 도움으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기에 이혼 소식이 더 충격이었다. 2011년 3월, 부부는 끝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합의했다.

case 6 김혜영·김성태
귀순 배우 김혜영과 연극배우 김성태 부부의 이혼도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소식이었다. 1998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그녀는 특유의 미모로 가수 겸 배우로 활약해왔다. 2002년 군의관과 결혼하고 3년 뒤 이혼한 김혜영은 그 상처 때문에 재혼을 망설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감싸주는 김성태에 이끌려 결혼을 결심했다고도 말했다. 2009년 악극 <홍도야 울지 마라>를 통해 연을 맺은 두 사람은 그해 11월 결혼했고, 3년 뒤인 2012년에 결국 합의이혼했다.

작가들이 말하는 ‘스타 부부 열전’

<자기야> 작가들이 말하는 <자기야>가 계속돼야 하는 당위성과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부부 열전.

(좌)심은하 작가
KBS2 <자유선언 토요일>과 <이야기쇼 두드림>, MBC <목표달성! 토요일>, SBS <좋은아침> 등을 거쳐 현재 <자기야-백년손님>의 메인 작가로 활동하는 업계에 정통한 18년 차 작가.

(우)최지영 작가
MBC <일밤-몰래카메라>와 <느낌표>, KBS2 <해피투게더> 등을 거쳐 <자기야-백년손님>의 넘버 투 작가로 활동하는 예능 전문 작가.

<자기야>는 대한민국 부부 토크쇼의 시작이자 끝이다. 부부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처음 끄집어냈고 수많은 스타 부부가 속사정을 공개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자기야>로 시작해 <자기야-백년손님>이 되기까지, 그 세월의 에피소드를 작가들에게 들었다.

200회를 맞았습니다, 짝짝짝!
심 작가│많은 작가와 스타 부부들이 진심을 다해 만든 방송이기에 가능했지요. <슈퍼스타K>가 없었던 시절에는 시청률이 16~18% 나올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어요.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옮겨지면서 KBS2 <해피투게더>와 MBC <무릎팍도사> 사이에서 좌초하기도 했고요. 그즈음 종편 방송이 시작되면서 <자기야>류의 프로그램이 넘쳐났죠. 공중파의 한계를 느끼던 차에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 지금의 <자기야-백년손님>이 탄생했어요.
최 작가│세월이 흐르니 아이돌도 결혼하고, 예능과는 거리가 멀던 배우들도 결혼을 하더라고요. 결국 <자기야> 멤버가 돼요. 다들 자신이 <자기야>에 출연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해요. 그 힘이에요. <자기야>는 200회, 300회 갈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도 1회부터 안방마님 역할을 한 김원희씨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원희씨는 천성적으로 남의 얘기 잘 들어주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박수 쳐주죠.
최근 포맷이 바뀌었어요. 부부 토크쇼에서 사위가 장모를 찾아가는 관찰 프로그램으로 말입니다.
심 작가│저희 두 사람이 <자기야> 작가 중 유일한 유부녀예요. 우리의 남편과 가족이 프로그램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죠. 시작은 단순했어요. 대한민국 부부들이 가장 이혼을 많이 하는 시기가 명절 이후 한 달이라고 해요. 왜 그럴까? 명절이 지나고 나면 아내가 쌓아둔 걸 남편한테 푸는데 남자들이 들어주질 않는 거예요. 그래? 너도 한번 당해봐, 오죽했으면 여자가 이혼이라는 카드를 빼드는지! 거기서부터 시작한 기획이었죠.
최 작가│집단 토크쇼를 했을 때보다 훨씬 힘들어요. 하지만 보람은 그 이상입니다. 저희 스태프 중에 MBC <진짜 사나이>의 스태프들도 있는데, 화생방 컷을 찍을 때보다 <자기야> 촬영이 더 힘들다고 해요. 군대보다 더 가기 싫은 곳이 처가 아닙니까! 강제 소환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 이유죠. 스태프들이 매주 세 군데의 집을 24시간 관찰합니다. 2회분 방송을 위해 3박 8일을 촬영하는 꼴이죠. 한 집에 12~16대의 카메라가 설치되고, 집에도 가게에도 자동차에도 카메라가 돌아가죠.
심 작가│섭외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요. 연예인이나 사위보다 장모님 섭외가 굉장히 어려워요. 삼고초려가 아닌 육고초려를 해야 하죠. 집부터 습관까지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어르신들이라 혹시 촬영하다가 편찮으시면 어떡하지? 가족 문제에 괜히 끼여드는 게 아닐까? 생각할 것이 많아요. <자기야-백년손님>의 출연자이자 ‘국민 사위’로 불리는 함익병 원장도 아내 없이 한 번도 처가에 가본 적이 없는 분이셨어요. ‘내가 처가살이를 왜 해?’ 하는 반응이었죠. 대부분 장모와 사위는 친하지 않아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서로의 정확한 나이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게다가 장서지간은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목도 ‘백년손님’이라고 했어요. 애초에는 ‘씨암탉’ ‘사면처가’ 등 다양한 제목이 후보에 올랐지요.
최 작가│시청자들이 싸우고 헐뜯는 이른바 센 아이템을 좋아할 줄 알았어요. 근데 뚜껑을 열어보면 여지없이 외면당했어요. 한번은 ‘부부간의 첫날밤’, 그 은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데 시청률이 바닥을 쳤지요. 불편하다는 게 그 이유겠지요. 의외로 시월드, 송년회 옷차림, 술자리 꼴불견, 자녀의 직업, 건강, 부동산 등 가벼운 정보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아요. 소소한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가 강한 이야기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알았죠.

사실은 <자기야> 덕분에 이혼을 생각하던 부부가 더 오래 부부 관계를 유지한 경우도 있었고, 또 관계가 좋아진 부부도 많아요. 오죽하면 ‘<자기야> 베이비’라는 말이 있겠어요. 출연하면서 임신된 커플이 많았어요

<자기야>를 거쳐 간 부부만도 2백 쌍인데요, 기억에 남는 부부가 있나요?

심 작가│1회 때부터 출연한 요리연구가 이혜정씨 부부요.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줘서 시청자들의 눈물과 공감을 많이 받았지요. 게다가 출연을 거듭할수록 부부관계가 좋아졌어요. 최양락씨 부부도 기억에 남아요. 방송에서는 최고 쌈닭이지만 제가 꼽는 최고의 잉꼬부부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 서로를 존중해요. 예를 들어 팽현숙씨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최양락씨가 120% 케어를 해주세요. 손짓과 눈빛만 봐도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요. 뭐랄까, 위기 때 똘똘 뭉치는 역전의 부부 같은 느낌이랄까요.

최 작가│오미연씨 부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환갑이 넘은 오미연씨 남편분이 84세의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에피소드가 공감을 얻었죠.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서로 주방 기득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이야기, 프라이팬 코팅 문제로 다툼 일보 직전까지 간 일화를 공개했는데, 키득키득 웃다가도 우리네 삶 같아서 반응이 좋았어요. 중견 배우들이 나와서 진심 어린 얘기를 해줄 때 작가로서 고맙고, 시청자들의 귀는 더욱 열리는 것 같아요.

꼭 출연시키고 싶었던 부부도 있을 것 같아요.

심 작가│축구선수 안정환씨 부부요. 이혜원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옆에서 지켜본 이들 부부는 정말 괜찮은 부부거든요. 근데 출연을 끝까지 고사했어요. 그러던 중에 안정환씨가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상처받았지요.(웃음) 이들 부부는 진실로 서로 사랑하는 커플이에요. 특히 혜원씨가 남편한테 기가 막히게 잘해요. 게다가 살림도 끝내주죠. ‘예쁜 여자가 남편한테 저렇게 잘해? 요리도? 짜증 난다’ 뭐 이런.(웃음)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을 위해 여행가방 속에 된장찌개의 모든 재료를 압축 팩에 포장해서 넣어주는 여자예요. 대중이 알지 못하는 이 부부의 또 다른 모습을 다루고 싶었는데 결국 실패했지요.

최 작가│축구선수 김남일·김보민 부부도 출연시키고 싶은 커플이었요. 김보민씨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김보민씨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가 김남일씨와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한데 KBS 직원이라 출연 자체가 불가능하죠. 배우 조성화씨도 기억에 남는 출연자예요. 가난했던 시절에 삼겹살을 사 먹자는 아내의 말을 들어주지 못한 적이 있는데, 패물을 도둑맞은 이후 한 달에 한 번은 꼭 아내를 위해 삼겹살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런 그가 요즘 잘나가는 배우가 되어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어요.

심 작가│요즘 <자기야-백년손님>에 섭외 중인 스타가 있어요. 캐나다 토론토에 처가가 있는 배우 최민수씨예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두 분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라고 해요. 미팅을 갔는데, 한 시간 반 동안 기타를 치면서 “악상이 떠올랐다”며 4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그러곤 “와이프한테 물어볼게” 하고는 유유히 사라졌죠. ‘카리스마’ 최민수도 아내의 허락이 떨어져야 출연이 가능합니다.

최 작가│섭외하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혹시 <자기야>에 출연한 뒤에 이혼을 할까 봐서요. 섭외하는 도중 이혼 위기를 감지하고 섭외를 취소한 적도 많아요. 인터뷰 과정에서 “우리 와이프가 뭐래요?” “남편이 정말 그랬어요?” 하는 부부들은 1년 이내에 꼭 이혼 기사가 뜨더라고요.

최근 LJ-이선정씨 부부의 이혼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기야>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출연 이후 이혼한 커플이 6쌍이나 되는데요?

최 작가│출연한 부부 중 6쌍이 이혼했어요. 적어도 이들은 <자기야> 덕분에 부부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한 경우예요. 또 관계가 좋아져서 이혼하지 않은 커플도 있고요. 오죽하면 ‘<자기야> 베이비’라는 말이 있겠어요. 김성주씨, 김한석씨 등 <자기야>에 출연하면서 임신한 경우도 많았어요. 15년 차 의사 부부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면서도 얼굴 볼 시간도, 대화할 여유도 없는 부부였어요. 유일하게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시간이 <자기야> 녹화 시간이라고 할 정도였죠. 추억을 끄집어내고 서로가 몰랐던 상황, 감정, 속마음을 얘기하며 부부 관계에 윤기가 흘렀죠. “당신, 정말 그랬어?” “그 얘기를 왜 이제 와서 해?” 라는 말이 녹화 도중 가장 많이 나오는 멘트랍니다.

심 작가│요즘 <자기야-백년손님>을 촬영하면서 더없이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출연하는 장모님들께서 방송 전보다 10년은 젊어지셨거든요. 얼굴에 생기가 돌아요. 특히 함익병 원장의 장모님은 <자기야>의 전 출연진 중 가장 어렵게 섭외한 경우예요. “내가 이걸 해야 되는 이유 세 가지를 대봐요”라고 하셨어요. 나이도 많고 뚱뚱한 할머니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건 웃기는 대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죠. 다른 장모님들도 비슷한 반응이셨고요. 하지만 오랜 설득 끝에 응해주셨는데, 그때 하시는 말씀이 “우리 사위한테 도움이 돼?”였어요. 그래야 자신의 딸한테 잘해주니까. 어머니의 마음이죠.

<자기야-백년손님>이 자리 잡은 데는, 함익병 원장의 공이 컸어요.
뭐랄까, <아빠! 어디가?>의 후 같은 존재랄까요?


심 작가│구세주죠.(웃음) 함 원장님은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계세요.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이고 자기 말에 책임질 수 있는 분이죠. 그래서 무서운 게 없어요. 건강 프로젝트 편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피부과 의사인 그분은 같은 직종에 계신 분들의 눈치도 안 보세요. 진실만 말씀하시죠. “안티에이징(anti-aging) 웃기고 있네, 웰에이징(well-aging)이죠” 하는 식이에요. “피부과에 간다면 피부가 젊어진다고요? 천만에!” “탈모? 고칠 수 없어요, 유전을 어떻게 고쳐.” 곧으면서도 예측불허인, 상상 그 이상의 캐릭터죠.

최 작가│함 원장님은 우연히 섭외한 경우였어요. 의사 부부를 섭외하러 병원에 갔는데, 그 옆에서 동료 의사가 “의사가 뭘 그런 걸 해?” “그딴 프로그램에 나가지 마”라며 섭외를 방해하는 거예요. 그 요주의 인물이 바로 함 원장님이었어요. 그리고 1년 뒤 <자기야-백년손님>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한 의사에게서 “멀쩡하게 생겼는데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이 있다”며 적극 추천을 받았는데 그분이 함 원장님이었어요. 인연이 깊긴 하죠.

심 작가│SBS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정도니 확실히 뜨긴 떴죠.(웃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애초에 <힐링캠프> MC인 이경규씨가 출연자 명단을 보고 탐탁지 않아했대요. 그런데 녹화가 끝나고 함 원장님께 전화번호를 먼저 물어보셨대요. 평소 그런 적이 없는 분이거든요. 방송가에 “이경규가 함 원장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대” 하고 파다하게 얘기가 돌았을 정도예요. 함 원장님이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재미있어서 또 장모님께 추억을 드리고 싶어서요. 장모님이 돌아가시는 날 장례식장에 <자기야-백년손님> VCR을 틀어놓으신대요. 그 어떤 영정사진보다 의미가 크다면서요.

최 작가│저희 사무실에는 달력이 있어요. 누구 결혼, 누구 돌찬지, 누구 결혼기념일이 빼곡히 적혀 있죠. 그날이 돌아오면 열심히 과일 바구니와 화환을 보냅니다. 언젠가는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할지도 모르는 후보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하정우씨와 천정명씨를 꼭 출연시키고 싶네요. 그들이 결혼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심 작가│예전에 핑클, god, S.E.S.가 활동했을 때 그들과 방송국에서 많이 마주쳤어요. 어느새 SES의 슈가 엄마가 되고, 효리씨도 결혼했어요. 장우혁씨와 강타씨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겠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알렉스와 토니, 천정명씨를 좋아해요. 그들이 처가에 가는 날까지 <자기야>는 계속될 겁니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김선영
사진
윤선호,SBS <자기야-백년손님> 홈페이지
헤어&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신사점
2013년 10월호
2013년 10월호
취재
하은정,김선영
사진
윤선호,SBS <자기야-백년손님> 홈페이지
헤어&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신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