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방송인 노홍철. 논란 이후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1월 14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노홍철 스페인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편안한 옷차림과 손질하지 않은 머리, 후덕한 턱 선, 덥수룩한 턱수염까지 우리가 알던 노홍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손에는 지도와 휴대폰을 쥐고 있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검색하는 듯 보였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바르셀로나에서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둘러보던 중 노홍철을 만났다고 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블로거는 스페인 신혼여행 중인 동생이 노홍철을 목격했다며 사진을 게시했다. 이 블로거는 “동생이 스페인에서 신행(신혼여행) 중인데 가우디 투어 갔다가 노홍철을 만났다”며 “머리가 복잡할 텐데 정리하러 왔는가 보다. 사인 부탁하라고 하는 내 요청에 (동생이) 사진만 보내줌”이라고 글을 올렸다.
스페인에서 포착된 노홍철은 편안한 옷차림과 손질하지 않은 머리, 후덕한 턱 선, 덥수룩한 턱수염까지 우리가 알던 노홍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이 올라오자 해당 사이트와 블로그의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노홍철의 사진은 여기저기로 번져갔다. 이에 많은 네티즌은 노홍철의 근황에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숙의 시간에 여행을 간 것이냐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맞물려 노홍철이 지난해 음주운전 사건이 일어나기 3개월 전에 했던 강연이 새삼스럽게 회자되었다. 긍정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그는 토크 콘서트를 통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것을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이란 직업 자체가 오해를 사기 쉬운 직업이라며 연예인의 삶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원래 그렇죠.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기사가 날 때도 있고,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때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사람들이 당장은 저를 좋지 않게 인식한다 하더라도 결국 진심은 통하는 법이잖아요. 저는 스스로를 ‘러키가이’라고 믿어요. 제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도대체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는 거야?’ 하고 생각하죠.”
강연에서 그는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했다. 게다가 방송에서 굳어져가는 자신만의 캐릭터에 매너리즘도 느꼈던 터. 과감하게 일을 줄이고 대신 자신을 채우는 일에 집중하리라 다짐했다.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는 나를 희화화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놀리고, 여자 게스트가 나오면 제가 과하게 들이대면서 그런 장면 하나하나를 따고 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공식화된 패턴대로 하고 있는 제가 싫었어요. 그래서 훨씬 일을 많이 하신 형님들께 고민을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누군가에겐 네가 하는 일이 간절한 꿈일 수 있다. 그런 말 어디 가서 하지 마. 괜히 오해 사니까. 일을 쉬면 너는 감각이 무뎌질 거고 자연스럽게 도태될 거야’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귀담아 듣긴 했지만 전 결국 주 2일제를 선택했어요. 최소한의 프로그램만 남기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죠. 그랬더니 쉰 만큼 에너지가 다시 생기더라고요. 방송이 더 재밌어진 건 물론이고요.”
한편,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8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한 호텔 부근에서 음주단속에 걸려 물의를 빚었다. 노홍철은 사죄의 말과 함께 자신이 출연 중이던 MBC <무한도전>과 <나 혼자 산다>에서 일괄 하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