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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모든 지수는 반토막이 났다. 주요 지수가 하루에 10%가 넘게 빠지는 일이 계속 일어났고,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자체가 큰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바로 이때부터 수익에 민감한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배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 시장을 한 번 경험한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시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먹을거리가 떨어진 국내 주식 시장에서 글로벌 1등주들의 집합체, 미국 주식 시장으로 갈아타는 시점이었다. 2014년 8월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약 126% 상승률을 보여준 반면, 한국은 2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직접 골라 사고파는 ‘미국 주식 직구족’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전 세계 주식 시장의 1.8%에 불과한 대한민국을 벗어나 잘 차려진 ‘글로벌 1등주들의 만찬’을 즐겨야 한다.
1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려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2014년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 톱 10은 대부분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워런 버핏이 보유한 10대 주식으로는 웰스 파고, 코카콜라, IBM, 아멕스, P&G, 월마트, 엑슨모빌, US뱅코프, 디렉TV, 골드만삭스 등 미국 대형주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의 주식만을 골라 사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그러나 국내에서 최고의 우량주라고 꼽히는 기업들도 해외에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8월 <포춘>지에서 뽑은 글로벌 500대 기업을 살펴보면, 100위 안에 드는 한국 기업은 단 3개밖에 없다. 결국 국내 우량주만 고집해서 구매하는 투자자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인 셈이다.
2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기업에 투자하라
미국 주식을 사기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기업인가?’ 하는 문제다. 아직까지 트렌드를 만드는 데 있어 미국만큼 창의적인 나라는 없다. 현대 사회는 스마트 기기 등 획기적인 제품의 등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10년간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글로벌 기업 애플을 보자. 애플은 예전에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쌓은 데스크톱 철옹성을 무너뜨렸다. 이제 우리 생활 곳곳에 애플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을 이용한 환경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애플은 지난 2013년부터 LED 디스플레이 업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업체, 음악 스트리밍 업체 등의 기업을 인수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과거 5년만큼 강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신사업을 추진 중인 것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세계 언론이 떠들썩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애플이 만들어낼 새로운 트렌드가 그만큼 주목받는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은 신사업 확장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기대할 만한 성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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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해외 개인 투자자들도 중국 상하이 A주식(내국인 전용)을 살 수 있고, 중국 투자자들도 홍콩 상장주를 살 수 있는 ‘후강통 제도’가 실시되었다. 이제 한국 개인투자자들도 홍콩에 계좌만 있으면 바로 중국 상하이 A주식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중국 주식도 직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투자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중국이 놀랄 만한 성장세를 거듭하며 G2(미국, 중국)로 자리매김하면서 중국 투자가 주목을 받았다. 2013년 미국의 GDP는 16조 달러이고 중국은 10조 달러로 13억 6천만 명 인구의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중국 경제 성장에 탑승하기 위해 펀드가 아닌 중국 홍콩거래소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 정말 안전해?
금융위기 직전 한국에 중국 펀드 투자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수십조 원을 중국에 ‘묻지 마 투자’ 식으로 쏟은 것이다. 중국 산업과 기업에 대한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중국을 대표하는 업종 1위주가 편입된 펀드에 돈을 넣었다. 결과는 7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시장에서는 속수무책이었고 투자금은 3분의 1로 토막이 났다. 이때 피해를 목격한 사람들은 “중국 투자는 믿을 게 못 된다”며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을 반만 아는 사람들의 얘기다. 중국은 시장이나 경제 성장보다 중요한 것이 정부 정책이다. 정책이 바뀌면 1등도 하루아침에 꼴찌가 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주식이 안정성이 높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세계 2위의 경제 규모와 13억 6천만 명의 인구, 3조 8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 접어든다 할지라도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먹고 마시는 산업은 결코 휘청거릴 일이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 자동차나 스마트폰 구매를 망설이지 결코 자녀들에게 먹일 음식을 아끼지는 않는다. 따라서 안정적인 투자처는 중국의 필수 소비재 시장에 있다.
2 중국 주식 어떻게 사지?
중국이 급속히 발전했던 2008년 이전까지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이 주를 이뤘다. 따라서 정부의 지배를 받는 국유기업이 늘 1등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만큼 부정부패도 많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관피아’로 불리는 사회 특권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2013년 12월 5일에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개혁 3.0’을 발동시켰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국유기업은 사회주의의 잔재이자 타파해야 할 존재라고 본 것이다. 그러자 1등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국유기업들은 줄줄이 개혁 정책의 철퇴를 맞았고 주가 또한 곤두박질쳤다.
중국 정부 정책의 변화로 1등 기업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사례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 8월 30일, 중국인민대표회의에서 반독점법이 통과됐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2009년에 코카콜라가 중국 고유 기업인 과실음료 전문업체 휘원그룹을 인수하려던 것을 반독점법을 근거로 부결시킨 것이다. 현재 휘원그룹은 어느 기업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100% 과실주스 업계 1위다.
이런 중국의 특성 때문에 업계에서 1등을 하는 기업보다는 숨어 있는 2·3등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상책이다. 2등에 투자하면 짭짤한 재미를 못 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중국에선 1등을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2등이나 3등 기업도 중국의 풍부한 소비층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