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연예계에는 광풍이 몰아쳤다. 일명 ‘맞대기 도박’이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인기 연예인들이 줄줄이 입건된 것이다. 당시 예능인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수근도 이 연예인 도박자 명단에 포함됐다. KBS와 MBC는 불법 사설 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에 대해 작년 2월 25일자로 ‘한시적 출연 규제’라는 철퇴를 놓았다. 딱히 언제까지라고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방송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 지도 1년여. 세간에는 ‘이수근도 곧 컴백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다른 연예인들보다 특히 이수근의 복귀가 주목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한때는 ‘국민 일꾼’으로 각광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예능인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요즘 예능에서 이수근만큼 화려한 입담으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없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3~4월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복귀할 예정이다”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수근에게 복귀 여부와 그간의 심경을 묻기 위해 기자는 상암동에 위치한 그의 자택을 찾았다.
오후 무렵, 편안한 차림으로 외출한 그와 마주했다. 예전보다 야윈 모습이었다. 지난해 8월, 일부 언론에 의해 이수근이 일본으로 극비 출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통풍’ 치료차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야기였다. 지병이였던 통풍 증상이 갑자기 심해져 지인이 추천한 일본의 한 병원에서 약처방을 받았다고 했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며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이다. 심하면 관절의 이상이나 다양한 신장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그를 만났을 때에도 그의 걸음걸이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한동안 병원을 다녔어요. 의사 말이 마음을 편하게 먹고 몸을 추스르라고 하더군요. 알려진 것처럼 통풍 치료를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많이 줄였어요. 전에는 일 때문에 건강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쉬면서 체중을 많이 줄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짠 개그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개그맨 출신이다. 그런 그에게 관객을 직접 만나는 자리는 무척이나 소중했을 터. 최근에는 부산에 있는 ‘윤형빈 소극장’에서 그가 직접 개그 공연을 연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수근쇼’라는 코너에 출연까지 한다는 이야기였다. 윤형빈 소극장의 블로그 게시판에는 이수근을 오랜만에 보게 돼 반가웠다는 후기글이 게재돼 있었다 .
“공연장에서 직접 팬들을 만나니 뭉클했죠. 팬들이 반겨주시는 모습을 볼 때면 울컥하기도 했고요. 아시다시피 제가 <개그콘서트> 출신이잖아요. 친분이 있는 형빈이(윤형빈)가 도와달라기에 5~6개월 전부터 부산을 오갔어요. 형빈이와 약속한 것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분간은 계속 소극장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기다린다”고 말하자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금 누구보다 애가 타는 사람은 이수근일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제가 곧 컴백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방송국 봄 개편 시즌이라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아직 방송 프로그램 복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 너무 크기에 저 역시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저 때문에 상처받은 팬분들도 계시고요. 모든 게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방송을 쉬는 동안 소외계층을 돌보는 자원봉사 활동인 ‘사랑의 밥차’에도 참여했다. ‘갑작스레 주어진 휴식’은 그의 인생관을 변화시켰다. 그로서는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듯했다.
“개그 공연을 하면서도 언론에는 일절 알리지 않았어요. 괜히 ‘복귀 임박설’을 부추기고 싶지 않아서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기자에게 “잊지 않고 찾아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기자님을 꼭 기억하고 있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다시 팬들 앞에 서고 싶다는 그의 간절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