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좋아지면서 반조리 식품부터 대신 요리해서 배달해주는 음식까지 ‘사 먹는’ 요리가 너무 많아졌어요. 그 옛날 소풍 갈 때 어머니가 새벽같이 일어나서 정성껏 싸주시던 김밥도 요즘은 사서 보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렇게 하면 편하긴 하지만 가족들이 무슨 재료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맛은 어떤지 등 이야깃거리가 사라지기 마련이에요. 가족 간의 소통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집밥’만큼 좋은 게 없지요. 오늘, 아이와 남편과 함께 만들며 대화할 수 있는 요리를 배워볼까요?”
요리로 소통하다, 김밥과 전골
“안녕하세요. 김미경의 ‘인생식당’입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간장게장은 그때 바로 만들고 지금쯤 먹어도 좋겠다 싶어 어제 꺼내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맛이 달고 짭짤해 아이들과 다 같이 먹었는데, 식탁에 둘러앉아 제가 얼마나 말을 많이 했던지! 요리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줄줄이 얘기하면서 엄청 웃었어요.
직접 요리를 하니까 가족들한테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많아져요. 대화가 끊이지 않더라고요. 사 먹는 요리와 해 먹는 요리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온 요리에 대해서 할 말은 ‘이거 어디서 사온 거야?’ 이 정도인데, 직접 만든 요리에 대해서는 ‘이거 어떻게 요리한 거야?’ ‘무엇으로 맛을 냈어?’ ‘이 재료는 뭐야?’ 등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져요.”
김미경 대표가 나이 오십 넘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 있단다. 남편과 아이들과 편하고 자연스럽게 놀기 위해서, 대화하기 위해서 요리만큼 좋은 게 없다고 느낀 것이다.
“오늘의 ‘인생식당’ 메뉴는 엄마는 약간 귀찮을 수 있지만 한 번 귀찮고 10배나 행복해지는 요리입니다. 바로 김밥! 온 식구가 좋아하는 재료를 김밥 속에 넣어가며 같이 만들다 보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올해로 10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해온 결혼 13년 차 윤화자 주부가 아이와 놀기 위해, 주말에 출근하는 남편의 도시락을 싸기 위해, TV와 책 그리고 인터넷으로 독학하며 터득한 집밥 레서피를 공개한다.
Recipe
■ 밀푀유나베(위)
재료 쇠고기(한우 등심) 600g, 배춧잎·깻잎 10장씩, 표고버섯 3개, 팽이버섯 1봉지, 쑥갓 1줄기, 멸치육수(물 10컵, 국물용 멸치 20개, 다시마 2조각), 양념(국간장·맛술 2큰술씩, 청주·다진 마늘 1큰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
1_냄비에 물과 마른 팬에 볶은 멸치, 다시마를 한데 넣고 끓인 뒤 다시마는 건지고 다시 5분간 팔팔 끓인 다음 면포에 걸러 국물만 밭는다.
2_배춧잎과 깻잎, 팽이버섯, 표고버섯, 쑥갓은 깨끗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표고버섯은 갓 위에 별 모양을 내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자른다.
3_배춧잎, 깻잎, 쇠고기 순으로 켜켜이 쌓아 전골냄비 깊이에 맞게 3~5cm 크기로 썬 뒤 냄비 가장자리에 두른 다음 중앙에는 쑥갓과 팽이버섯, 표고버섯을 올린다.
4_③에 ①을 붓고 분량의 양념을 넣어 간을 맞춘 뒤 끓인다. 취향에 따라 소스에 찍어 먹는다.
■ 사각김밥(아래)
재료(2인 기준) 밥(백미 500g, 물 2~3컵) 2공기, 달걀 5개, 단무지(김밥용) 3개, 다시마 1장, 빨강 파프리카 1개, 당근·오이 1/2개씩, 김(김밥용) 2장, 단촛물(식초 2큰술, 설탕 1큰술)·식용유 적당량씩, 참기름·소금 약간씩
만들기
1_백미를 3회 정도 씻은 뒤 체에 밭쳐 30분간 불린 다음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이때 다시마를 같이 넣으면 김밥을 말기 좋은 점성이 생긴다. 밥이 따뜻할 때 소금,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섞는다.
2_식용유를 두른 팬에 잘게 다진 파프리카와 당근, 소금을 넣어 볶고 단무지도 곱게 다진다. 오이는 가운데 씨 부분을 제거하고 단촛물에 30분 이상 담갔다 건져 잘게 다진다. 달걀은 도톰하게 달걀말이로 만들어 길게 썰고 1~2개는 잘게 다진다.
3_작은 볼 3개에 밥을 3등분해 담고 잘게 다진 채소 중 같은 컬러(파프리카와 당근, 오이, 단무지와 달걀)끼리 넣어 고루 섞는다.
4_김발 위에 김 2장을 겹쳐 얹고 김 크기의 1/5 정도 남겨두고 빨간 밥(파프리카와 당근), 녹색 밥(오이), 노란 밥(단무지와 달걀)을 층층이 얇게 깐 뒤 돌돌 만다. 김밥을 십자 모양으로 4등분한다.
5_4등분한 김밥은 김으로 만 쪽이 등이 되게 해서 서로 기대어 사각형 모양을 만들고 그 사이에 달걀지단을 넣고 다시 김으로 한 번 돌돌 만다.
* 꽃김밥과 스마일김밥, 불고기김밥을 만드는 방법은 김미경의 카카오스토리(친구검색창에 ‘김미경’ 입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께하면 더 즐거운 ‘공감’ 요리를 배우다
오늘의 셰프는 요리는 전혀 모른다며 워킹맘의 삶을 살다가 2005년 퇴직 후 요리에 흠뻑 빠진 전업맘의 삶을 살고 있는 결혼 13년 차 윤화자씨다. 요리학원에도 다녀봤지만 모름지기 요리는 독학으로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TV와 책을 보며 혼자 요리를 배웠다. 가족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쉬운 레서피’가 윤화자씨 요리의 핵심이다. 재밌게 놀면서 만들 수 있는 가족 소통의 요리를 워킹맘 김미경 대표가 배웠다.
김미경 오늘의 요리는 모둠 김밥과 밀푀유나베랍니다. 밀푀유나베? 이름부터 재밌는데요, 요리를 선보이실 전업주부 윤화자씨를 소개합니다.
윤화자 안녕하세요. 초등 5학년 아들과 네 살배기 딸을 둔 엄마 윤화자입니다. 오늘 남편에게 “나 요리 잘하는 여자야!” 이러면서 잘난 척 좀 하고 왔지요.
김미경 남편하고 엄청 살갑게 지내나 봐요. 그 말을 하면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네. 근데 직장은 왜 다니다가 그만두셨어요?
윤화자 직장 생활은 한 7년 정도 했어요. 7년 동안 돈 모아서 결혼하고 집도 샀지요. 남편은 저보다 두 살 많고 입사 동기예요. 사내 연애를 했고요.
김미경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모른 척하고 있다가 ‘이따 앞으로 몰래 나와’라며 문자도 보내고 했어요? 아이고~ 사람이 보기보다 앙큼하네.(웃음) 결혼 후 직장 그만두고 전업주부 해보니 어때요?
윤화자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요리를 잘하는지 몰랐는데 전업주부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제대로 요리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회사 식당에서 먹거나 친정엄마가 해주신 쟁여둔 반찬 꺼내서 먹고 그랬어요.
김미경 요즘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진짜 집에서 밥 안 해 먹더라고요. 우리 직원들도 다 회사에서 먹어요. 주말에 한두 번 정도 집에서 하려나? 전업주부 하면서 자신한테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게 바로 요리 때문이에요?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해요?
윤화자 전 하루에 삼시 세 끼 모두 직접 요리를 해요. 아침에는 국, 점심엔 면, 저녁에는 전골같이 든든한 요리를 만들지요.
김미경 사 먹는 것보다 해 먹는 게 많아요?
윤화자 네. 사 먹으면 화나요! 제 요리보다 못하니까요.(웃음)
김미경 우리 엄마는 바깥 음식 사 먹으면 비싸서 화냈어요. 여기는 본인보다 요리 맛이 못해서 화난다네. 오늘 만들어볼 요리가 김밥인데… 그런데 김밥이 뭐 특별한 게 있나? 우리 어렸을 때나 직접 싸서 먹었지 요즘은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사다 먹는 음식이 되었잖아요. 애들 소풍 갈 때 보면 김밥집 앞에 아줌마들이 엄청나게 줄 서잖아요. 그럼 아이가 소풍 갈 때 김밥은 당연히 직접 싸 주겠네요?
윤화자 저는 선생님 도시락까지 싸요.
김미경 얄밉게 꼭 이런 엄마들 있어. 선생님 김밥까지 싸서 점수 따는 그런 엄마들! 일하는 엄마들의 속을 뒤집어놓는다고요.(웃음) 소풍 때 말고도 만들어요?
윤화자 아이들이 채소를 잘 안 먹을 때 재료를 잘게 다져서 김밥에 넣으면 아이들이 잘 먹어요. 남편도 주말 근무가 많아서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줄 때가 많고요.
김미경 이래서 남편들이 와이프한테 전업주부 하라고 그러나 봐요. 우리 남편은 평생 이런 거 받아 먹어본 적이 없어요. 나도 누가 김밥 싸주면 좋겠어요. 손에 김밥 도시락 쥐여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오늘 선보일 그 특별한 김밥이라는 게 뭐예요?
윤화자 김밥 4종 세트, 준비했어요. 흔히 먹는 김밥 재료지만 모양을 조금 변형해서 만들면 예쁘고 화려한 요리를 즐길 수 있거든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것처럼!
김미경 저는 참치나 김치 넣은 김밥은 말아봤는데, 세상에! 무엇 무엇이에요?
윤화자 사각김밥, 꽃김밥, 스마일김밥, 불고기김밥!
김미경 이걸 기본 재료들로만 다 만들 수 있어요?
윤화자 달걀, 김, 오이, 당근, 우엉같이 김밥의 기본 재료만 준비하면 돼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사각김밥만 재료를 다져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리고요.
김미경 채소를 다져 김밥을 만들면 먹기 싫다고 빼낼 수 없겠네요. 채소 안 먹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네! 이제 만들어볼까요?
윤화자 먼저 달걀지단을 만들어볼게요. 두껍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팬에 달걀물을 붓고 또 부어서 달걀말이 하는 것처럼 만들어야 해요.
김미경 요리는 다 어디서 배웠어요?
윤화자 요즘은 TV 요리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EBS나 올리브TV 등만 잘 챙겨 봐도 독학이 가능해요. 전 아이들 밤에 잘 때 요리 방송 보면서 따라 해봐요. 아이 때문에 제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집에서 하는 게 제일 편하고 좋아요.
김미경 배운 요리로 나중에 뭐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윤화자 나만의 쿠킹 클래스요. 한 10년 뒤쯤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면서 간간이 쿠킹 클래스도 해보고 싶어요.
김미경 맞아, 요즘 그렇게 소규모로 브런치 카페 하면서 쿠킹 클래스도 하더라고요. 전업주부가 아니었으면 찾지 못했을 윤화자씨의 꿈과 미래네요. 전업주부라서 발견했던 거지 이런 재능을! 직장 다닐 때는 어떤 일 했어요?
윤화자 인터넷 망에 장애가 났는지 안 났는지 확인하는 보안망 부서에서 일했어요.
김미경 아니, 요리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일을 했네. 만날 전선만 보다가 요리라니! 인생의 전환점이었겠네요. 성실히 자기 성장을 한 거잖아요. 그냥 밥 해 먹고 누워서 쉬고 한 게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고… 하고 싶은 것도 찾고 말이에요.
윤화자 이제 김밥을 싸볼까요? 김말이 발은 실리콘 소재가 좋더라고요. 세척하기도 편하고요. 대나무 발은 사용하고 나서 햇볕에 잘 말려야 하는데 실리콘 발은 그럴 필요가 없어요. 마트에서 1천~2천원이면 사요.
김미경 김밥 집에 가서 아줌마들 보면 손이 번개처럼 움직이잖아요. 근데 나는 김밥 쌀 때마다 사이사이 땜질하느라 바빠요.
윤화자 사각김밥을 만들 건데 채소를 컬러별로 나누어 밥을 만들 거예요. 3~4가지 컬러의 밥을 만든 뒤 김 위에 꾹꾹 눌러 말아야 밥이 흐트러지지 않아요. 오이나 단무지같이 물기 많은 재료는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빼고 사용해야 하고요.
김미경 아~ 긴장돼요. 김밥 옆구리가 터질 것 같은 이 느낌! 그러고 보니 채소 색깔을 나눠 밥을 만드니 정말 예쁘네요. 아이들이 미술 놀이처럼 재밌어할 것 같아요. 우리 막내 윤서가 특히 엄청 즐거워하겠네.
윤화자 우엉이랑 햄을 섞은 빨간 밥, 달걀과 단무지를 섞은 노란 밥, 오이를 섞은 녹색 밥을 층층이 잘 쌓아서 손으로 꼭꼭 누르며 말아주시고….
김미경 아이고, 힘들다. 나는 김밥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생겼어. 고개를 푹 숙이면서 하니까 같이 말려 들어갈 것 같아. 그다음은 어떻게 해요?
윤화자 김밥을 4등분해서 김으로 만 쪽이 등이 되게 해서 서로 기대면 사각형 모양이 만들어지죠? 이 사이에 달걀지단을 넣고 다시 김으로 한 번 돌돌 말면 완성돼요.
김미경 아, 4등분으로 자른 김밥들의 등을 모아 만들면 사각형 모양이 되는구나!
윤화자 이번엔 꽃김밥을 만들어볼게요. 당근 밥을 김 위에 얹고 얇게 돌돌 말아 4개의 꽃잎을 만들어야 해요. 손이 많이 가지만 완성하고 나면 아주 예뻐서 뿌듯해요.
김미경 화딱지 나네! 이걸 일일이 다 해서 또 모아요?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엄마들이 너무 희생한다. 근데 이렇게 만들었는데 안 먹겠다고 하면 ‘내가 이거 너 먹이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안 처먹어?” 저는 이렇게 막 소리 지를 것 같아요.(웃음)
윤화자 우리 아이는 김밥이 뚝딱 나오는 줄 알고 수시로 해달라고 해요.(웃음) 그다음 스마일김밥은 간단해요. 김 위에 밥을 얹고 밥을 얇게 쌓은 뒤 소시지를 올리고 말아서 썬 다음 검은깨로 눈 장식을 하면 돼요. 여기에 케첩을 콕 짜면 발그레한 얼굴로 만들 수 있고…. 우리 아이는 소시지 입에 케첩을 뿌려서 ‘메롱김밥’이라고 해요.
김미경 이제 다음은 뭐예요?
윤화자 불고기김밥을 해볼게요. 고기는 캠핑용 도구로 많이 쓰는 가스 토치를 활용할 거예요. 고기를 직화로 구울 수 있어서 숯불구이 맛이 나더라고요. 쇠고기를 구운 뒤 상추, 깻잎, 불고기를 층층이 쌓고 새싹 채소를 듬뿍 얹어서 돌돌 말면 돼요. 참, 불고기는 좀 식혔다가 사용하세요. 그래야 김이 눅눅해지지 않아요.
김미경 이건 고급 김밥이다. 남편은 물론 어르신들도 좋아하겠어. 이렇게 김밥 4종 세트를 완성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방학이라서 여기저기 놀러 다닐 텐데 집에서 요리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 배울 요리는 전골이에요. 보글보글 끓는 전골 요리를 가운데 두고 가족들과 한 상에 둘러앉으면 좋지요. 이번 요리는 초보 주부도 해볼 만한 손님 초대 요리입니다. 그런데 ‘밀푀유’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윤화자 ‘천 겹의 잎사귀’라는 뜻이에요. 원래 프랑스식 고급 디저트의 이름이죠. ‘나베’는 일본식 전골 요리를 뜻하고요. 요즘 주부들 사이에 핫한 메뉴이지요. 배추와 샤브샤브용 쇠고기, 깻잎을 차례로 얹고 자른 후 냄비에 겹겹이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김미경 주부들 사이에 뜨는 요리가 있어요?
윤화자 그럼요, 인터넷 요리 카페에 들어가 보면 유행하는 요리가 있어요. ‘저 오늘 이거 만들었어요’ ‘이런 방법도 좋은 것 같더라고요’ 식의 글이 많이 올라와요. 요즘 뜬 요리가 ‘밀푀유나베’랍니다. 육수는 미리 만들어 왔어요.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마른 팬에 볶은 뒤 사용해야 맛이 좋아요. 육수는 냄비에 물과 다시마, 멸치를 넣고 끓이면 돼요. 고기는 샤브샤브용 한우로 준비하시면 되고요. 먼저 배춧잎, 깻잎, 한우를 쌓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겹겹이 쌓으세요.
김미경 배춧잎, 깻잎, 쇠고기! 근데 여기에 다른 거 넣어도 돼요?
윤화자 깻잎 대신 청경채를 넣어도 돼요. 한 뼘 정도 이상 높이로 계속 쌓으세요.
김미경 언제까지? 재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웃음)
윤화자 어느 정도 쌓았다 싶으면 냄비 깊이에 맞게 썰면 돼요. 이 냄비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깊이니까 그만큼 크기로 자르세요. 만약 냄비가 너무 깊다면 숙주를 밑에 깔면 됩니다. 자른 단면이 보이도록 냄비에 겹겹이 둘러 넣고 가운데에 쑥갓, 팽이버섯, 표고버섯으로 장식을 하세요. 그러고 나서 육수를 부어 보글보글 끓이면 끝!
김미경 이야~ 예쁘다. 폼도 나고 손님 접대용으로 상당히 있어 보이네.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손이 간다고 볼 수가 없네. 김밥보다! (웃음) 그나저나 어제 여기서 요리하려고 8시간이나 연습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윤화자 네! 실수하지 않으려고 연습했어요.(웃음)
이제 어느 정도 쌓았다 싶으면 냄비 깊이에 맞게 썰면 돼요. 이 전골냄비는 손가락 한 마디 깊이니까 그만큼 자르세요. 만약 냄비가 너무 깊다면 숙주를 밑에 깔면 됩니다. 자른 단면이 보이도록 냄비에 두르고 가운데에 쑥갓, 팽이버섯, 표고버섯으로 장식을 하세요.
김미경 직장 그만두고 나서 살림만 하는데, 후회하거나 속상한 적은 없었어요?
윤화자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집에만 있을 때 속상해요.
김미경 내가 보기엔 윤화자씨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살림하느라 집에만 있으면 속상할 것 같아요. 뭐든 하면 다 잘할 것 같은 사람이에요.
윤화자 제가 둘째 낳고 우울증이 왔어요. 살도 지금보다 10kg이나 더 찌고 그래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 사람 만나기도 두려웠어요. 친정엄마가 많이 걱정하셨어요. 둘째 아이가 낳자마자 아파서 12개월 동안 병원에 있었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김미경 맞아요. 신생아가 아프면 부모는 얼마나 속상한데…. 엄마들 살찔 때 보면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래요. 그것에 신경을 다 빼앗기다 보니까 자기 몸에 신경 쓸 시간이 없는 거야. 우아하게 먹으면 스스로 양을 조절하는데 바쁘고 힘들면 자기가 얼마나 먹었는지, 뭘 먹었는지 따질 수도 없어요.
윤화자 맞아요. 근데 요리를 하면서 스스로 즐겁더라고요. 배울 것도 많고….
김미경 요리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거예요?
윤화자 요리하는 1시간이 저를 위한 시간이더라고요.
김미경 자기 시간 가지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거네. 지금 막내가 네 살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또 인생의 기회가 올 거예요. 저는 죽을 때까지 막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거든요. 아이랑 놀다가 강의하다가 요리도 하고, 여행도 가고…. 일생을 다채롭게 살 수 있어요. 지금 윤화자씨 나이가 마흔이면 젊은 나이예요. 제 나이 마흔셋에 처음으로 방송에서 강의를 하면서 알려진 거지요.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지는 시기가 바로 마흔 즈음인 것 같아요. 그게 확실해진 이후 10년 사이에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인생이 더 다채로워질 윤화자씨. 오늘의 ‘인생식당’이 그 미래에 좋은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